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도리란 뭘까 2편

나는 할 만큼 했다고 생각하는데...

by Aria

당시 나는 중학생이었고 동생은 9살, 6살이었다. 아버지는 이혼하고 할머니집에 들어갔다. 자기가 밥이며 빨래며 이런 집안일을 하기 싫다는 이유였다. 그렇다고 할머니가 밥이며 빨래며 해주셨느냐.

그건 또 아니었다.


내가 아침에 등교할 시간에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주무셨고 내가 할 줄 아는 음식은 라면과 달걀프라이뿐이었다. 둘째 동생도 학교를 가야 했기에 나는 라면 한 개를 끓여서 면은 내가 먹고 국물은 동생이 밥을 말아먹게 하고 학교를 가게 했다.

그 누구도 우리의 밥을 챙겨주지 않았다.


그러나 친척들과 집안사람들 모두는 입을 모아 내게 말했다.

엄마가 없으니 장녀인 네가 엄마 역할을 해야 한다.

이 말이 틀렸다는 걸 몰랐다. 집안일과 동생들을 돌보는 것이 당연히 내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가스라이팅 했다.

그때 내가 14살인데 뭘 알았겠는가. 시키는 대로 했다.

식모는 돈이라도 받지 나는 용돈도 받지 못하고 집안일을 모두 해야 했다. 당연히 내가 해야 하는 말 때문에.


고등학생 때 이혼 가정인 친구에게 들었다. 그게 무슨 개소리냐고.

"야. 그게 무슨 개소리야. 왜 네가 엄마 역할을 해야 하는데. 동생들만 엄마 없어? 너도 없어. 근데 왜 그걸 네가 책임져야 하냐고. 엄마 역할은 네가 해야 하는 게 아니라 너네 아빠가 해야 하는 역할이야."


세계가 깨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가스라이팅을 당한 나는 벗어나기 어려웠다.


내가 고등학생 때 남동생은 초등학생이었다. 어느 날은 부모님 참관수업이 있어서 내가 가기로 했다. 아버지는 시선도 주지 않고 나더라 가라고 하셨다.

내가 갖고 있는 옷 중에서 나름 예쁜 원피스를 입고 학교에 갔다. 남동생은 내가 와서 좋았는지 연신 웃으며 내가 서있는 곳을 힐끔거렸다. 수업이 끝나고 담임선생님과 면담을 했다. 담임선생님은 조심스럽게 말씀하셨다. 남동생이 개인위생이 안되다 보니 냄새가 나서 친구들에게 따돌림을 당하고 있다고. 내게 동생의 개인위생에 신경을 더 써줄 것을 부탁하셨다. 나는 그대로 아버지에게 전달했다. 아버지는 망설임 없이 나보고 남동생을 씻겨주라고 하셨다.


이건 또 무슨 개소리일까.


나는 고등학생이라 야간자율학습을 마치고 집에 오면 오후 10시인데? 아버지는 5시에 퇴근해서 집에 오면 아무리 늦어도 6시인데? 그럼 아버지가 씻기고 돌봐야 하는 것 아닌가?

아버지는 우리가 어떻게 사는지 관심이 하나도 없으셨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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