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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에세이 14화

정원

by 옥희

잘 조성된 정원은 아름다움에 감탄한다.

녹음이 주는 싱그러운 그늘과 바람은 피곤한 몸에 쉼 을 준고, 형형색색의 꽃들이 주는 아름다움은 눈을 호강하게 한다. 푸르고 우아하게 만들어가기 위해 벌레를 없애주고 가지 정리를 해야 하는 노동의 수고를 피할 수는 없다.

우리 집 마당에 다른 나무보다 초록빛이 진하며 반들반들 윤이나는 사철나무가 있다. 날씨가 따뜻해지면서 나는 주변을 정리했다. 그러다가 사철나무에 애벌레들이 달라붙어 뽕나무 잎을 먹어치우듯이 마구마구 갉아먹고 있는 것을 보았다. 초록 잎이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벌레가 심한 가지는 톱으로 잘라내어 태워 없애고 남은 가지는 모기를 잡는 홈키퍼를 뿌려 주었다. 임시방편이지만 넓게 뿌려주고 한 시간 후에 다시 가서 보았다. 나는 차마 나무를 보지 못하고 고개 돌려 외면했다. 나무에서 벌레비가 내리고 있었다.

안개비는 들어본 적이 있지만 벌레비가 내리는 건 처음 보는 장면이다. 나는 고민했다. 결국 손 닿을 만큼만 키우기로 맘을 먹고 다음 휴무 때는 톱으로 잘라 자라는 키를 줄여줄 생각을 했다. 옆에 있는 나무도 너무 빽빽한 곳은 가지치기를 해서 통풍이 되게 할 생각을 가졌다. 오늘 오후에만도 손대어 잘라낸 가지들이 산처럼 쌓아 놓고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손바닥 만한 마당에 눈뜨면 언제나 할 일들이 태산이었다.

시야에 모든 것이 손발을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보니 남들처럼 놀러 가고 카페 가서 시간 보내기가 녹록지가 않았다. 집에서 일할 때 내 홈 웨어는 목이 긴 장화와 챙 넓은 모자, 목장갑 등이다. 좋은 연장은 일을 수월하게 하기 때문에 연장이 하나둘씩 늘어갔다. 눈만 뜨면 자라는 풀 뽑는 호미에서부터 톱이나 전정가위 삽 등을 마련하느라 돈도 쏠쏠 들었다.

작년에 구입한 리어카는 무거운 자재들을 옮겨 나르느라 플라스틱 상판은 벌써 깨졌다. 그러나 아직은 쓸만했다. 해풍이 심한 이곳에 나무 한 그루 키워내기가 쉽지 않았다. 죽은 나무가 부지기수였고 자리가 마땅치 않아 옮겨 심어야 하는 경우가 있어 작업량이 만만치가 않았다. 전원생활을 꿈꾸며 시골에 왔다가 다시 도시로 간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하게 되었다. 원하는 생활을 꿈꾸었어도 예기치 않은 복병은 언제나 같이 하는 것.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헷갈릴 때는 처음으로 가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나는 지금 이 생활을 오랫동안 꿈꾸며 준비해 왔기 때문에 적당한 노동과 조용하고 한적하여 산책하기 좋은 주변의 분위기를 사랑하게 되었다. 아침에 눈뜨면 작업복을 입고 하루를 보내고 저녁에는 글을 썼다. 육체적 노동이 주는 피곤함의 대가는 달콤한 잠으로 받고, 서툴면서도 쓰는 글은 나를 앞으로 나아가게 할 것을 알고 있었다. 오늘도 나는 파스 몇 장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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