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병은 몸만 아픈 것이 아니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정말 미칠 것 같다. 당장 베란다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하고 밖에 나가면 도로에 몸을 던지고 싶은 충동이 들기도 한다. 오늘도 나는 이를 악물고 버틴다.
나의 내림굿이 확정되고 난 후, 신어머니께서는 나에게 당부하셨다.
"기도하면 몸이 아픈 건 좀 낫겠지만 마음이 힘들 수 있어. 감정이 요동치고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은 느낌이 들 수도 있거든. 그럴 땐 혼자 버티지 말고 언제든 엄마(신어머니)에게 전화해라. 알았지?"
신기하게도 내림굿을 받기로 하고 나는 우울증 약을 끊었다. 2016년부터 올해 초까지도 먹었던 약인데 이걸 끊었다. 예전엔 약을 안 먹으면 정신이 미쳐버릴 것 같고 하루 종일 방에 틀어박혀 울기만 하고, 웃다가도 갑자기 울기도 하고 그랬다. 이젠 안 먹어도 제정신이 유지가 되더라. 우울증만 있는 게 아니고 불안장애와 공황까지 심했다.
신병은 몸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몸과 마음만 아픈 것이 아니었다. 나와 큰언니의 경우도 비슷했는데 둘 다 몸도 마음도 일도 인간관계도 개박살이 난 경우였다.
아니 진짜 이렇게까지 인생이 망할 수 있나 싶을 정도로 인생이 꼬인다.
일단 몸이 아픈 건 기본으로 달고 언니들도 나도 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약을 처방받아 복용했다. 작은 언니는 귀신이 보이는 것과 가위눌림 때문에 잠을 못 자 수면제를 처방받았는데 그래도 잠을 못 잤단다. 신어머니를 만나 부적을 받은 당일부터 가위눌림이 사라지고 꿀잠을 잤다고. 그래서 다음날 회사에 지각했단다ㅋㅋ
큰언니는 더 심한 편이었는데 자세히 듣진 못했지만 회사에서도 난리였고 주변 인간관계도 아작이 났단다.
나는 신어머니께 여쭈었다. 신굿을 하기로 했는데도 왜! 이렇게 미칠 것 같은지.
신어머니께선 조곤조곤 말씀해 주셨다.
신들은 절대 내가 죽기를 바라지 않으신다고. 지금 나를 괴롭히는 건 허주(잡귀), 잡신이라고. 내 그릇을 깨버리려고 나를 괴롭힌다고 하셨다. 울고 싶으면 펑펑 울고, 억울하고 서러우면 할머니(할머니신)께 매달려 기도하라고 하셨다. 참지 말고 힘들면 힘들다고, 도와달라고, 살려달라고 할머니께 매달리라고 하셨다.
지난 월요일인 20일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기분이 땅으로 꺼져 지구의 핵까지 내려간 듯했다. 아침부터 신어머니께 전화해 펑펑 울었다.
그런데 다음날인 화요일은 컨디션이 최상이었다. 상쾌하게 일어나 운동하고 일하고 집안일까지 하고 하루를 정말 알차게 보냈다.
웃기게도 수요일인 어제는 또 기분이 맨틀 아래로 꺼졌다. 또 죽고 싶었다. 그냥 다 필요 없고 죽고만 싶었다. 정말 지치는 하루하루였다.
오늘은 괜찮을 줄 알았건만, 아침부터 머리도 아프고 기분은 바닥을 기고 속도 메스껍고 짜증이 치솟았다.
그래도 살아야지. 오늘도 옥수(깨끗한 물)를 떠놓고 부채와 방울을 놓고 기도한다.
내가 쓰는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길, 내가 신실한 제자가 되길, 간절히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