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 일광욕
낮에 집에 있으면 땅콩이가 우리 집에서 유일하게 햇볕이 드는 베란다 쪽 거실 한편에 누워있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한가로워서 참 좋겠다는 생각과 함께 '혹시 집이 좀 추워서 그런가?' 궁금증을 갖게 됩니다. 한 겨울도 아니고 얇은 긴 팔 티셔츠 하나 입고 있으면 적당한, 대략 20도 내외의 온도인데 털로 뒤덮인 땅콩이가 추위를 느끼진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햇빛의 밝고 따뜻한 느낌이 좋아서 그럴 것이라고 단순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역시 이유가 있었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것이지만 햇빛은 사람이나 다른 동물과 마찬가지로 개에게도 매우 중요하다고 합니다. 사람보다 훨씬 더 본능에 충실한 개는 몸이 필요로 하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던 것입니다.
지구에 사는 모든 동물은 지구의 자전에 따른 하루 24시간의 생체 리듬에 맞춰 살아갑니다. 또한, 모든 동물은 본래 밖에서 생활하는 것이 자연스럽습니다. 아파트가 아닌 야생에서 사는 동물은 동이 트는 이른 아침부터 해가 질 때까지 온몸으로 햇빛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개의 피부와 눈에 내린 햇빛은 온갖 종류의 중요한 신체 대사를 촉진한다고 합니다. 특히, 아침 햇빛은 개가 24시간 생체리듬을 시작하는 데 있어 아주 큰 영향을 주며, 눈에 있는 빛에 민감한 세포는 햇빛에 반응하여 뇌의 시상하부 호르몬 분비를 유도하고 생체리듬을 조절하는 작용을 한다고 합니다.
이러한 생체리듬에 맞도록 하루를 사는 것은 개가 건강을 유지하는 데에 있어 굉장히 중요하다고 합니다. 이 리듬이 깨지거나 다른 인공적인 빛에 의해 방해를 받으면 만성적인 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고 합니다. 또한, 면역력과 대사 기능의 저하는 물론 장내 미생물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햇빛은 개의 세로토닌 분비를 증가시킨다고 합니다. 세로토닌은 개의 기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하며, 개가 행복감을 느끼도록 하는 호르몬입니다. 따라서, 적당한 햇빛은 개의 기분을 좋게 하지만 햇빛 노출 시간이 적은 개는 우울감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이것으로 개가 일조량이 적은 겨울에 계절성 우울증(seasonal affective disorder)을 겪는 원인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물론 우리가 너무 잘 알고 있듯이 햇빛에 지나게 노출되면 좋지 않은 면들도 있습니다. 자외선에 의한 열사병이나 화상의 위험이 있을 수 있고, 피부암 발생 가능성을 높이는 주요한 인자로 햇빛을 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사는 대부분의 실내 반려견들에게는 거의 해당되지 않는 사항일 것입니다.
보호자가 집을 비우는 시간이 길 수밖에 없기 때문에 적절한 햇빛이 필요한 반려견을 위한 인공조명 제품도 나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역시 오로지 해만이 줄 수 있는 자연스럽고 완벽한 빛을 구현해 낼 수는 없을 것입니다. 그리고 베란다와 창을 통해 들어오는 햇빛도 여전히 부족할 수밖에는 없습니다.
여기서 산책의 중요성을 또 한 번 느끼게 됩니다. 노즈워크, 운동, 기분전환, 야외배변, 사회화만 있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적절한 햇빛 노출을 위해서도 산책은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었습니다. 산책, 산책 또 산책... 반려견 전문가들이 '개들에게 산책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라고 혀가 닳도록 말하는 이유를 또 한 가지 알게 됩니다.
앞으로 누가 반려견을 키우기 전에 저에게 조언을 구한다면, 매일 아침 평소보다 30분 일찍 일어날 수 있는지 먼저 물어볼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다음에는 추운 겨울 잠에서 깨자마자 밖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있는지 물어볼 것 같습니다.
그 어려운 것을 해낼 자신이 있다면, 그때 시작하라고 말해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