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삶에도 눈부신 봄의 과수원이 펼쳐지길

손자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시지 [디카시 043]

by 올제

너는 빈손으로 온 것이 아니라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빛을 품고 왔다.


작고 여린 숨 속에도

너만이 가진 결이 있고,

세상 어디에도 없는

너만의 색이 잠들어 있다.


사람들은 때때로

멀리서 꽃을 찾지만,

꽃은 늘

자기 안에서 먼저 피어난다.


잘 들여다보아라.

네가 오래 바라보게 되는 것,

자꾸만 손이 가는 것,

설명할 수 없어도 마음이 환해지는 것.


그것이 바로

네가 세상에 건네줄

첫 번째 씨앗이다.


재능이란

남보다 높이 오르는 일이 아니라

자기 안의 빛을 알아보고

끝내 외면하지 않는 지혜이니,


천천히 살펴라.

조심스럽게 키워라.

그리고 아낌없이 피워라.


세상은 늘

자기 빛으로 피어난 꽃 앞에서

잠시 조용해지기도 한단다.


사랑하는 너여,

네 삶의 정원에

남의 꽃을 심지 말고

너의 계절, 너의 색, 너의 향기로


마침내

너 자신이라는 한 송이를

환하게 피워내기를.



1888년, 네덜란드의 거장 빈센트 반 고흐는 프랑스 남부 아를의 강렬한 햇살과 봄꽃이 만발한 풍경에 깊이 매료되었다. 그는 이 시기에만 14점의 과수원 연작을 그리며 자신의 예술적 열정을 쏟아부었다.


자기만의 빛으로 활짝 피어나는 길이 되길

사랑하는 손주야, 오늘은 환한 빛을 머금은 이 그림 한 점을 너에게 보여주고 싶구나.


화면 가득 싱그러운 연둣빛 풀밭 위로 하얀 꽃들이 팝콘처럼 톡톡 터진 이 과수원을 보렴. 그림 속 나무들은 제멋대로 뻗어 있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햇살을 조금이라도 더 받기 위해 저마다의 방향으로 애를 쓰고 있는 것이란다.


세상의 모든 나무가 똑같은 모양으로 자랄 필요는 없듯이, 너 또한 네가 가진 고유한 색깔을 믿고 당당하게 뻗어 나갔으면 좋겠구나. 고흐가 자신만의 두꺼운 붓 터치로 캔버스에 강렬한 생동감을 불어넣었듯이 말이야.


나무 아래 놓인 작은 갈퀴는 누군가 정성스럽게 이 땅을 일구었다는 증거란다. 네 삶도 이와 같아서, 때로는 매서운 추위 같은 시련이 찾아오겠지만 네가 성실히 마음의 밭을 일구며 기다린다면, 네 안의 꽃봉오리들도 반드시 저렇게 눈부시게 터져 나올 거야.


할아버지는 네가 이 과수원의 꽃들처럼 피어나길 기도한다. 남들보다 조금 늦게 핀다고 해서 조급해할 필요는 없단다. 정말 중요한 건 네가 가진 고유의 색깔로 네 삶을 오롯이 채워가는 것이니까. 고흐가 캔버스 위에 물감을 두껍게 올려 생명력을 완성했듯, 너도 네 앞에 놓인 매일을 열정적이고 아름답게 그려나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