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
요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정약용 지음, 박석무 편저)를 읽고 있다.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읽어보았다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 것이라는 단순한 착각과 내 아들도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자녀 교육에 참고를 하였으면 하는 생각을 하였다. 그리고 이 책을 읽고 평생 간직하고 싶은 우리 집 가훈(家訓)을 정해보려고 한다.
이 책을 진즉에 읽고 마음속에 새겨두었다면 항상 말(言)을 조심스럽게 사용하고, 친구를 사귀기에 마음을 쓰기보다는 가족과 형제를 더 깊은 이해를 하려고 했을 것이며, 휴대폰보다는 독서(讀書)에 더 힘을 쏟으며 술(酒)보다는 커피를 더 좋아했을 것 같다.
<다산 정약용 선생이 보낸 가훈(家訓) >
다산 정약용은 18년 동안 폐족이 되어 강진 다산초당에서 고독하고 쓸쓸한 생활을 독서와 편지로 위안을 삼고 500여 권의 책을 편찬하면서 선비의 기개를 잃지 않고 굿굿이 견디어 내었다. 나는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글 중에서 아래 글에 감화를 받아 우리 집의 가훈(家訓)으로 삼기로 하였으며 자녀들도 마음속에 새겼으면 좋을 듯하다. 가훈에 남긴 네 글자를 선정하여 서예공부에 진심이신 작은 아버지께 부탁을 드릴 생각이다.
나의 작은 아버지께서는 대기업에 다니시다 정년 퇴직하신 후 70대 후반에 서예공부를 시작하여 10여 년 동안 붓글씨에 심취하여 크고 작은 전시회에 출품을 하셨으며 80대 중반이라는 고령에도 아주 건강하고 정신도 맑으시다. 그래서 선친(先親)을 대신해 우리 집 가훈을 적어주시기에 적임자이시다. 그래서 카카오톡으로 편지글을 남겼다.
작은 아버님~~
요즘도 건강하게 잘 지내시지요? 가족 단체톡방에서 작은 아버님의 서예공부와 산행모습을 잘 보고 있습니다. 이토록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자기 관리를 너무 잘하시니 제가 보고 배우는 것이 참으로 많습니다.
저는 요즘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라는 책을 읽고 있습니다.
다산 정약용이 폐족이 되어 18년 동안 강진에서 유배되어 자식에게 보내는 편지글 속에 이른 문장이 있습니다(p.89). 그래서 저도 아들과 딸에게 마음속에 새겨둘 가훈(家訓)으로 4글자를 적어주려고 합니다.
“거가사본(居家四本)을 편찬하라”
주자(朱子)가 말하길 “화합(和合)하여 잘 지내는 것은 집안을 질서 있게 하는 근본이요, 부지런하고(勤勉) 검소(儉素) 한 것은 집안을 다스리는 근본이요, 독서(讀書)는 집안을 일으키는 근본이요, 천리(天理)에 따르는 것은 집안을 지켜나가는 근본이다.”했으니 이것은 이른바 가정생활의 네 가지 근본이다. 이를 합하여 ‘거가사본(居家四本)’이라 칭하고 책상 위에 놓아두고 항상 읽는다면 어찌 심신에 크게 유익하지 않겠느냐? (89 page)
천리(天理)란 ‘인욕(人慾)’의 대립어로 하늘에서 부여된 선성(善性)을 말한다고 합니다. 주자에 의하면 천리는 사람이 자신 속에 구비되어 있는 천부의 선성인데, 그것은 끊임없이 인욕이라는 이기적인 욕망에 사로잡힌다고 합니다. 따라서 인간은 각 인욕을 극복하고 천리에 복귀해야 한다 하였습니다.
화합(和合), 근면(勤勉), 검소(儉素), 독서(讀書) 네 글자를 선정하였습니다. 그리고 여기서 언급하고 있는 '가정을 지켜나가는 천리(天理)'는 효도(孝道)를 뜻하는 의미로 파악됩니다. 다섯 가지 항목 중에 효도를 의미하는 천리는 가훈에서 빼고자 합니다. 태어나서 웃음 짓고 자신을 삶을 열심히 살아 올바른 성인으로 성장한 것으로 효도(孝道)는 다 했다고 생각되니 아들과 딸의 가훈으로 화합, 근면, 검소, 독서 4가지로 정하고자 합니다.
화(和), 근(勤), 검(儉), 독(讀) 이 네 글자를 우리 집 가훈으로 삼도록 하겠습니다.
다산 정약용의 4글자에 해석을 달아보았습니다.
和則 無怨有安(화즉 무원유안) 화합하면 원망이 없고 질서가 있으며
勤則 無欠有蕃(근즉 무흠유번) 근면하면 흠이 없고 번성할 것이며
儉則 無悔有福(검즉 무회유복) 검소하면 후회할 것이 없고 복이 생기며
讀則 無愚有慧(독즉 무우유혜) 독서하면 어리석음이 없고 지혜로울 것이다.
글씨가 완성되면 연락 주십시오. 제가 찾아뵙고 맛있는 식사를 대접하며 가져오도록 하겠습니다.
실로 온 국민이 존경하는 다산 정약용 선생님께서 우리 집 가훈을 정해주신 것으로 여기면서 마음속 깊이 되새겨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시대가 달라졌고 유배지에 있던 대학자 정약용의 상황과 AI와 넘쳐나는 새로운 정보와 기술 개발로 하루가 달리 빠르게 변화하는 지금의 세상은 많이 다르지만 근본은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자녀들의 마음속에 꼭 새겨두어야 할 다산의 가르침으로 독서(讀書)와 술(酒) 그리고 용기(勇氣)와 기상(氣像)에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 오직 독서(讀書)만이 살아나갈 길이다. >
“폐족으로서 잘 처신하는 방법은 오직 독서밖에 없다. 독서는 사람에게 있어서 가장 중요하고 깨끗한 일일 뿐만 아니라, 호사스러운 집안 자제들에게만 그 맛을 알도록 하는 것도 아니고 또 촌구석 수재들도 그 깊은 경지를 넘겨다 볼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삼대를 계속해오지 않은 의원 집안이 아니면 그의 약을 먹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몇 대를 내려가면서 글을 하는 집안이라야 문장에 능할 수 있는 것이다.” (43 page)
“나는 몇 년 전부터 독서에 대하여 깨달은 바가 큰데, 마구잡이로 그냥 읽어내리기만 한다면 하루에 백번, 천 번을 읽어도 읽지 않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무릇 독서하는 도중에 의미를 모르는 글자를 만나면 그때마다 널리 고찰하고 세밀하게 연구해서 그 근원을 터득하여 글 전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105 page)
< 술(酒)이란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킨다. >
“어찌 글공부에는 이 아비의 버릇을 이을 줄 모르고 주량만 아비를 훨씬 넘어서는 거냐? 참으로 술맛이란 입술을 적시는 데 있다. 소 물 마시듯 마시는 사람들은 입술이나 혀에는 적시지도 않고 곧장 목구멍에다 탁 털어 넣는데 그들이 무슨 맛을 알겠느냐?”
“나라를 망하게 하고 가정을 파탄시키는 흉패한 행동은 모두 술 때문이었기에 옛날에는 뿔이 달린 술잔을 만들어 조금씩 마시게 하였고 더러 그러한 술잔을 쓰면서도 절주 할 수 없었기 때문에 공자께서는 ”뿔 달린 술잔이 뿔 달린 술잔 구실을 못하면 뿔 달린 술잔이라 하겠는가?"하고 탄식하셨다." (109 page)
< 용기(勇氣)와 기상(氣像)을 가슴에 품고 살아라. >
"무릇 한 가지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목표로 삼을 만한 사람을 한 명 정해놓고 그 사람의 수준에 오르도록 노력하면 그런 경지에 이를 수 있으니, 이런 것은 모두 용기라는 덕목을 통해서 할 수 있는 일이다." (198, page)
"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은 한 때의 재해를 당했다 하여 청운의 뜻을 꺾어서는 안 된다. 사나이의 가슴속에는 언제가 가을 매가 하늘로 치솟아 오르는 기상을 품고서 천지를 조그마하게 보고 우주도 손으로 가볍게 요리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녀야 옳다." (202, page)
< 세상을 바라보는 기준은 2가지이다. >
"천하에는 두 가지 큰 기준이 있다. 하나는 옳고 그름의 기준이요, 다른 하나는 이롭고 해로움에 관한 기준이다. 옳음을 고수하고 이익을 얻는 것이 가장 높은 단계이고 마지막 가장 낮은 단계는 그름을 추종하고 해를 보는 경우이다." (139, page)
< 거짓말은 피하고 말(語)은 조심해서 해라는 내용을 편지글에서 반복적으로 언급하고 있다. >
“거듭 당부하는 건 말조심이다. 전체적으로 완전해도 구멍하나만 새면 깨진 항아리 일 뿐이고 백 마디를 모두 미덥게 하다가도 한 마디만 거짓말을 하면 도깨비장난에 지나지 않을 것이니 너희는 정말 조심하여라. 말을 실속 없이 과장되게 하는 사람은 남이 믿어주질 않는 법이니 가난하고 천한 사람일수록 더욱 말을 적게 해야 한다.” (183 page)
"온 세상의 재화나 우환, 하늘과 땅을 흔들고 한 집안을 뒤엎는 죄악은 모두가 비밀리에 하는 일에서 생겨나게 마련이니, 일에 임하거나 말을 할 때에는 부디 깊이 살피도록 하여라.: (203 page)
정약용은 1801년 발생한 신유박해 때 전남강진으로 유배되어 18년간 유배생활을 하고
1818년 귀양이 풀려 그의 나이 57세에 고향 남양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다산 정약용 선생은 또한 수많은 명언을 남기셨다.
"오르막길은 어려워도 끈기로 올라갈 수 있으나 내리막길은 쉽다. 그렇기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작고 사소한 것에 애정을 쏟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곧 위대한 일을 이루는 기반이 된다."
" 천하 만물 가운데 굳이 지킬 것 없지만 오직 나만은 지켜야 한다. 천하에 잃기 쉬운 것 중 나만 한 것이 없다."
시대적으로 지금과는 너무나 다르지만, 성년이 된 나의 아이들에게도 한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그리고 미래의 손자, 손녀의 교육에도 이용하였으면 좋겠다. 사람이 살아가는 일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별반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된다. 독서를 열심히 하는 일이나, 부지런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는 일이 삶의 기본이 아닐까 싶다.
P.S. : 사진설명_ 순천 낙안읍성이 내려다 보이는 금전산에서 보라보는 낙안읍성과 낙안들판의 겨울풍경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