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시작했다
새해가 되었다. 달력 한 장 넘겼을 뿐이다. 새해라고 날마다 떠오르던 해가 갑절로 커진다거나 동에서 떠오르던 해가 서쪽에서 떠오르는 특별한 일이 일어나지는 않았다. 그럼에도 우리는 새해가 되면 새로운 계획을 세우고 시작하리라 마음을 먹는다. 나도 새해부터는 다이어리를 써보겠다고 마음먹고 첫 장을 펼쳐놓았다. 다이어리 쓰는 일이 내게는 쉬운 일이 아니다. 매번 삼 일을 쓰고 빈 여백만 책 한 권 분량을 남겨 놓고 채우지 못한 아쉬움을 한해와 같이 보냈다. 올해의 내 목표로 삼은 일은 다이어리를 쓰는 것이다. 끝까지 쓰지 못하는 원인을 찾다가 우선 다이어리 자체가 편안한 디자인이 아니었을 거라고 짐작했다. 지난해 말 단단히 마음을 먹고 내가 쓰기 좋은 다이어리 디자인을 찾았다. 한 장에 너무 많은 내용으로 분류되는 것은 피하고 펼치기 좋은 노트 형식이 쓰기에 편할 것 같았다. 구매하여 오늘을 기다렸다. 새해 첫날부터 쓰기 시작하기 위해서였다,
다이어리와 함께 마음먹은 일이 또 하나 있다. 아침마다 글을 쓰고 책을 읽는 일을 일상으로 지속하는 것이다. 작년 9월부터 시작했으니 어쩌면 내가 그렇게 부러워하는 아침형 인간으로 일상을 지속하게 해줄 거라고 믿고 있다. 아침에 시작하는 독서와 글쓰기는 하루를 보내면서 아무 일도 하지 않은 허무함에서 벗어날 수가 있다. 저녁이 되어서 하는 일은 플러스알파라고 생각한다면 하루를 부지런한 시간으로 채워 보냈다고 나를 흐뭇하게 했다. ‘진작 이 비밀을 알았더라면 나는 보다 나은 세월을 보냈을 거야’라고 매번 우리 애들에게 말한다. 몸소 느끼지 않으면 백번 말해도 소용이 없다는 걸 알기는 하면서도 우리 애들이 조만간 아침 일찍 하루를 시작하는 일상을 보기를 기대했다.
어수선한 정치가 국민들을 조롱하고 새해맞이 하기전 가슴아픈 비행기 사고는 온 국민을 비탄에 빠지게 했다. 새해가 되었다고 그들의 아픈 마음 위로가 되기야 할까마는 위로할 방법이 없어 기도할 뿐이다. 제발 자기의 이익만 쫓는 정치인들을 쓸어버리고 사고로 아픈 유족들의 상처가 회복되기를 바랄 뿐이다.
아무튼 새해가 떠올라 2025년이 시작됐다. 나는 항상 모든 일에 동작이며 생각이 남들보다 한 박자 늦는다. 2025년이라고 쓰기에 익숙해지는 시간도 얼마간 필요할 것이다. 늦은 거북이가 결국 토끼보다 앞섰던 옛날 우화를 생각하고 싶다. 시작한 일에 지속적이고 끊임없이 끝까지 다다르는 2025년의 나의 모습을 그렸다.
그런 생각으로 책상에 펼쳐놓은 다이어리와 읽기 시작한 책을 순서대로 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