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으면서 행복한 시간
시장 구경을 갔다. 우리가 사는 동네는 한적한 시골이고 여름 성수기가 지나면서 관광객 발길이 뜸해져 사람이 잘 다니지 않는다. 조용한 분위기가 나쁘지는 않으나 식당을 하고 있는 우리 모녀는 자극이 필요하여 시장으로 향했다.
제주시 동문시장을 찾아가려면 한 시간 남짓 걸린다. 제주 시내를 관통해야 해서 가게 정리를 부랴부랴 끝냈다. 서둘러 출발한다고 했지만 시내가 가까울수록 슬금슬금 차들이 막히기 시작했다. 시장 구경하고 저녁 먹고 주전부리하다 보면 시간이 꽤 걸릴 거라 생각되니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일을 해보니 컨디션 관리가 제대로 안되면 내일 하루가 피곤할 거라는 염려 때문이다. 아무튼 차에서 딸과 이런저런 얘기를 주고받으면서 시장에 도착하니 해도 떨어지고 어둑해졌다.
주차하고 밖으로 나오자마자 둘이는 허기가 밀려와서 밥부터 먹자고 적당한 식당을 찾느라 걸음이 빨라졌다. 화려하고 다양한 먹거리를 쌓아놓은 포장마차들은 시장을 찾은 고객을 향해 어서 오라며 부르짖는 소리가 정신을 혼미하게 했다. 골목 안 후미진 곳에 자리한 국숫집에 들어갔다. 허기진 우리는 돌이라도 씹어 먹을 기세로 고기 국수, 비빔국수를 주문하여 기본 찬을 앞에 놓고 국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 다른 식당에서 하는 비빔국수를 먹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주변을 둘러보니 시장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름 깔끔한 국숫집이다. 잠시 후에 주문한 국수가 나왔는데 고기를 좋아하는 우리 딸이 탄성을 질렀다. 시각을 만족시키니 사진을 찍어야 했다.
뽀얀 고기 국물에 고기를 듬뿍 올려놓은 고기 국수와 매콤해 보이면서도 쫄면 같은 느낌의 야채와 고기가 푸짐한 비빔국수였다. 먹기 시작했을 때는 입이 행복했다. 이제 다니면서 디저트를 찾아보자며 배부른 두 모녀가 시장 안을 여유 있게 걸어 다녔다. 배가 부르니 급할 것이 없어 어느 분식집 앞에서 핫도그 하나씩 손에 들었다. 딸은 설탕과 케첩을 많이도 뿌린다.
식성에도 세대 차이가 있어 서로 노터치 하려고 애쓰는 편이다.
국수 한 그릇과 핫도그 하나에 많이 행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