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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잡글

2025.05.04

일진 : 그날의 운세, 운세 : 운명이나 운수가 닥쳐오는 기세.

by 두부세모

오늘 오후 5시, 교통사고를 당했다.

강변북로에서 합정쪽으로 빠지는 길에서 연휴 정체로 차들이 엉금엉금 가고 있었는 데 뒤에서 쿵- 몸이 앞으로 훅 밀렸다.

찰나 얼어붙었다가, 아 뭐지? 놀랐다가, 정말? 당혹스러웠다가, 왜 하필? 왜? 짜증이 올라왔다.

첫 사고였다. 다행히 큰 충돌은 아니었기에, 별일 없으니 다행이란 마음으로 차분히 상대방과 처리했다.

의도치 않게 두시간이 사라졌다.

앞으로 수리며 치료며 또 시간과 에너지들이 아깝게 쓰이겠지. 란 부정적인 마음이 올라와 거슬렸다.훠이훠이.

집에 가려고 운전대를 다시 잡아서야 서서히 힘이 빠지고 심장이 뛰었다. 이게 서서히 시작되는 후유증인가?

밖에 오래 머물렀고 사고도 있어서 집에서 푹 늘어지고 싶었다.

싶었지만…! … 오늘의 나를 그대로 방치하면 내일의 나도 망가질 것만 같아서 주섬주섬 냉장고를 털어 대충 후루룩 오븐에 구웠다.

뭐라도 먹어야지,

남은 살과 에너지를 지키기 위해 뭐라도 먹어야지. 이번에 바뀐 약은 몸에 부작용도 없는 대신 더불어 식욕도 없어서 시간에 제때 먹겠단 생각을 안 할 경우엔 끼니를 놓치기 쉽다.


투덜대려고 아빠한테 전화를 걸었다.

요즘 일진이 안좋아. 자꾸 안 일어나도 될 것들이 나한테 생겨.

아빠는 허허허 웃는다. 살다보면 이런 일들도 있고 저런 일들도 있거니, 충분히 속상해 한 다음엔 그런갑다 해. 암것도 아니여.

하- 두달전에 주차해놓은 차 위로 옆 건물 지붕기와가 푹 떨어져서, 파노라마도 깨져 앞유리도 깨져 보닛도 망가졌을때도 똑같은 소리 하시더니, 참 위로가 됩니다..

그래도 잘 챙겨먹고 푹 자고 내일 병원은 꼭가보고.

허- 알겠어.

묘하게 나도 받아들여졌다. 저 마음..


어차피 일어난 일, 상대방 기분도 좀 헤아려서 상냥하게 말할 것을.

물론 경과는 봐야겠지만, 그래도 크게 다치치 않았으니 다행이에요. + 옅은 미소

저는 아직 어설픈 하수요.


아니다. 화를 내지도 않았고 충분했다.

매번 곱씹어서 자아 성찰하는 것도 병이야.

심지어 이번 건 핀트도 이상해.. 또 반성.


이건 그냥 일기, 기록이다.

쓰고 싶었던 건 이건 아니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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