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물지 않은 기억

소년이 온다 를 읽고

by 옥희


소년이 온다. 한강. 창비

한강

1970년 겨울에 태어났다. 1993년 『문학과 사회』 겨울호에 시 「서울의 겨울」 외 4편을 발표하고 이듬해 서울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붉은 닻」이 당선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장편소설 『검은 사슴』 『그대의 차가운 손』 『채식주의자』『바람이 분다. 가라』『희랍어 시간』 『소년이 온다』 『흰』『작별하지 않는다』 소설집 『여수의 사랑』 『내 여자의 열매』 『노랑무늬 영원』 시집 『서랍에 저녁을 넣어 두었다』 등이 있다.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이상 문학상, 동리문학상, 만해문학상, 황순원 문학상, 김유정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노르웨이 '미래 도서관' 프로젝트 참여 작가로 선정되었다. 한국작가 최초로 인터내셔널 부커 상, 말라라르테 문학상, 산클레멘테 문학상, 메디치 외국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했다.


나는 80학번이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 다음 해에 대학에 입학했다. 계엄 시대를 보낸 세대이다. 광주 사태 때 모든 정보가 차단되고 신문에는 광주 시민들을 폭도들이라고 보도했었던 기억이 있다. 전 국민이 제대로 운 정보를 접할 수 없게 계엄군은 신문, 방송 등 을 장악했다. 특히 제주는 지역적 특성상 나라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모르고 있는 경우가 많았으며 누군가 숨죽여 말해줘도 믿지 않았다.

걸러내지 않은 오도를 그대로 받아들여 광주에 대한 불편한 선입관을 가지고 시대를 살아온 나를 깨우친다. '소년이 온다'를 읽으면서 책장을 한 장씩 넘길 때마다 숨을 쉬기가 힘들었다.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쉬며 쉬며 읽느라고 시간이 걸렸다. 마지막 책장을 덮으면서 무거운 마음을 환기 시킬 시간이 필요했다. 보름 정도의 시간을 보낸 후 다시 책을 집어 들고 생각에 잠겼다. 같은 국민이면서 광주사태에 대해 무관심으로 살았던 지난날이 죄송해서 광주 시민에게 이제라도 사죄드리고 싶다.


서슬 퍼런 시대를 감내하느라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을 광주시민들이 있었고, 애꿎게 끌려가 고초를 겼었던 '삼청교육대'라는 이름이 떠올랐다. 같은 하는 아래 백성으로 지금이라도 위로가 가능한지 어떻게 위로를 해야 할지 말문이 막혔다. 그 후로 시대가 바뀌었다 해도 부모 형제 자식을 가슴에 묻고 살아왔을 민초들에게 무엇이 위로가 될 수 있을까. 오직 역사 왜곡이라는 말을 사용하지 말고 자라나는 세대에게 올바른 역사의식을 갖게 하여 자유민주주의 나라인 이 땅을 견고하게 지켜낼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작가에게 이 책을 쓰느라 고생이 많았다고 다독여 주고 싶다.


p134 그러니까 인간은, 근본적으로 잔인한 존재인 것입니까? 우리들은 단지 보편적인 경험을 한 것입니까? 우리는 존엄하다는 착각 속에 살고 있을 뿐, 언제든 아무것도 아닌 것, 벌레, 짐승, 고름과 진물의 덩어리로 변할 수 있는 겁니까? 굴욕당하고 훼손되고 살인 되는 것, 그것이 역사 속에서 증명된 인간의 본질입니까?


항복하려고 두 손을 들고 내려오는 학생들에게 총구를 겨누었던 일을 절규하며 부르짖었다.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총을 사고 우리가 내는 세금으로 군복을 해 입힌 우리 군인이 우리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적이 아닌 우리 국민인 것이다.


부들부들 떨리는 손으로 어떻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갔는지, 가슴을 뚫고 튀어나올 것만 같은 심장 뛰는 소리를 눌러가면서 썼을 것이다. 우리나라 국토의 하늘 아래 도시 하나가 지옥 같은 시간을 겪고 있었다는 사실을, 이유를 왜 우리는 모르고 살았어야 했는지, 이제라도 '왜'라는 질문을 던진다면 이제라도 대답을 들을 수는 있는 일인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는 일이다. 다른 나라의 내전에 관해서는 거품 물고 말하면서도 정작 우리 발밑에서 벌어진 잔인한 행위에 침묵하고 옛이야기처럼 말하며 살았다. 죄 없이 사라져간 광주시민들과 영령들에게 이제라도 피눈물을 닦아드리고 싶다.


이 소설을 쓰면서 누군가 방문을 두드릴세라 숨죽여 떨리는 가슴을 눌러 힘들게 썼을 작가에게 따뜻한 온기를 전하며 쓰기 광주의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던 용기에 감사하다. 밝히기 싫은 역사도 우리의 발자취이므로 일부 '왜곡'이라는 말을 앞세우기 전에 이 책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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