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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제 Aug 20. 2024

“친구의 멋진 인생을 격하게 응원할게”

- viva la vida -

 요즘 내 머릿속의 생각들은 어떻게 구성되어 있을까 한번 살펴보았다.

90%는 어머니 걱정, 5%는 브런치 글쓰기 구상, 3% 오늘 뭐 하지, 0.4%는 아들은 서울에서 잘 지낼까, 0.04% 우리 딸은 직장에 잘 다닐까, 기타 온갖 생각 1.56%인 듯하다. 내가 27세라면 95%는 지금의 아내 생각일 것 같다.

 

요양원에 입소하신 지 2주일이 지났다.

치매와 중증 협착증으로 제대로 걷지 못하고 뇌경색 증상으로 어지럼과 구토 증상을 보이신 어머니 걱정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하다가 어머니를 설득하여 요양원에 보내고 1주일은 마음이 안정되고 걱정이 줄어들었지만, 요즈음은 요양원에 잘 적응하실지 하는 조바심과 그리움이 밀려와서 무척 힘들다. 부모님을 요양원에 보내본 경험이 있는 분들은 똑같은 마음일 것이다. 부모님과 이별을 미리 경험하는 듯한 쓰라린 경험이다.      


어머니의 삶은 참 고달팠다.

1940년에 부유한 지주의 맏딸로 출생하신 어머니는 어린 시절 일제 강점기를 경험한 할아버지의 지극히 보수적인 잘못된 판단으로 학업을 초등학교밖에 하지 못한다. 어머니는 이런 학벌 배경이 결정적인 단점이 되어 가난한 아버지를 만나 농사일, 인쇄소 일을 하게 되고 50대 후반부터 무릎과 귀가 안 좋아 무척 힘든 생활을 하게 된다. 그래도 자식들만 바라보며 희망을 잃지 않고 살아왔다고 하면서 늘 자식 자랑이다.    

 

요즈음은 내 머릿속에 어머니 걱정을 줄이기 위해 어떤 일에 집중하기로 한다. 그게 바로 브런치 글쓰기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입소한 후 진로 교사의 경험을 바탕으로 4편의 브런치를 완성하였다. 진로 교사 시절 학생 지도를 했던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완성하였기에 교훈적이고 딱딱하며 지루한 느낌이 많이 난다.     


< 포항 드로잉카페에서 아내가 그린 해바라기 그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근심과 걱정은 생각하지 않으려고 할수록 더 깊어진다.

그리고 새로운 것에 몰두(沒頭) 해 보기도 한다. 사전적 의미로 어떤 일에 온 정신을 다 기울여 열 중 함이다. 바로 그림이다. 예전에 가족여행으로 포항의 드로잉카페에 가서 아크릴화로 그려본 추억이 있다.

브런치 스토리에 들어갈 삽화도 그려보고 고흐의 해바라기와 별이 빛나는 밤에를 그려보기도 한다. 그리고 고통의 여왕 프리다 칼로를 생각해 보았다. "인생이여 만세"를 외치고 떠난 멕시코의 국민화가 프리다 칼로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러웠던 인생을 미술로 승화한 점이 무척 인상 깊었다. 수박들의 단면을 통해 자신 인생의 고통스러웠던 면을 승화시킨다는 해석을 받고 있다. 프리다 칼로는 이 그림을 완성하고 8일 후 사망했다고 한다.


그림에 집중하다 보니 다른 생각을 잊게 되고 그림이 완성되는 과정에서 작은 보람과 성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게 미술치료인가 하는 따뜻한 느낌이 슬며시 다가온다.  

< 과일상자 의자 그림: vivaViva la vida는 스페인어로 '인생이여 만세'라는 뜻이다.>

아내와 오전 운동을 마치고 점심 먹고 인근 카페에 들렀다. 에베레스트라는 특이한 이름의 카페였다. 히말라야 느낌이 나는 카페 분위기와 내 친구가 살던 동네가 오버랩되면서 예전의 친구가 떠올랐다. 아니나 다를까 바로 그 친구가 운영하는 카페였다. 평생 서점을 경영하던 친구는 취미가 등산이었다. 그리고 에베레스트를 여러 번 다녀올 만큼 지방에서는 꽤 알려진 산악인이기도 했다. 나와는 중학교 동창이고 취미가 비슷하여 젊은 시절에는 술 한잔 하면서 서로의 관심사를 이야기하는 일도 많았다.


“카페 개업한 지 얼마나 되었니?”

“응 1년이 다 되어 간다.”
 “그러면 왜 연락하지 않았지?, 나 한데 알려주었으면 진작에 왔을걸”

“내가 전화했었다. 근데 그때 네가 자전거를 타면서 전화를 받는 것 같아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   

  

순간 미안한 마음도 들고 친구의 멋진 새 출발을 격려해 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인생이여 만세라는 프리다 칼로의 그림이었다.

예전에 엘리베이터 공사하던 한 달 동안 내가 옥상에 만들어 두었던 과일상자 디딤판을 카페에 대기하는 손님들을 위한 간이의자로 만들어 보기로 하고 이틀 동안 열심히 그렸다. 미술교육을 받아본 경험이 없는 나에게 아크릴 물감으로 그림을 그리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 과일 상자 의자 그림,   제목: 에베레스트의 달빛 소나타 >


그림을 그려보면서 프리다 칼로의 심정을 이해하려고 했으며 고달팠던 어머니의 삶도 이해하려고 했고, 또한 인생 2막을 준비하는 친구의 멋진 삶도 연상하면서 응원하려고 한다.      

그리고 하루하루 요양원에서 적응하려고 무척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어머니를 응원해 보려고 한다. 한 달간 요양원에서 운영하는 프로그램에 몰두하고 적응하는 시간만 잘 견디어 주시면 매월 1박 2일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여행을 준비할게요.    

 

viva la vida 인생이여 만세!     


친구의 멋진 인생을.... 어머니의 고귀한 인생을 응원합니다.



혹시나 카페 '빌라 에베레스트'의 위치가 궁금하신 분들이 계시면 이곳으로 찾아가시면 됩니다. 테이크 아웃 커피 한잔 시키시고 이 자리에 앉아 기다리시면 됩니다.  


경남 진주시 명석면 광제산로 15 빌라 에베레스트

나의 최애곡 중 하나인 콜드 플레이의 "비바 라 비다"도 프리다 칼로의 마지막 작품 수박에서 영감을 얻었다고 한다. 프리다 칼로를 생각하면서 한번 들어보시라.

https://www.youtube.com/watch?v=HosW0gulIS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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