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희 Nov 29. 2024

직업으로서의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 자전적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양윤옥. 현대문학. 2024.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의 작가, 미국 문학 번역가. 1949년 교토에서 태어났다. 와세다 대학교 제1문학부 연극과 졸업. 

대학 재학 중에 결혼하여 1974년부터 칠 년여 동안 아내와 재즈카페를 운영했다. 서른 살을 앞둔 1978년 도쿄 신주쿠 진구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개막전에서 야쿠르트 스왈로스 1번 타자 데이브 힐턴이 2루타를 날린 순간 불현듯 자신이 소설을 쓸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날 밤부터 가게 주방 식탁에 앉아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이 생애 최초의 소설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1979년 《군조》 신인문학상을 수상하면서 등단했다. 1981년부터 가게를 접고 전업작가로서 소설 집필에 몰두, 1987년에 발표한 『노르웨이의 숲』이 경이로운 판매 기록을 세우며 일본 문화계에 '무라카미 하루키 신드롬'을 일으키며 이를 계기로 단단한 단단한 핵심 독자층이 형성되었다.

『양을 둘러싼 모험』 『세계의 끝과 하드보일드 윈더 랜드』『태엽 감는 새』『1Q84』『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등 화제작을 차례차례 발표, 일본을 넘어 아시아를 비롯한 미국, 유럽, 러시아까지 총 5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고 장기간 베스트셀러 목록에 오르면서 세계적인 작가로 명성을 확고히 했다.그밖에 장편소설 『1973년의 핀볼』『댄스 댄스 댄스』『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해변의 카프카』『애프터 다크』, 단편소설집 『중국행 슬로 보트』『 TV 피플』『도쿄 기담 집』『여자 없는 남자들』, 논픽션 『언더그라운드』, 에세이와 여행서, 번역서 등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며 '직업으로서의 소설가로서 진지한 자기 혁신의 창조성을 제시하고 있다.


양윤옥 일본 문학 전문 번역가. 2005년 히라노 게이치로의 『일식』으로 일본 고단사에서 수여하는 노마 문예 번역상을 수상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IQ84』『여자 없는 남자들』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올림픽의 몸값』, 사쿠라기 시노의 『호텔 로열』『굽이치는 달』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악의』『라플라스의 마녀』 등 다수의 작품을 우리말로 옮겼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21세기 소설을 발명했다. _ 《뉴욕 타임스 북 리뷰》

제1 회 소설가는 포용적인 인간인가

제2 회 소설가가 된 무렵

제3 회 문학상에 대해서

제4 회 오리지낼리티에 대해서

제5 회 자, 뭘 써야 할까?

제6 회 시간을 내 편으로 만든다

제7 회 한없이 개인적이고 피지컬 한 업

제8 회 학교에 대해서

제9 회 어던 인물을 등장시킬까?

제10 회 누구를 위해 쓰는가?

제11 회 해외에 나간다. 새로운 프런티어

제12 회 이야기가 있는 곳 · 가와이 하야오 선생님의 추억

후기


무라카미 하루키의 자전적 에세이다. 세계적 소설가가 소설에 대해 어떤 말을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뒤늦게 글 쓰는 일에 관심을 갖게 되어 우선 유명 작가의 책을 탐독하기로 했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세계적으로 알려진 작가라서 그의 프로필을 옮겨 적으면서 방대한 작품에 비명이 흘러나왔다.  소설은 허구라고 치부하여 읽어보려고 하지 않았던 시간들이 몸서리치게 아까웠다. 읽는 것으로 끝나지 않고 나도 소설을 써볼 수가 있을까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고 싶었다. 이 책을 통해 소설가로서 어떤 자격을 갖추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어떤 일이든 전문이 아닌 쪽에 손을 대면 처음에는 그 분야의 전문가들이 반발하며 접근을 거부한다. 그래도 위축되지 않고 끈질기게 하다 보면 나중에는 묵인하게 된다'라고 하니 상당한 인내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소설을 쓰는 일을 시작함에 있어 상당히 관대하게 말한다. 볼펜과 노트가 손 밑에 있으면서 나름대로의 작화 능력이 있다면 전문적인 훈련을 특별히 받지 않아도 쓸 수 있다고 하여 솔깃하게 한다. 인문계 대학에 다닐 필요도 없으며 소설을 쓰기 위한 전문지식을 익히기 위해 굳이 애쓰지 않아도 가능하다고 하여 시작은 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한다.

그러나 작가는 말한다. 링에 오르기는 쉬워도 오래 버티는 건 쉽지 않다고. 소설을 오래 지속적으로 써내는 것, 소설로 먹고사는 것, 소설가로서 살아남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임을 말한다. 보통 사람은 일단 못할 짓이라고 단정하듯 말하고 있는데, 과연 나는 어떠할지 떨린다. 

작가가 삼십여 년을 집필하는 시간 동안 많은 신입 작가들이 사라져갔다고 하는 걸 보면 시작은 쉬워도 끝까지 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이를 두고 작가는 '소설가의 정원은 한정이 없지만 서점의 공간은 한정이 있다'는 답을 주고 있다.

뭐를 써야 하는가라는 문제를 두고 소설가가 되려고 하는 사람은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는 답을 내놓고 있다. 당연하고 흔하며 중요한 대답이다.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별 볼일 없는 소설이라도, 닥치는 대로 읽으라고 조언하며, 특히 젊은 날에 많이 읽으라고 하는데 나는 지금이라도 시작하겠다. 조금이라도 많은 이야기에 내 몸을 통과시키며 수많은 문장을 만나라고 한다. 그다음에는 쓰는 것보다 자신이 보는 사물이나 사상을 세세하게 관찰하는 습관을 붙이고 결론 같은 것은 최대한 뒤로 미루라고 한다. '써야 할 것을 갖고 있지 않다는 것'은 '무엇이든 자유롭게 쓸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진 것이 '경량급' 소재로 그 양이 한정적이라고 해도 조합 방식의 매직만 깨친다면 그야말로 얼마든지 스토리를 만들어갈 수 있다고 한다. 단 그 작업에 숙달되고 건전한 야심을 잃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을 붙인다. 

세계는 따분하고 시시한 듯 보이면서도 실로 수많은 매력적이고 수수께끼 같은 원석이 가득하기에 소설가란 그것을 알아보는 눈을 가진 사람이라고 한다. 두 눈을 가지고 공짜로 가질 수 있는 널려있는 귀한 원석을 주워 담는 사람. 그렇다면 나도 소설을 써 볼까. 살아남을 수 있을지 나도 잘 모르는 일이지만 시작은 해볼 수 있는 일이잖는가. 

젊은 나이라 볼 수 없어도 아무튼 글을 써야지라고 마음을 먹은 내게 책에는 내게 말한다.  작가처럼 끈기 있게 지속적으로 글을 써 볼 수가 있는지 나를 시험해 보고 싶어졌다. 용기가 필요한 사람, 시작이 필요한 사람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이전 07화 저만치 혼자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