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두부세모 Nov 02. 2022

어쩌다, 고시원 3

1인 거주지로서 고시원

과거의 나는 더 과거의 나와 연결되기도 했다.

살면서 소녀 감성을 품어봤나 의심이 들지만 내 나름 중고등학생 때 야자와아이, 천계영, 박은아, 박희정 등 유명한 작가의 순정만화 정도는 즐기며 살았다.

천계영 작가의 ‘dvd’란 만화 중에 이런 장면이 있다. 이름하여 ‘ 방 안에 눈물을 가득 채워.’라고 지금 감성엔 적잖이 놀랄지도 모른다. 자꾸 죽고 싶은 생각이 드는 여자 주인공 땀에게, 비누라는 남자 주인공이 자살하는 좋은 방법을 알려준다.

“필요한 재료는 청테이프 하나, 일단 창문과 방문 틈새를 꼼꼼히 다 막고, 그 안에서 슬픔만큼 운다. 눈물이 고이고 방 안에 차오르고, 결국 자기 눈물에 빠져 죽는 거야.. “

하지만 땀은 아무리 슬퍼도 그만큼 우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고, 비누는 “그건 죽을 만큼 슬프지 않아서 그런거야” 라며 주인공만이 뱉을 수 있는 대사로 맞받아친다.

고시원 방에 누우면 이 대화와 그림들이 종종 둥둥 떠올랐다.

이 방이면 가능할지도 몰라.

이 정도 사이즈는 채울 수 있어.


그렇다해도 내 방은 큰 편에 속했다.

대학생 시절 친한 친구가 어학연수를 다녀와서 마땅한 집을 구하지 못해 한 학기 동안 살았던 고시원에 가본 적이 있다. 좁은 폭의 침대 아래에 일체형 책상이 있어 누우면 그 밑으로 발이 들어갔다. 자다가 잘못 움직이면 부딪치기 십상이었고 책상 위로는 낭비되는 공간은 사치라는 듯이 수납공간을 만들어 놓았다.

나머지 발 디디는 공간에서 옷을 갈아입고 고시원 방문을 열어 들어오갈 수 있었다. 이후로 나는 쓸모없는 것에 대한 미덕을 찬송했다. 필요가 정해지지 않은 공간이야말로 진정한 창조이니 무용함을 잘 다루는 사람이 되자고.

무엇보다도 열악한 환경은 외부창 대신 복도로만 창이 나있어 아침에 해가 뜨는 일을 알아차릴 수 없다는 것이었다. 그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내가 언제 자고 언제 일어나야 하는지 모르겠어.’ 란 그녀, 늦잠을 자다가도 밖이 밝아지면 몸이 반응하거나 시계를 보지 않아도 바깥을 통해 시간을 짐작했던 습관이 무색할 뿐이다.

이 안에서는 눈이 오고 비가 와도 알 수 없을 뿐더러 옆 건물에 불이 나도 모르거나 가장 늦게 알아차리거나..


거처로 쓰이는 단일방엔 꼭 외부창이 있어야 할 일차적 이유는 신체적 위협, 재난을 피하기 위해서다. 복도를 통해 여러 개의 방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구조에서 복도 또한 위험에 노출됐다면 창이 유일하게 살 수 있는 통로다.

작년 고시원 주거환경 개선하기 위해 ‘서울시 건축조례’를 개정(2021.12.30)했다. 22년 7월부터 신축, 증축되는 모든 고시원은 방마다 유효 폭 0.5mX유효 높이 1m 이상 크기의 창문을 의무적으로 설치, 개별 방의 전용면적은 7제곱미터 이상(화장실 포함 시 9제곱미터 이상)이어야 한다고 규정한다. 7은 2 곱하기 3.5, 2.4 곱하기 2.916666.., 루트7은 2.64575131107.. 이다.

어떤 숫자의 곱이 고시원으로서 가장 이상적일까?

주택법에서 정하는 ‘국민이 쾌적하고 살기 좋은 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필요한’ 최저주거기준에 따르면 1인최소주거면적은 14제곱미터(4.235평)이다. 14제곱미터를 만족하면 현관과 화장실과 주방도 포함하면서도 살기 좋다라는 말이다.

참고로 루트14 3.74165738677..이다. 참고로 기본 싱글 침대 사이즈는 1M X 2M .. 놀란 사실은 마지막으로 개정된 날짜가 2011.5.27 이었다는 건데, 잘못 확인한  아닐까 연혁을 다시 보고 눈을 다시 비벼봤지만 이후 꿋꿋하게 개정 따윈 없었다. 여하튼  기준에 따른다면 주택은 안전성, 쾌적성을 확보할  있다고 한다..그렇다 하더라도 고시원은 주택이 아니라서  하나의 면적은 여전히 14제곱미터  아래에서 밑도는 7제곱미터이다.



(이어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