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의 길, 그 시작에서
2023년 9월 23일
꿈 속에서 누군가를 만났다. 주변은 어둑어둑했고 안개가 자욱했다.
짙은 안개 속에 가려져있는 실루엣이 보였다. 키가 크고 덩치가 컸다.
안개 때문에 얼굴이 보이지 않았기에 누구인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옷차림은 보였다.
마치 사극에서나 볼 수 있을 듯한 옷차림. 무관이 입을 법한 단정한 옷차림과 머리에 쓴 깃털 달린 모자.
그 실루엣은 나에게 천천히 또박또박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무녀가 되어라."
너무나 뜬금 없는 말에 나는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곤 오래 고민하지 않고 대답했다.
"싫은데요?"
순간 눈이 확 떠졌다. 꿈이었다.
너무나 생생한 꿈이었다. 꿈에서 깨고 눈을 떴는데도 생생해 어안이 벙벙할 정도였다.
당시의 나는 교회를 다니고 있었다. 그냥 대수롭지 않게 꿈을 넘겼다.
하지만 이 날을 기점으로 이를 악물고 버텼던 신병이 점점 더 심해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