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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Aria Jun 12. 2024

신어머니 법당에 다녀오다

2024년 5월 14일 일기

강원도 원주의 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렸다. 몸이 만신창이가 된 듯 아팠다. 아침을 먹지 않았지만 배는 고프지 않았다. 휴대폰으로 버스를 찾아 겨우 몸을 싣고 법당으로 향했다.


법당에 도착하니 학생처럼 보이는 사람 두 명과 신어머니가 맞아주셨다. 알고 보니 학생이 아니라 나보다 먼저 신을 받은 선배님들이었다. 나보다 나이는 어렸지만 따지자면 언니인 셈이다. 먼저 법당에서 절을 하고 인사를 드리고 신어머니가 상담을 해주셨다.


나는 너무 억울하고 서럽고 화가 나고 감정이 폭발해 눈물만 뚝뚝 흘렸다. 신어머니는 이런 내 마음을 알아주셨다. 이 마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하셨는데 말은 쉽지...ㅠㅠ

내가 이미 약속을 한 번 어겼기 때문에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야 한다고 하셨다.(원래 5월에 산도 가고 내림굿도 하려고 했었다.)


나는 너무너무너무 억울했다.

왜? 내가 뭘 그리 잘못해서 내 인생이 이렇게 무너져야 하는지 모르겠다.

나는 그저 어릴 때부터 줄곧 아팠고 하는 일도 안 풀리고 어렵고 힘들게 살았다. 빌어먹을 병 때문에 간호사 일을 2년 쉬면서 병원비와 생활비로 빚이 어마어마하게 생겼다. 죽고 싶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몸이 부서져라 일하고 겨우 좀 안정되나 싶었는데 이렇게 또 박살이 났다. 하는 일은 하나도 안 풀리고 되는 일이 없고 몸은 아프고 삶의 무게에 짓눌려 숨이 막혔다.


신어머니께서 동전과 색색깔의 깃발로 점을 봐주셨다. 이 글에 전부 다 밝힐 순 없지만 일단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나는 속는 셈 치고 믿어보기로 했다.

내게 부채와 방울을 들고 흔들어보라고 하셨는데 어떤 느낌이 드는지 물어보셨다. 솔직히... 아무 느낌도 들지 않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스친 생각이 있었다.

'내가 믿지 않아서 아무 느낌이 없는 거구나.'

신어머니께서 신의 조화를 믿어야 한다고 하셨다.


사실, 지금 이 글을 쓰는 동안에도 신의 조화라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이 일기를 쓴 시점인 5월 14일 이후 오늘인 6월 12일까지 약 한 달 동안 많은 일들이 있었다. 꿈을 그렇게나 꿨지만 아직도 내가 신내림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뭔가 착오가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냥 단순히 조상환란이나 뭐 그런 게 아닐까.


하지만 이 의문도 산에 다녀오고 나면 괜찮을 거라고 하셨다. 산에 가서 내게 내린 신이 누구인지 내가 직접 내 입으로 말해야 한다고 하셨다. 나는 다시 산에 갈 날짜와 내림굿을 받을 날짜를 잡았다. 이번엔 반드시 약속을 지킬 것이다.


그렇게 신어머니와의 상담이 끝나고 이후에는 언니들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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