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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제 Nov 29. 2024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

- 사랑하면서 더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

 어머니가 요양원에 안정적으로 적응하고, 즐겁게 지내시는 것 같아 내 마음에도 변화가 생겼다. 혼자 아파트에 계셨던 어머니를 CCTV를 통해서 조바심 나게 관찰하던 나의 주된 걱정이 사라졌고, 주말마다 요양원에 찾아가서 어머니를 만나 재미나게 이야기하고 멀리 사는 동생가족과 영상통화하고 같이 ‘섬마을 선생님’ 노래 부르는 것이 하나의 큰 즐거움으로 변했다.       


올해 처음으로 외국여행을 떠났다. 2주일 동안 2번의 주말 동안 면회를 못했다. 태국의 끄라비와 인도네시아의 발리를 약 15일 동안 다녀왔다. 보름동안에는 휴대폰으로 워딩을 하는 것이 어려워 브런치도 잊고 끄라비와 발리의 자연환경을 만끽하고 보름동안 무더위 속에 살았다.     


영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에서 줄리아 로버츠는 자신의 삶이 성급한 결정혼란스러운 열정으로 누적되어 점차 지쳐가는 자신을 발견하고 이혼을 결심한다. 그리고 이탈리아, 인도, 발리를 여행하면서 '삶의 균형'을 구하려고 노력한다. 여행을 통해서 대단한 진리를 깨닫지는 못하지만 사랑하면 더 큰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 인생이다라는 현재의 삶을 사는 법을 배우고 돌아온다.  

< 끄라비의 아오낭 해변, 일몰 명소이다.>


< 은퇴 후의 인간관계를 새로 생각해 본다. >     


은퇴 전의 인간관계는 주로 ‘우연(偶然)’에 의한 운명공동체였던 것 같다.

가족이란 운명공동체에서 만난 ‘혈연(血緣)’, 그리고 그 가족에 얽힌 친지들과의 혈연관계,  초, 중, 고를 다니면서 우연히 만난 친구라는 ‘학연(學緣)’, 그리고 학교라는 직장에서 만난 ‘지연(地緣)’ 지금까지 대부분의 인간관계는 가족과 학교와 직장에서 우연히 만나 이루어졌다.     

 

오랫동안 알고 지내왔던 학연과 지연이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는 생각을 해본다. 아주 오랫동안 알고 지내온 사람은 나에게 매우 익숙한 것이지, 내가 잘 알고 있다고 착각하는  경우가 많다. 같이 장기간의 여행을 해보면 유·불리에 따라 이해관계가 생긴다. 선호하는 음식이 다르고, 좋아하는 숙소의 스타일이 다르고, 여행의 취향도 달라서 하고 싶은 관심옵션도 다르고 심지어 차의 좌석위치도 호불호가 존재한다. 같이 여행하는 사람들 간의 배려가 필요하고 팀워크가 잘 맞아야 한다.      


은퇴 후에는 인간관계를 줄여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공자님의 말씀처럼 損者三友(손자삼우)는 피해야겠다. 아첨하는 벗, 겉모습만 꾸미는 벗, 말만 많고 실속 없는 벗은 해롭다고 했다. 인간관계를 새로 만들기보다는 혈연에 집중하고 싶다. 익자삼우(益者三友)와 좁고 굵은 인연을 이어 가야겠다.


이번 끄라비, 발리여행을 하는 동안 팀의 리더인 나의 여행친구 레반(닉네임)을 보면 여러 가지 느끼는 것이 많다. MBTI성격 중에서도 극 E에 해당하는 나는 ‘혼자는 외로울 것’이라 생각했는데, 레반을 보면서 말수를 줄이고 혼자 지내는 것이 오히려 차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레반은 주로 혼자 있거나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고 있는 시간을 더 즐긴다. 나도 이제 그러고 싶다.           

< 정글속의 에메랄드 풀, 온천수를 즐기는 사람들의 표정이 무척 행복해 보인다. >


<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주워 담기 힘들다.>


“사람의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주워 담기 힘들다”라는 탈무드의 교훈이 있다. "개에 물려 다친 사람은 반나절 만에  치료를 마치고 돌아가고, 뱀에 물려 다친 사람은  3일 만에 치료를 마칠 수 있지만 사람의 말(言)에 다친 사람은 아직도 입원 중이다"라는 유머도 있다. 장거리 여행을 하다 보면 좋은 경험도 하지만 예상치 못한 어려움도 겪고 이겨내야 한다. 태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입국하려면 여러 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전자비자발급, 관광세 납부, 건강체크, 입국신고, 항공권 온라인체크까지 모두 온라인으로 하는 것이 편리하다고 한다. 이 과정이 너무 힘들고 시간이 많이 소요되었다.


나도 모르게 한 마디하고 말았다.

"자유여행이 비용이 적게 들지만 이런 번잡한 일을 해주는 패키지여행이 훨씬 더 좋아"

앗 실수였다.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인데 이번 여행을 준비해 준 친구에게 해서는 안 되는 말이었다.

말은 깃털처럼 가벼워 주워 담기 힘들었다.

나도 좀 더 사랑하고 좀 더 언행을 신중하게 하여야겠다.


말실수를 줄이기 위해 몇 가지 원칙을 정해보았다.

1. 다른 사람 이야기 중에 끼어들지 않는다.

2. 말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한다.

3. 대답은 당황하지 말고 여유 있게 한다.

4. 잘 알지 못하고 말했거나 잘못 말한 것은 솔직하게 인정한다.

< 트 갈라랑 라이스 테라스는 우붓 스윙으로 유명한 곳이다. >


< 끄라비와 발리여행은 어떠했는가? >     


보름 동안 발리여행 간다니 우리 딸이 신혼여행 새로 다녀가느냐고 놀린다. 실제로 발리에는 한국인들 중 신혼부부가 제일 많았다. 세상에서 처음 보는 듯한 멋진 자연풍광에 압도되고, 저렴하고 맛있는 해물요리를 마음껏 즐기고, 조용한 시골마을에서 아침마다 올리는 기도에 삶에 대한 경건한 마음을 느끼며, 순박한 사람들에 마음을 빼앗기고 왔다.  끄라비와 발리는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기 딱 좋은 도시이다.


동남아 자유여행은 처음이었지만 이번에 끄라비와 발리를 다녀오고 아마 죽기 전에 2번씩은 더 갈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여행은 언제나 옳다.      


1. 여행기간: 2024.11.12.~11.26.(15일간)

2. 소요경비: 약 200여만 원

3. 동행: 7명

4. 숙박: 끄라비(4박 5일), 푸껫(2박 3일), 우붓(4박 5일), 사누르(2박 3일)      

5. 여행지: 푸껫(시리나트 국립공원) - 라일레이비치(끄라비) - 카약 - 에메랄드 풀 - 시암 니라밋 공연(푸껫) - 몽키포레스트(우붓)- 우붓 궁전 -  트갈라랑 라이스 테라스 - 울룬 다누 브라딴 사원 - 한다라 골프장 - 바투르 화산 전망대 - 르왁커피 농장 - 블랑코 미술관 - 자티루위 라이스 테라스 - 우붓 전통 미술관(산카라 우붓리조트) - 타나롯 사원 - 사누르 비치(자전거여행) - 가루다 공원 - 울루와투 사원 - 싱글핀 카페 - 마사지 샵 - 덴파사르 공항


< 사누르 비치에서 아침 해맞이 산책 중 만난 발리의 젊은 커플의 기도 모습 >


<  끄라비와 발리에서 평생 잊을 수 없는 가장 인상적인 5장면 >  

        

1. 끄라비의 마사지: 순박한 시골마을인 끄라비 아오낭해변에서 난생처음으로 Thai 마사지라는 것을 받아보았다. 겨우 15,000원으로 90분 동안 마사지를 받았는데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성심을 다해 마사지를 받았는데 한국에서 허리치료를 위한 도수치료 같았다. 우리의 부모님 세대가 고생한 것이 머릿속에 떠오르며 나라가 가난하니 국민들도 힘들게 벌고 산다는 느낌 때문에 넉넉하게 매너팁을 주고 나왔다.   

                  

2. 푸껫해변에서의 패러세일링: 물론 구경만 했다. 그런데 패러세일링을 보조하는 태국인들은 아무런 장비도 없이 패러세일링의 이·착륙을 돕고 밧줄에 몸을 싣고 하늘을 날아올라 관광객의 뒤에서 조정하면서 목숨을 걸고 생계를 이어가고 있었다.  


3. 우붓 자티루위의 다락논: TV에서 보았던 자티루위의 다락논을 실제로 보니 가슴이 먹먹해질 정도로 대단하였다. 낮은 언덕이었을 것으로 추정되는 산을 깎아 계단식 논으로 만들었는데 빈 곳이 한 곳도 없이 모두 다 벼를 심었고 일부는 추수를 막 마친 곳도 있었다.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자티루위 라이스 테라스는 숨 막히는 푸른 경치로 유명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완벽한 휴식처였다. 나에게는 최고의 여행지였다.


4. 사누르의 일출장면과 아침기도: 발리에서도 비교적 조용한 도시인 사누르는 아침일출이 장관인 곳인데 해돋이 명소에 가서 황홀한 해돋이를 보았다. 사누르에서는 아침 해돋이 시간에도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를 즐기면서 각자 자신만의 방식으로 일출을 즐겼다. 젊은 커플 한쌍이 물속으로 들어가더니 아침 해돋이 기도를 하는 것을 보았는데 이 한 장면으로 발리가 어떤 곳이지 잘 설명되었다.            

          

5. 울루와투와 싱글핀: 울루와투의 'Ulu'는 머리, 'Watu'는 돌을 뜻하며 바다의 영혼을 의미하는 검은 화산석으로 만들어진 사원이다. 바다 위 절벽 75m 위에 세워져 있으며, 발리 남부 페카투 지역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성지로 손꼽히는 곳이다. 선셋 타임에는 깎아지는 절벽에 부딪히는 파도의 모습과 케착 댄스를 보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싱글 핀 Single Fin     

서퍼들의 멋진 서핑 실력을 볼 수 있는 곳! 발리 남부 오션뷰를 한눈에 담을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한 바였다. 우리 집사람의 표정에서 가장 만족도가 높은 곳이었다.      


끄라비와 발리 여행을 한 마디로 말하자면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이다.    

"인생은 사랑하면서 더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라고 영화 속 주술사가 말했다.

끄라비와 발리에서는 사람을, 세상을 더 사랑하는 법을 자연스럽게 배워야 했다.

 

인생이란 긴 여정을 함께 건너가기 위해서 부부가 항상 마음속에 새겨둘 명언이다.


“attraversiamo(아트라베 시아모)”


“우리함께 건너보자”

P.S.: 직접 그려본 발리 여행 지도


사누르에서 자전거 1시간 대야 하면  약 2000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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