어떻게 태어난 인생인데. .

우리가 가볍게 살 수 없는 이유 [디카시 036]

by 올제

손자 아이의
밤낮을 가리지 않는 울음은

과거의 나를 데려오고
젊은 날의 부모를 불러낸다.


한 생을 건너온 뒤에야
비로소 이해하게 되는
삶의 문법.


이제 나는
한 발 물러난 자리에서
아이를 바라본다.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수많은 밤들 속에서
나는 태어나고 자랐다.


누군가의 잠을 깎아
하루하루를 버텨 낸 시간들,


그 인내가
나를 여기까지 데려왔다.


힘들게 자랐고
힘들게 키웠다는 사실을
이제야 안다.


그래서 이 삶을
대충 넘길 수 없고,

함부로 웃을 수도
함부로 무너질 수도 없다.


나는 우연처럼 태어났지만
결코 가볍게 살아갈 수 없는
시간의 총합이다.




표지그림설명: 르네상스 시대 여성궁중화가였던 '소포니스바 앙귀솔라'가 그린 스페인 왕 펠리페 2세를 그린 유화작품이다. 태어날 때는 누구가 고귀한 인생이다. 숨 하나로 세상에 도착한 생(生) 그 자체로 이미 값이 매겨진 적 없는 고귀함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살률은 매우 심각한 사회문제이다.

2023년 기준 한국의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약 27.3명으로 집계되었는데,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높은 수치이다. 이 속도는 OECD 평균(약 10.7명)의 두 배 이상으로, 선진국 대비 매우 높은 수준이다.


< 청소년의 경우 > 청소년의 죽음은 삶을 포기해서라기보다 삶을 견딜 방법을 배우기 전에 찾아온다.


성적과 비교에서 실패는 경험이 아니라 낙인이 되며,

관계의 고립에서 SNS와 친구는 있지만 속을 털어놓을 안전한 벗은 없고

불안, 수치심, 분노에 도움을 청하는 법을 배우지 못한 채 극단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 중장년의 경우 > 중년의 죽음은 조용하고, 오래 참아온 끝에 온다.

경제적 압박과 실패 경험으로 다시 시작할 시간은 없다는 마음이 옥죄고,

역할 상실로 직장에서 밀려나고, 자녀에게는 필요 없는 존재가 되어 외로움의 만성화된다.


몸이 무너질 듯하고 마음이 캄캄한 날에도

우리는 오늘을 견디며, 끝내 희망의 삶 쪽으로 한 발 더 걸어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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