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마음은 갈대와 같아서...

작은 바람에도 이리저리 흔들리는구나

by Aria

신할머니 법당에 다녀온 뒤 거짓말처럼 몸이 가벼워졌다. 나는 신이 나서 여기저기 놀러 다니며 내 일에만 집중하고 살았다. 아예 신굿에 대해 잊어버리고 살았다. 기도도 하지 않았다. 어쩌다 생각이 나면 대충 하는 정도... 부끄럽게도 그랬다. 몸이 좋아지니 언제 그랬냐는 듯 간절함이 사라졌다.


'이대로라면 신을 안 받아도 되지 않을까? 안 받아도 괜찮네~ 살만하네. 사실 내림굿 비용이 부담스러웠는데 조용히 그냥 살자!'

이런 생각으로 살았다.


그러다 내가 하려던 일이 엎어지고 다시 몸도 아프고 인생이 와장창 깨지기 시작했다.

나는 너무 속상했다. 서러웠다. 억울했다. 화가 났다.

왜 내가 이렇게 힘들어야 하는지.

왜 내가 이런 일을 겪어야 하는지.

매일 머리가 아파 깨질 것 같고 도무지 움직일 수가 없었다. 뭘 하려고 해도 머리가 아프니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정말 문자 그대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죽고 싶었다.


결국 나는 신어머니께 연락을 드렸다. 자초지종을 털어놓으니 5월 14일에 강원도 법당에 오라고 하셨다. 내가 사는 곳에서 강원도까지 시외버스로 약 4시간이 걸린다. 엄두가 나지 않았다. 무엇보다 몸이 너무 아프니 그 여정을 견뎌낼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나는 살아야 했다. 그때 나에게는 정말 모든 길이 다 막혀버린 상태였다. 내 경제까지 쿠크다스처럼 부서져 내려앉아버렸기 때문에 버스비도 부담스러웠다.

출발 당일 새벽까지 고민하다 결국 후다닥 준비해서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버스가 휴게소에 잠시 정차했을 때, 아침도 못 먹고 목도 말라 커피를 마시려고 차에서 내렸다. 터벅터벅 힘없이 걸어가 커피를 주문하려고 보니 커피가 6,000원이었다.

아... 선뜻 계산하기 어려웠다. 그리고 수만 가지 생각이 머릿속에 스쳤다.


'예전에는 이것보다 비싼 커피도 생각 없이 사 먹었는데... 어쩌다 내가 이렇게 되어버렸을까...'


그때 나는 건강 문제과 상사 문제로 다니던 병원을 그만둔 상태였다. 프리랜서처럼 일을 하고 있었는데 진행 중이던 프로젝트가 담당 PD의 거절로 엎어졌다. 나는 모아둔 돈을 쓰고 있었다. 작년부터 준비해 온 부업은 퇴직금까지 보태어 투자했지만 전혀 진전이 없었고, 설상가상으로 남은 걸 끌어모아 열심히 한 프로젝트는 엎어지고. 통장 잔고를 볼 때면 눈물이 앞을 가렸다.


그래도 나는 커피를 샀다. 오늘 가는 법당에서 끝장을 보자는 각오를 담아 마셨다.

커피 맛이 달았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너무 다양한 신병 증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