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브런치 작가의 길로 들어서게 만들어준 승강기 교체공사 -
갑자기 어머니가 사는 아파트 승강기 교체 공사를 한다고 한다.
공사 기간이 한 달 동안인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공사 기간에 아파트 계단을 걸어 다니면 운동도 되고 살도 빠지고 좋은 기회가 되리라 생각하는 것이 일반적인 상식이라고 생각하면 되지만 무릎장애가 있는 85세의 할머니에게는 청천벽력과 같은 선전포고이다.
"아~~ 어떡하지"
처음에는 30일 중 20일은 우리 집에서 모시고 있으며 10일은 서울의 작은 아들 집에 모시자는 의견이 모아졌으나 옥상을 통해 옆 동 라인의 승강기 통행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고는 내가 아침마다 어머니 집으로 가서 어르신 주간 돌봄 센터 가는 버스에 탑승하도록 도와주기로 하였다.
인공관절 수술과 협착증으로 통증이 심하여 평지도 걷기 힘든 상황에서 위로 3개 층 그리고 옥상을 건너 아래로 1개 층을 내려가야 무사히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등원이 가능한 상황이다. 평소보다 30분 일찍 집에서 나서 내가 부축을 한 상태에서 아침마다 등원하기로 하였다.
문제는 옥상은 평소 사람들이 다니는 곳이 아니어서 틈이 길고 깊게 파여 노인들은 건너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었다. 공사업체에서 시멘트 블록으로 연결 통로를 만들어 주었지만 일반 사람들의 기준으로 만들었기 때문에 노약자가 건너기는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나는 나름대로 고심을 거듭하다가 통로의 틈새를 이어주는 과일상자를 떠올렸다. 그리고 과일상자 위에 목공소에서 나무로 덧대면 디딤돌 같은 발판이 만들어지리라 생각하고 재래시장에서 과일 상자를 구해 목공소로 달려갔다.
궁하면 통한다고 했다.
옥상통로의 넓고 깊은 틈새를 잘 연결해 주는 멋진 디딤돌이 만들어졌다. 그리고 건축자재 판매점에서 시멘트 블록을 10장 사서 기존 시멘트 블록에 보충해 노약자들이 쉽게 건너갈 수 있도록 보완하였다.
“1303호 덕분에 옥상길을 편하게 잘 다닙니다. 고맙습니다.”
어르신 주간 돌봄 센터에 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30분이나 일찍 집을 나서 옥상을 천천히 건너가면 자연스럽게 이웃주민도 만나게 된다. 평소에 이웃과 별로 소통할 일이 없었는데 이런 인사를 받았을 때 내가 우리 어머니를 위해 했던 노력이 이웃 주민들에게 소소한 기쁨을 주었다고 생각해서 참 반가웠다.
이런 일이 있고 난 후부터 모르던 옆집 사람이 가까운 이웃이 된 분이 여럿 생겼다.
그리고 진출입로 턱이 높아 넘어질 위험이 있는 진입로에도 시멘트를 사서 보완하였다. 한참 시멘트를 바르고 있는데 나를 알아보시는 이웃분께서 “1303호 할머니 아들 자랑을 엄청나게 하더군요. 효자라고….”
순간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어머니는 아는 이웃분들에게 자식 자랑뿐인데, 나는 과연 어머니 자랑을 해본 일이 있는가?
솔직히 나는 어머니를 위해 내 기준대로 돌보고는 있지만 돌아서면 어머니 험담을 하곤 하였다.
20일 동안 동네 뒷 산에 가듯이 어머니를 부축하여 주간보호센터 등원 탑승 도우미를 한 시점에서
'어차피 승강기 교체공사로 주간보호센터 등원하기 힘든데, 10일 정도만 어머니와 생애 마지막 장거리 여행을 떠나볼까?'
그리하여 어머니와 함께하는 제주도 여행을 기획하였고
그 느낌을 브런치 스토리에 올려 작가 신청을 하였다.
브런치 스토리에서 진정성을 알아주셨는지,
아마추어 작가의 길로 들어선 날이 나에게는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이다.
[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01 ] (brunch.co.kr)
[ 어쩌면, 아름다운 날들 02 ] (brunch.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