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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올제 Dec 03. 2024

인생은 "자신의 빛을 일평생 소비하며 살뿐이다."

- 가치 있는 일에 환한 빛을 밝히는 사람이 되자 -

아들이 잘 다니던 병원에 사표를 내고 개원을 하겠다고 한다. 부모의 입장에서는 당연히 무리수를 두는 것에 대해 찬성을 할 수가 없었다. 그러나 개원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여 완강히 반대를 할 수 없었다. 그저 우리가 도와줄 수 있는 범위에서 도와줄 뿐이다.      


나는 평생 공직에만 근무하다 보니 마땅히 도와줄 일이 없다. 노트북 받침대로 사용할 나무판에 아들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고 서투른 솜씨로 그림과 글씨를 써 주었다. 항상 마음속에 새기길 바라면서....      

< 매일 사용하는 노트북 스탠드에 항상 마음속에 새겨두라고 프로필 사진과 파랑새를 그려주었다. >


그리고 제주도 올레길 축제와 발리여행을 다녀와서 개원하는 날에 맞추어 서울에 왔다. 그리고 아들의 성공적인 출발을 기원하는 짧은 격려사를 준비해서 개원식날 축하하러 오신 가족친지들에게 낭독을 하였다.  

    


< 걱정과 기대가 섞여있는 격려사 >

  바쁜 일정에도 불구하고 귀한 시간을 내어주신 가족·친지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올립니다.    

아들은 인생이라는 큰 바다에 작은 배 한 척을 띄우고 힘차게 나아가려고 합니다. 우리 가족 친지들은 큰 뜻을 품고 넓은 바다로 나아가려는 아들의 항해에 무한한 격려(激勵)와 응원(應援)을 보내는 바입니다.     

지난 33년간 아버지로서 지켜본 아들은 위기(危機)가 닥쳤을 때 큰 힘을 발휘하여 기회(機會)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그 기회를 기적(奇蹟)으로 만드는 것을 보고 우리 가족 모두 놀라워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대학교 입시가 그러했고 의과대학 편입과정이 그러했고 군대복무가 그러했습니다. 그래서 이번 위기도 기회와 기적으로 만들어줄 것으로 확신합니다.     

다만 이번 항해는 혼자만 해 낼 수 없는 무척 어려운 항해이어서 직원들과 뜻을 같이 모아 흔들림 없이 협심하여 나아가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입니다. 이탈리아어로 “attraversiamo(아트라베 시아모)”라는 단어가 있습니다. “우리 함께 건너보자”라는 뜻입니다.

가족, 친지, 병원대표원장, 직원들 ~
다 같이 함께 건너봅시다, “attraversiamo(아트라베시아모)”     


< 타고난 사업가이자 예술가이신 선친은 인쇄업을 하셨고 생전 남기신 유품 43점을 나는 모두 박물관에 기증하였다. >


< 돌아가신 아버지의 흔적을 따라가는 것 같다.>     


선친께서는 서부경남에서 제일 큰 인쇄업을 하셨다.

1979년 당시로는 파격적인 독일 하이델베르크에서 칼라인쇄기를 직수입하여 서부경남 유일하게 칼라인쇄를 할 수 있는 인쇄소였다. 사업은 너무 번성하였고 갑작스럽게 아버지께서는 지방의 신흥부자 그룹에 속하여 지역의 교수, 문화계를 주름잡았던 분들과 교류를 하였으며 아버지께서는 가난한 예술가들을 후원하시거나 지역의 문화발전에 후원하는 일에 앞장을 섰다. 자연스럽게 집안에 많은 돈과 미술품이 쌓여갔다.


그러나 인생이 자신의 생각처럼 흘러가는 것은 아니었다. 인쇄업은 사양사업이 되었고 가세(家勢)는 급격히 기울었다.


평생 사업하는 아버지를 보고 자란 나에게는 사업가의 피가 흐른다. 타고난 사업가인 아버지의 기질을 받아 나도 사업을 하고 싶었다. 적당한 말재주와 유머감각, 가끔씩 묘수(妙手)로 어려운 상황을 피해 가는 능력 그리고 강한 추진력.. 내가 판단해도 나도 사업가의 기질이 있었다.

그러나 내 인생은 고3 담임선생님의 원서 한 장에 항의 한마디 해보지도 못하고 사범대학으로 결정되고 말았다. 그리고 뜻하지 않게 평생 연금 받는 연금생활자가 되었다.      


다시 아들이 큰 모험을 하려고 한다. 나를 사이에 두고 조손(祖孫)이 함께 사업을 한다. 할아버지는 성공적인 출발과 순조로운 항해를 하였지만 직원들과의 소통부족과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해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할아버지의 전철을 밟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지만 이미 배는 떠났고 풍랑을 만나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풍랑을 만나도 잘 극복해 마무리를 잘 해내기를 바랄 뿐이다.   

    

우리 부부는 아버지의 사업 실패 이후 10여년 동안 부모님 생활비를 보태야만했고, 아들은 서울의 사립대학교 진학하여 졸업한 이후 지방의대 다시 입학하여 10년 동안 공부하여 공무원 월급으로 힘든 10여년을 보냈다. 나 스스로 집안의 거름이 되었다고 위안을 삼아 본다.



< 아들의 항해에 당부하고 싶은 4가지 >  

 

1. 건강을 잃어서는 안 된다.

 돈보다 중요한 것이 건강이다. 모든 사람들의 역할을 잘 나누고 시간을 잘 활용하여 '일과 휴식' 그리고 '돈과 건강' 그리고 '몸과 정신'을 균형 있게  맞추면 좋겠다. 균형이 무너지면 삶의 질도 떨어져 쉽게 지친다.    


2. 혼자 가려고 해서는 안된다.

  집단지성의 힘을 믿어야 한다. 직원들의 한 마디 한 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쓴소리에 더 박수 칠 수 있는 용기를 가져야 한다. 항상 피드백하고 마음을 열고 소통해서 시대의 변화에 잘 적응해야 한다.       


3. 내 마음속에 누름돌 하나를 잘 보관하고 있어야 한다.

  사람은 감정의 동물인지라 가끔씩은 나도 모르게 참기 힘든 순간이 오게 마련이다. 김장의 장독김치에 숨을 죽이는 누름돌처럼 마음속에 자신의 누름돌 하나를 가지고 살면 좋겠다.

 

4. 실력 있는 의사보다는 친절한 의사가 더 좋더라.

내가 병원에 다녀보니 실력 있는 의사보다 친절한 의사에 호감을 가지고 찾게 되어 되니 실력도 중요하지만 친절한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바라고 바라건대 존경받는 사람보다는 신뢰받는 의사가 되었으면 좋겠다.

< 국립중앙박물관에 비엔나 1900 전시회를 하고 있다. 에곤실레의 계시라는 작품이 나의 '원픽'이었다. >

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어머니 슬하에서 자란 에곤실레는 어머니의 따뜻한 보살핌을 받지 못해 불행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래서 인간의 불안과 고독, 그리고 죽음에 관한 관찰이 매우 세심하고 정교하여 자신의 미술작품에 아주 선명하게 잘 녹아 있다. 30년도 안되는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자신의 모든 에너지를 그림에 쏟아붓고 유명을 달리한 에곤실레는  자신의 작품에 대한 기록을 거의 남기지 않았는데 '계시'라는 작품에서는 편지 속에서 작품의 숨은 의도를 밝혔다고 한다.


“모든 사람은 자신의 빛을 평생 소비하며 살아갈 뿐이다. 빛이 모두 소진되면 이상 빛나지 않는다.”

"위대한 인물이 주변에 미치는 영향이 느껴본 적이 있는가?"


지금까지 인생에서 자신이 가진 빛을 가장 환하게 비추려 하고 있는 아들에게 뜨거운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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