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선화에게

함께 서 있어도, 각자의 마음으로 피어나는 수선화에게 [디카시052]

by 올제

수선화에게 –정호승 -


울지 마라

외로우니까 사람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다


공연히 오지 않는 전화를 기다리지 마라

눈이 오면 눈길을 걸어가고

비가 오면 빗길을 걸어가라


갈대숲에서 가슴검은도요새도 너를 보고 있다

가끔은 하느님도 외로워서 눈물을 흘리신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고

네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외로움 때문이다


산 그림자도 외로워서 하루에 한 번씩 마을로 내려온다

종소리도 외로워서 울려 퍼진다.

< 구례 치즈랜드의 수선화는 4월 4일까지 절정의 개화시기인듯 하다.>

남부지방의 수선화 명소 거제 공곶이와 구례 치즈랜드를 다녀왔습니다.

수선화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정호승 님의 "수선화에게"가 자연스럽게 생각나서 오늘의 디카시로 올려봅니다.


왜 '수선화'일까요?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가 자신의 모습에 반해 물에 빠져 죽어 피어난 꽃이 수선화입니다. 시인은 물가에 홀로 피어 있는 수선화의 형상을 통해, 자기 안의 외로움을 마주하고 있는 현대인의 초상을 투영했습니다.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자기도취), 고결, 신비라고 합니다.


그리스 신화 속 나르키소스는 자신의 아름다움에 사로잡혀 타인의 사랑을 외면하다가 끝내 자신의 모습에 갇혀버린 존재입니다.


외로움의 보편화: 시인은 사람뿐만 아니라 하느님, 새, 산 그림자, 심지어 종소리까지도 모두 외로운 존재라고 말합니다. 외로움을 특별한 비극이 아닌, 자연스러운 삶의 일부로 정의합니다.


자기 위안의 태도: "울지 마라", "기다리지 마라"와 같은 단호한 어조를 통해, 타인에게 기대기보다 스스로의 외로움을 담담하게 긍정하며 걸어가라는 의지를 보여줍니다.


따뜻한 시선: '가슴검은도요새'가 너를 보고 있다는 대목은, 우리가 혼자라고 느낄 때조차 누군가(혹은 자연)는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연결감을 느끼게 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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