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트리 (drone tree)
아이는 가끔 소외된 장난감에 눈길을 줍니다. 지난 토요일도 그랬습니다. 저에게 와서는 장난감 장 한쪽 구석에 박혀있는 (외할아버지가 선물로 사주신) 드론을 꺼내달라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상자를 열어본 것이 언제인지도 모를 정도로 한참 동안 아이의 관심 저 너머에 있던 물건이었습니다.
과연 정상적으로 작동이 될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상자를 열었습니다. 거의 만진 적이 없으니 외양은 깨끗합니다. 그런데 조종기를 꺼내보니… 안에 들어있던 건전지 내부에서 뭔가가 흘러나와서 접촉부의 금속을 지저분하게 뒤덮고 있습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어서 검은 물질들을 깨끗이 닦아내고 건전지도 새것으로 갈아 넣었습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습니다. 드론 내부에 충전식 배터리를 끼워 넣어야 합니다. 당장 해보자는 아이를 살살 달래고 나서 배터리를 충전기에 연결했습니다. 드론 상태를 보아하니… 큰 기대가 없어진 아이는 드론은 잊은 채 신나게 또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놉니다.
몇 시간이 지나고… 일말의 기대를 품고 배터리를 연결하고 조종기의 스위치를 ON으로 밀어 올립니다. 그리고 설명서에서 하라는 대로 조종 레버를 아래로 내렸다가 위로 슬며시 올립니다. 되면 좋고, 안돼도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큰 기대를 걸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프로펠러가 큰 소리를 내며 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공중 부양을 합니다.
"원래 이게 이렇게 잘 되던 건가?"
뜻하지 않은 드론의 비상에 놀란 저는 아이에게 묻습니다. 아이도 '우리 집에 저런 귀한 것이 있었다고?'라고 생각하는 듯 신기해하며 기뻐합니다. 두어 번 더 시험 비행을 마친 뒤 당장이라도 나가고 싶었지만 이미 해가 진 시간이라… 아쉬움을 뒤로한 채, 내일 교회 갔다 와서 잠깐이라도 공원에서 날려보자고 아이와 약속에 약속을 거듭하고 잠자리에 들었습니다.
예배를 마치고 집에 돌아오는 아이의 걸음이 무척이나 바쁩니다. 3시부터는 또 모임이 있어서 드론 날릴 시간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급하게 집 정리를 해놓고 아이와 드론을 들고나갑니다. 둘은 가급적 나무가 없는 곳을 찾아서 드론을 내려놓았습니다. 대망의 첫 비행의 운전대는 아이가 잡았습니다. 드론은 멋지게 날아올랐지만 레버를 너무 빨리 내려서 이내 땅으로 곤두박질합니다.
"조종하기 어렵네. 이제 아빠가 한 번 조종해 봐"
저는 '내가 그래도 너보다는 나을 것이다' 자신하며 조종기를 건네받았습니다. 금세 바닥에 떨어지지 않게 하겠다고 호언장담하며 레버를 내렸다 올립니다. 드론은 생각보다 높이 날아오릅니다. 그런데 아직 방향 조작이 미숙해서 드론은 높은 나무가 있는 쪽으로 날아갑니다. 위기감을 느낀 저는 레버를 이리저리 움직여봤지만 촘촘한 가지 사이를 통과하지 못하고 꼼짝없이 걸려버립니다.
기대하는 마음으로 바쁜 시간을 쪼개서 밖으로 나왔는데 단 두 번만에 드론을 못쓰게 돼버린 것입니다. 아이는 주위의 동네 형에게 축구공을 빌려와 저에게 건넵니다. 공을 차서 드론을 맞춰 떨어뜨려 보란 이야깁니다. 그런데 정도껏 높아야지 가능한 일입니다. 높은 나무 상단 끝에 걸려있어서 정확히 맞추기 어렵습니다. 다시 레버를 조작해서 날아오르게 해 보지만 제자리에서 날개만 돌뿐입니다.
집에 손님들이 올 시간이라 뭔가를 더 해볼 수가 없습니다. 아니, 해본다 해도 될 것 같지가 않습니다. 나무 위에 올라가 가지를 흔들어볼 생각도 잠시 했지만 예수님을 보기 위해 나무에 올라간 삭개오와 같은 열정은 제게 없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한창 일할 나이인데 고작 저 드론 하나에 저와 우리 가족의 삶을 걸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아이는 눈물을 뚝뚝 흘립니다.
"아빠가 미안… 울지 말고… 모임 끝나고 한 번 다시 와보자. 내일까지 뭔가 해보고 안되면 하나 사줄게"
제 실수이니… 드론을 멀쩡하게 내리지 못한다면, 새것으로 하나 사준다는 약속을 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도 엄마를 붙잡고 아빠가 내 드론을 나무에 걸리게 했다고 하소연합니다. 참 난감합니다.
모임이 끝나고 밖으로 나가니 어느덧 컴컴해졌습니다. 아이와 전 다시 공원으로 향합니다. 횡단보도를 건너 우리 드론이 걸려있는 나무 쪽을 멀리 높게 올려다봅니다. 그런데 공중에서 뭔가 반짝반짝 빛이 납니다. 문제의 그 나무에 가까이 갈수록 빛이 더 선명하게 보입니다. 그 빛의 근원은 바로 드론이었습니다.
드높은 나무 꼭대기에서 붉은색과 초록색 빛이 별처럼 깜빡입니다. 마치 트리에 달아놓은 전구 같습니다. 크고 화려하진 않지만 어두운 밤에 반짝이는 작은 빛은 참 예쁩니다. 아이와 저는 드론을 내려볼 생각은 하지도 않고 마치 크리스마스 트리를 보듯 쳐다보며 사진을 찍어댑니다. 예상치 못한 사고로 순식간에 드론을 잃었지만, 그 드론을 통해 예기치 못한 기쁨을 얻었습니다.
예수님을 멀리서, 그저 바라만 봐도 좋을 것 같아서 나무에 오른 삭개오가 눈앞에 찾아온 예수님을 보고 느낀 감정도 그와 비슷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봅니다. 놀랍게도 크리스마스 트리 꼭대기에 달려 빛나는 별도 예수님을 상징하는 것이니… 참 재미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