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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두부세모 Nov 27. 2024

2024.11.27 첫눈

첫눈이 왔다.

채 지지 못한 단풍 위로 눈이 쌓였다.

열이 좀 나는 것 같아 오늘 일은 하지 못했고 대신 눈과 살구를 이불 삼아 낮잠을 잤다.

우정씨가 사다 준 만두를 먹으며 -어제 뭐 먹었어?-를 봤다.

다시 낮잠을 잤다.

낮잠 사이에 살구 산책을 했다.

하얀 눈 사이로 보이는 컴컴한 저녁을 건너 살구와 한강을 나갔다.

한강공원은 고요하고 맑았다. 개와 사람, 사람과 아이 그리고 눈사람, 눈사람까지 합쳐도 채 열 명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조금 신이 났다.

눈에 찍힌 살구 발자국은 살구인데, 내 발자국은 내가 아니다.


밤 열한 시 배라도 채우고 싶은 마음에

밥솥을 열어 밥을 푸고 임실에서 담가 온 김치를 자르고 계란프라이를 해서 참기름과 싹싹 비벼

먹어본다.  


살구가 있어 다행인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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