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슬개골 탈구
수의사가 되고 멍멍이나 고양이와 동떨어진 삶을 산 지 어언 14년입니다. 게다가 반려동물을 양육해 본 경험도 전무하니, 이쯤 되면 반려동물을 좀 키워본 일반인보다도 한참 못한 수준입니다. 그런데도 6년간 보고 들은 것이 여전히 남아있기는 한가 봅니다. 자꾸 두 발로 서는 땅콩이를 보면 머릿속을 스쳐가는 단어가 있습니다. 바로 "슬개골 탈구"입니다.
슬개골이란 무릎 관절 위에 자리하고 있는 둥근 삼각형 모양의 작은 뼈로 무릎 관절의 움직임을 부드럽게 하고 충격이 가해질 때 이를 완화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은 대퇴골 아래 끝 부분의 오목한 골("대퇴 도르래 고랑"이라고 한다) 안에서만 움직여야 하는데 안쪽 또는 바깥쪽으로 벗어나는 경우가 있고, 그것을 "슬개골 탈구"라고 합니다.
슬개골 탈구는 유전적으로 물려받은 것이 가장 큰 발생 요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후천적으로는 낙상이나 외부의 강한 충격에 의해서 생기기도 하고, 딱딱하고 미끄러운 바닥에서 생활하거나 급작스런 움직임이나 점프를 하는 놀이습관 또는 심한 운동을 통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슬개골 탈구가 생기면 정도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슬개골과 대퇴골 사이에서 마찰이 생기고 그로 인해 염증과 통증, 그리고 영구적인 퇴행성 뼈 손상이 일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 많이 기르는 소형견의 경우 80% 이상이 이 슬개골 탈구를 겪고 있고, 결국 수술에까지 이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하니 땅콩이 걱정을 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습니다.
땅콩이는 어린 푸들답게 두 발 서기를 아주 많이 합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보이는 것이 바로 땅콩이의 앞발 발바닥입니다. 식탁이든 소파든 앉아있으면 어김없이 다가와 두 발 서기를 합니다. 사람의 몸에 두 발을 대고 있으면 그나마 뒷 두 발에 가해지는 체중 부담이 덜할 테니 좀 낫겠지만 언제까지 그렇게 서있게 할 수도 없습니다. 안아주면 될 일이기도 하지만 계속 안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집의 방바닥이 장판으로 되어 있어 미끄럽기도 합니다. 놀아주려고 공을 살짝 던지면 재빠르게 쫓아가다가 미끄러집니다. 아무리 발바닥 털을 밀어주어도 그다지 소용이 없습니다. 러그를 깔아주었더니 장난감인줄 아는 가 봅니다. 외출하고 돌아오니 밑바닥을 전부 물어뜯어 놓았습니다. 솜뭉치가 굴러다닙니다.
그래도 배운 것이 있다고 땅콩이를 안을 때 종종 혹시 탈구가 생겼나 슬개골에 힘을 가해 봅니다. 다행히도 아직 땅콩이는 슬개골 탈구 증상이 없습니다. 하지만, 아직 7개월 밖에 살지 않았기 때문에 언제 생길지 알 수 없습니다. 20% 정도는 잘 넘어간다고 하니 낮은 확률에 희망을 걸어봐야 할까요?
'에라, 모르겠다. 될 대로 돼라' 할 수는 없습니다. 플랜을 짜 봅니다. 감사하게도 땅콩이는 살이 잘 찌질 않습니다. 일단은 체중 관리는 잘 되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미끄러운 바닥을 해결해야 합니다. 물어뜯지 못하는 미끄럼 방지 매트를 구입하려 합니다. 그리고 급작스런 운동은 집이 아닌 밖에서 할 수 있도록 가급적 하루 한 번은 놀이터에 데려갈 것입니다.
마지막 관문은 "두 발 서기"입니다. 가장 고민스러운 부분입니다. 그런데 땅콩이가 두 발로 선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높은 곳에 있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자세를 좀 낮춰야겠습니다. 두 발로 서지 않아도 되도록 말입니다. 더 같이 놀고 싶다는 표현일 것입니다. 충분히 놀아주고 밖에서 자유롭게 뛰어놀 수 있도록 해야겠습니다. 두 발로 설 힘이 없을 정도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