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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Jul 10. 2024

판포리로 가는 길 - 한경면 판포리

  판포리는 제주도 한경면에 있는 곳으로 경관이 아름다운 곳으로 꼽힌다. 지대가 높아 어지간한 곳에서는 바다를 내려다볼 수 있어 멀리 수평선을 따라 비양도가 그림처럼 보인다. 십여 년 전까지만 해도 주변에는 황량 그 자체였으나 시간이 흐르면서 마을이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길 옆에 허물어져가던 돌담들이 반듯하게 정비되고 그에 따라 마을 길도 깔끔하고 넓게 조성되어 산책하는 사람들도 전 같지 않게 많이 보인다. 아마도 동네가 펜션이 많이 생겨남에 따라 변한 현상일 수 있다. 이른 아침에는 바다를 끼고 조깅하는 사람들도 보이고 윤이 흐르는 털을 가진 멍멍이를 데리고 산책하는 사람들도 많이 보인다.

  대로변 건너에 포구가 있는데 전에는 몇몇 낚시하는 사람들이 낚싯대를 드리워놓고 있기도 했는다. 얘기를 듣자면 고기도 별로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지금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낚시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관광객이 즐겨 찾는 핫 플이 되어 여름 내내 하와이를 방불케한다. 포구는 해안가의 모래사장 같지는 않으나 안전하게 놀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시즌에는 사람들이 많이 모여든다. 요즘에는 아예 수영복 차림으로 다니는 모습이 간간이 포착되어 가벼운 한숨이 새어 나오기도 한다. 

  "조만간에 비키니 차림도 볼 수 있겠다."

  내가 하는 말에 우리 애들이 웃었다. 늦은 봄이 되면 마을 길은 여러 종류의 꽃들이 피기 시작한다. 특히 판포리를 상징하는 '날달맞이'꽃은 마을 도로변을 화사하게 물들어 놓아 봄의 정수를 보여준다. 날달맞이는 번식력이 강하다. 그러나 뿌리가 깊지는 않아서 정리하기는 어렵지 않은 이점이 있다. 약해 보이나 끈 질기 생명력으로 우리 주변을 엷은 분홍빛으로 물들여 바라보는 눈을 호강시킨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에 우리가 가게를 냈다. 이름하여 메밀집인 '판포모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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