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랑주리, 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을 보고서 [디카시 038]
예술의 전당에서,
그림 앞에 섰다.
그림이나 색보다 먼저
두 사람의 기질이 다가온다.
같은 하늘을 올려다보되
빛을 붙잡는 눈은 달랐던
세잔과 르누아르.
한 사람은
완벽이라는 이름의 고독 속에서
사물의 골격을 끝까지 따라갔고
다른 한 사람은
완벽보다 사람의 체온을 믿으며
웃음이 머무는 자리에
색을 풀어놓았다.
경쟁은 있었으나
서로의 자리를 지우지는 않았고
침묵이 길어져도
존중은 남았다.
전시장을 나서며
나는 묻는다.
내 삶에는
나를 고치려 들지 않고
끝내 떠나지 않은
친구가 있었는지.
그리고
누군가에게
그런 친구가 되어준 적은
있었는지를.
오늘 예술의 전당에서 오랑주리·오르세 미술관 특별전을 보며 세잔과 르누아르의 작품을 감상하고 도슨트의 설명을 들었다. 그 시간은 그림을 보는 시간을 넘어, 친구란 어떤 사람이어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세잔과 르누아르는 두 살 차이로 젊은 시절 파리에서 만나 인상주의라는 공통의 관심사 속에서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며 경쟁자로, 또 동료로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절친한 사이였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세잔은 고독하고 대인관계가 원만하지 않았지만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이었고,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르누아르는 사교적이고 따뜻하며 배려심'이 많아 그런 세잔을 곁에서 많이 위로해주었다고 한다. 르느와르는 40대에 손가락에 루마티스 관절염의 고통속에서도 붓을 놓치 않았으며 사람들을 따뜻하게 그렸다고 한다.
모름지기 인생의 친구란 이런 사람이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같은 관심사를 나누되 서로 다른 개성을 존중하고, 단점보다는 장점을 먼저 알아보며, 경쟁 속에서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친구야말로 가장 이상적인 친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