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많다. 임상 경험이 쌓임과 동시에 내 개원 시점도 다가오기 때문이다. 내 삶뿐 아니라 미래 우리 가족의 인생이 걸린 "대사업"이기에 신경이 많이 쓰인다.
이 땅에 병원이 부족해서, 적당한 곳에 열기만 하면 큰 어려움 없이 운영이 된다면 걱정 안 해도 되겠지만… 이미 수의 시장은 포화이다.
아마도 내가 열게 될 병원을 중심으로 5km 반경으로 동심원을 그려보면 동물병원이 최소 2~3개는 있지 않을까 예상해 볼 수 있다.
개원을 하는 순간 내 동물병원은 주변 동물병원이 가진 작은 파이의 일부를 조금이라도 뺏을 수밖에 없는 경쟁자요, 불편한 이웃이 될 것이다.
사실 그렇게 따지면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이지만, 그렇다고 또 불편한 경계대상이자 이웃에게 피해를 입히는 가해자가 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어쨌든 직업의 원초적 목적인 "돈벌이"를 해야 하므로 환자들이 내 병원에 와야 하고 또 오도록 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그들에게 불편하지 않은 이웃이 됨과 동시에 경제적으로 잘 운영할 수 있을까?'
정말 미안하지만, 그것은 불가능하다. 서로 주고받는 1차 병원과 2차 이상의 대형병원이 아니라면, 게다가 근거리에 위치하고 있다면 당연히 경주를 벌일 수밖에 없는 가깝고도 먼 사이가 된다.
'결국 중요한 것은 마인드가 아닐까?'
먹고살기 위해, 주위 병원을 이기기 위해, 환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더 많은 환자를 끌어들여 큰 수입을 올리기 위해, 병원을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내 병원 근처에 살고 있는 (가능하면 먼 곳이라도) 수많은 동물 이웃과 보호자들의 몸과 마음의 건강을 위해, 최선의 것을 주겠다는 목표 하나만 가지고 가야 할 것 같다.
그런 마음이라면 근처 병원이라 할지라도, 나보다 특정 분야를 더 잘하는 곳이라면 적극적으로 그곳에 가서 해당 진료를 보러 가시라 안내할 수 있지 않을까…
또한, 억지로 싸워 이기려 하지 않아도… 가장 좋은 것을 해주지 않거나, 해주려 공부하고 연구하고 노력하지 않는 병원이라면, 자연스럽게 경쟁에서 밀리게 되지 않을까…
"결국 고민의 끝에는 이렇게 본질이 기다리고 있는 것 같다"
다른 모든 것을 떠나 "최선을 다해 생명이 아픈 원인을 찾고, 그 원인과 아픔 자체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의료의 본질을 추구한다면, 굳이 머리 싸매고 고민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