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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의 골동품, 시민의 유산이 되다. 03"

- 추모기증전에는 어떤 작품이 기증되었나 -

by 올제

추모기증전을 준비하기 위해 1년 반 동안 진주의 사학자, 예술가, 교수 등이 봉사하여 작품을 평가하고 해석하였습니다. 다시 한번 감사의 인사 말씀을 전해드리고 작품 복원과 전시에 열과 성을 다한 남가람박물관 관장님 이하 관계자 분들께 고개 숙여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기증작품은

파성 설창수 선생님, 은초 정명수 선생님, 청남 오재봉 선생님, 도연 김정 선생님, 효석 조영제 선생님, 윤재 이규옥 선생님, 안재석 선생님, 창전 조원섭 선생님 등 서부경남을 대표하는 예술가들의 작품 43점이었다.


파성 설창수 선생님 편

은초 정명수 선생님 편

그 외 작품들로 나누어 연재한다.


1. 전시기간: 2022. 07.22. ~. 08.11.

2. 장소: 남가람박물관 (경남 진주시 내동면 칠봉산길 190)


은초 정명수(鄭命壽) 선생님은

부친이 건립한 비봉루의 현판을 쓰기 위해 서예에 입문하여 서예가의 길에 들어섰다. 평생을 서예에 매진하면서 진주시를 벗어나지 않고 작품 활동과 후진 양성에만 진력하였으며, 부친이 건립한 비봉루에서 활동하다가 1999년에 별세하였다.

"세속적인 출세를 거부하고, 아니 얽매이지 않고 은자의 길을 걸었던 그의 예술궤적과 성취의 정점은 지금에 와서 오히려 동시대 어느 작가에게도 쉽게 찾아볼 수 없는 그 '고갱이'에서 놀았다고 하겠다." '진주 명인' 은초 정명수(隱樵 鄭命壽, 1909~2001)에 대해 예술의 전당 서예박물관 수석큐레이터 이동국 씨가 한 말이다.

수요걷기여행_사진_20220723_6.jpg <은초 정명수 과청곡사, 원본을 분실하고 복제품을 기증하였다>

過靑谷寺 / 과청곡사

청곡사를 지나며 / 퇴계 이황


琴山道上晩逢雨 금산도상 만봉우

금산길 지나다가 늦게 비를 만났더니,

靑谷寺前寒瀉泉 청곡사전 한사천

청곡사 앞 샘에서는 찬물이 솟는구나.

謂是雪泥鴻爪處 위시 설니홍조처

인생은 곧 눈 진흙의 기러기 발자국 같다고들 하니

存亡離合一潸然 존망이합 이산연

생사(生死)와 이합(離合)이 하나의 슬픈 눈물로 흐르네.



수요걷기여행_사진_20220723_7.jpg <집안의 3대 보물이었던 용비어천가 제2막 8폭 병풍>

차례와 제사에 사용하던 병풍으로 은초 선생님께서 신미년 1991년 양력설에 쓰셨다.

1. 뿌리 깊은 나무는

2. 바람에도 흔들리지 아니하나니

3. 그 꽃이 아름답고

4. 그 열매 성하도다.

5. 샘이 깊은 물은

6. 가뭄에도 마르지 않기에

7. 흘러서 내가 되어

8. 바다에 이르는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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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강정사(月江精舍)’란 월아산과 남강이 조화를 이루는 금산에 단양 장 씨 판서공파 36대손 장학봉의 호 ‘월강(月江)을 따서 단기 4327년(1994년) 甲戌年에 함양 군수를 역임하신 商山 김상조 님이 자손들이 어질고 번성하여 옳은 일을 행하는 사람으로 가문이 번성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지어주신 이름이고 은초 정명수 님의 글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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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천 곤명면 대지주의 맏딸인 어머니 용띠

흙수저로 명석하며 자수성가한 열정적인 행동가 아버지 범띠

한번 싸우면 용호상박이다. 싸우면 집안에 가구가 새로 바뀐다.


사업가이면서 사업보다는 예술가로서 행동에 몹시 불만인 어머니와 다투는 일은 필연적이다.

두 분이 마음을 다스리는 방법을 찾던 중

평소 존경하고 친분이 두터운 은초 선생님을 찾아뵙고

"용, 범 두 글자를 적어 집에 두고 서로 경계하고 존중하여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자 한다"라고 허락을 받아 두 글자를 받아 집 안방 중요한 곳에 평생 보관하면 살았던 집안의 중요한 보물이었음.


이후 아버지는 한마음선원에서 마음공부를 하셨고

어머니는 사천 약천사를 다니면서 안정을 찾으셨다.

사업이 번창하면 번창할수록 아버지의 외부활동은 많아졌고 다투는 모습을 많이 보았고 결혼과 가정생활에 대한 자녀들의 가치관도 정립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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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풍명월은 맑은 바람과 밝은 달 자연을 노래한 것이기도 하거니와

이백의 "양양가"에서는

결백하고 온전한 성격을 평하여 이르는 말이다고 하였다.


아버지는 늘 자상하고 자녀를 존중해 주시는 분인데 가정 경제 부문에서는 늘 최하점을 받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자유롭고 창의적인 정신세계를 물려받은 나는 아버지가 자랑스럽다.


생전에 한 번도 하지 못한 말, 이 글을 통해 전해봅니다.

꼭 아버지에게 전해지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아버지~"


“집안의 골동품이 시민의 유산이 되다 01” (brunch.co.kr)


" 집안의 골동품이 시민의 유산이 되다 02 " (brun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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