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히 학교를 지킨 사람

축시; 퇴임의 날에 [디카시 044]

by 올제

교실의 문을 여는 일로
하루를 시작하던 사람이
이제 조용히
그 문을 닫습니다.


사십 년,
수업은 끝났지만
가르침은 남아
교실과 복도,
그리고 마음속에 머뭅니다.


학교는 말이 아니라
생활로 지켜야 한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는
높아지지 않으려고 했고
교사들 앞에서는
결정을 혼자 짊어졌습니다.


칭찬은 나누고
책임은 스스로 감당하며
학교라는 배가 흔들리지 않게
조용히 키를 잡았습니다.


말이 앞서지 않게
원칙은 뒤로 숨기고
사람이 먼저 다치지 않도록
늘 한 번 더
돌아보았습니다.


이제 그는
학교를 떠나지만
그가 세운 기준과 태도는

여전히 학교 안에 남아
다음 하루를
조용히 지탱할 것입니다.



동기들 가운데 가장 늦게 정년을 맞는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우리는 한자리에 모였다.


관례처럼 금 한 돈의 선물도 준비했지만, 누구보다 성실하게 교직을 걸어온 친구이기에 그의 퇴임을 위해 축시 한 편을 더했다.


축하와 위로, 이 모두가 사람 살아가는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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