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칙 파괴의 역설, 목적을 달성하는 전략적 유연함
일이건 생활이건 오래하다보면
몸에 원칙이라는 이름의 강박이 인처럼 박힌다.
명절보내는것도 포함.
계획은 세워졌다.
형님네. 몇시까지. 뭘준비하고, 장보고, 음식준비하고
역할배정하고 따따닥 순식간에 정리.
막 동그랑땡을 마무리 해가는데, 형님한테서 부재중 전화가 와있다.
불안하다.
어머님 몸상태가 좋지 않아 요양원에서 못나오신단다.
멘붕.
어떻게 해야하나.
식은땀나고 발동동.
대체로 집안 가구와 일체가 되기도 하는 우리 대장1님이
디렉팅을 지시한다.
'음식을 다 싸서 요양원으로'
헉.
나는 안돼는 이유를 구구절절 설명하다.
정작 아들인 내가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 말을 먹는다.
요양원에 따로 배정된 방에서
몰래 숨겨온 막걸리와 음식을 바리바리 속전속결로 풀고 나눠먹었다.
다 먹을때 쯤 담당자분이 오셔서
'여기서 음식 나눠드시면 안돼요'
아네네. 치울께요 (다먹었지롱)
명절을 보내면서
새삼 우리 대장1님의 명쾌하고 탁월한 령도력에
감복한다.
평소엔 '자기는 원칙이 없어 항상 그때그때야'라고
싫은 소리하던 내가 부끄럽다.
생각해보니 원칙은 목적에 부합할때만이 실효가 있다.
목적이 바뀌면 방법은 바뀌어야 한다.
중년이 넘어갈때 몸에 베인 원칙이란 이름때문에
목적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앞으로도 우리 대장님 말 잘듣고 살아야지.
젖은낙엽처럼 징그럽게 붙어살아야지.
다짐한다.
#젖은낙엽 #나는갱년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