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사운드 오브 뮤직

"좋은 아버지는 존재할까?"

by 올제

최근 고등학교 동창들과의 만남이 있었다.

금융인, 기업인, 공무원들은 대부분 퇴직을 하였고 일반 사업하는 친구는 아직 현직인 경우가 많았다. 자연스럽게 이야기는 퇴직 후의 생활로 화제의 중심이 모여간다.


누군가가 묻는다.


“만약 우리가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타임머신을 타겠느냐고? “


다들 잠시 고민을 한다. 그리고 10년 전의 자신의 모습을 뒤 돌아본다. 50대 초반의 자신을 돌아다 보고는 하나둘씩 답을 한다.


아무도 안 돌아간다고 한다 ! ! !


< 강화도 동막 해변에서 일몰 >

예상치 못한 답변에 나도 조금 놀랐다. 4명의 친구들 중에 누군가는 돌아가겠다고 할 것 같았는데 아무도 안 돌아간다고 하니 이런 생각이 든다. 다들 대한민국의 50대를 참 치열한 경쟁과 스트레스 속에 살았구나...


그런데 내 생각은 조금 달랐다. 10년 전으로 돌아갈 수 있다면 나는 기꺼이 타임머신을 타겠다. 타임머신을 5번 정도 타고 1978년 2월 4일 중학교 3학년 시절로 돌아가고 싶었다. 그 시절에 나는 인생영화인 '사운드오브뮤직'이란 영화를 보았고, 영화에 감명을 받은 나는 당시 내 인생의 꿈을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으로 정했다.


멋진 영화와 감명 깊은 독서가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 미치는 영향력은 아주 지대하였다


영화에 나오는 대사들은 기억이 없지만 노래하는 즐거운 화목한 가정, 그리고 헌신적이고 사랑스러운 새 어머니가 무척이나 인상적이었던 것 같아 나의 뇌리에 깊이 새겨졌다.


그때 고교동창 학교 한 친구가 말한다.

“그 당시 자네의 꿈이 좋은 아버지가 되는 것이라고 했는데 그 꿈은 세상에서 제일 이루기 힘든 꿈이야, 자식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 하고는 다른 거지...”


2025 을사년 새해를 맞이하여 서울 아들집을 방문하였다. 새해 덕담도 하고 새로 만든 우리 집훈에 대한 얘기도하면서 한해를 잘 지내보자고 격려도 하기 위해서였다.


아들에게,


화, 근, 검, 독


和則 無怨有安(화즉 무원유안)

화합하면 원망이 없고 질서가 있으며


勤則 無欠有蕃(근즉 무흠유번)

근면하면 흠이 없고 번성할 것이며


儉則 無悔有福(검즉 무회유복)

검소하면 후회할 것이 없고 복이 생기며


讀則 無愚有慧(독즉 무우유혜)

독서하면 어리석음이 없고 지혜로울 것이다.


가훈에 대한 배경과 의미를 안내해 주었다.


< 전등사 대웅전 처마, 목수의 재물을 훔친 주모가 처마 끝에 앉아서 평생 회개(悔改)하면서 반성하고 있다. >

그리고 강화도 전등사에 갔다. 대웅전에 공양미에 정성껏 이름과 기원(冀願)을 적고 부처님께 뜻을 전하고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조양방직에 들렀다. 조양방직에서 1978년 2월 4일 한국에서 개봉한 사운드오브뮤직 포스터를 발견하였다. 어린 시절 추억이 생각나서 포스터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사운드 오브 뮤직이란 영화를 보고 난 47년이 지난 후 내가 내린 결론은 이러하다.


“세상에 좋은 아들은 있어도,

좋은 아버지란 없다.


다만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해서

끊임없이 노력할 뿐이다."


"만남은 인연(因緣)이지만 관계는 노력(努力)이다."


좋은 아버지가 되기 위한 노력을 위해 나는 3단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믿고 있다.


관심(觀心)⇢ 관찰(觀察) ⇢ 통찰(通察)


그런데 대부분의 어른들은 관심과 관찰은 잘 하지만 통찰로 이어지지 못하고 간섭으로 들어서게 된다.


간섭이란 관찰하고 성급한 자신의 판단 기준으로 상대방에게 훈수하는 것을 말하고, 통찰이라고 하는 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관찰하여 해결방안을 깊이 고민하고, 가장 적절한 방안을 적절한 시기에 제시하는 것을 말한다.


간섭과 훈수는 자녀에게 반발을 하게 만들지만 통찰은 자녀를 반성하여 자신을 성찰하게 만든다.

아버지란 참 어려운 자리이다.


부자(夫子)지간은 부르면 대답할수 있는 그리운 거리만큼 떼어놓고 흘러가야 한다.


빌게이츠와 워런 버핏은 TV대담 프로그램에서 대학생들로 부터 이런 질문을 받았다.


진정한 성공이란 무엇인가요?


가까운 사람에게서 사랑받는 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표지 사진설명:- 강화도 조양방직 옛터에서 본 사운드오브 뮤직 포스터이다. 이 포스터를 보는 순간 잊고 살았던 중3시절의 나의 꿈에 대한 아득한 그리움이 일어났다. 조양방직 옛터에 가시면 이 포스터를 한번 찾아보시라.



keyword
작가의 이전글"Non uomo, uomo gia fu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