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의 숲'을 읽고
노르웨이의 숲. 무라카미 하루키/양억관. 민음사. 2024
무라카미 하루키 일본 교토 시에서 태어나 효고 현 아시아 시에서 자랐다. 1968년 와세다 대학교 제 1문학부에 입학했다. 재즈카페를 운영하던 중 1979년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로 제81회 군조신인 문학상을 수상하며 29세에 데뷔했다. 1987년 발표한 『노르웨이 숲』은 일본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은 후 일본을 넘어 세계적으로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켰다.
그밖에 장편소설 『1973년의 핀볼』『댄스 댄스 댄스』『국경의 남쪽, 태양의 서쪽』『해변의 카프카』『애프터 다크』, 단편소설집 『중국행 슬로 보트』『 TV 피플』『도쿄 기담 집』『여자 없는 남자들』, 논픽션 『언더그라운드』, 에세이와 여행서, 번역서 등을 발표했다. 현재 그의 작품은 65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어 전 세계독자들로 부터 사랑받고 있다.
양억관 경희대학교 국어국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일본 아시아 대학교 경제학부 박사과정을 중퇴했으며, 현재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마쓰모토 세이쵸, 미야베 미유키, 시바 료타로, 히가시노 게이고, 야마다 에이미 등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작가들의 작품을 다수 번역하였다. 옮긴 책으로 『언더그라운드』,『모방범』,『탐정클럽』,『중력 삐에로』.『69』,『120% COOL』,『조제와 호랑이와 물고기들』,『메멤토 모리』,『남자의 후반생』,『패왕의 가문』,『제로의 초점』,『나는 모조인간』 등이 있다.
읽게 된 동기
오랜 기간 산문을 고집하다가 최근에 소설책을 집어 들기 시작했다. 이미 오래전에 출판되어 인기리에 읽혔다는 하루키의 소설을 지금, 중년도 넘은 나이에 읽어 내려갔다. 1960년대 말 고도성장기 일본을 배경으로 생생한 청춘의 순간을 그려냈다. 1987년 발표된 이래 전 세계적인 '무라카미 하루키 붐'을 일으키며 오늘에 이르기까지 청춘의 영원한 필독서로 사랑받고 있다.
주인공과 내용요약
인물 주인공 와타나베, 기즈키. 나오코, 미도리, 레이코, 나가사와, 하쓰미
주인공 와타나베는 고등학교 시절 친한 친구 기즈키, 그의 여자친구 나오코와 언제나 함께였다. 그러나 잘 어울리는 친구들끼리의 행복한 시간은 기즈키의 갑작스러운 자살로 끝나버리고 만다. 열아홉 살이 된 와타나베는 도쿄의 한 사립대학에 진학하여 슬픈 기억이 남은 고향을 떠난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오코 역시 도쿄로 올라와 둘은 슬픔을 공유한 사이만 알 수 있는 특별한 연민과 애정을 나눈다. 하지만 한동안 연락을 끊고 지내던 어느 날 나오코는 자신이 요양원에 들어가 있다는 편지를 보내고, 와타나베는 요양원으로 그녀를 찾아가면서 비로소 자신의 감정이 사랑임을 확신하게 된다.
나오코가 있는 요양원에는 레이코라는 삼십 대의 여성과 같은 공간을 사용하면서 지내고 있었는데, 피아니스트였던 레이코 역시 정신적인 아픔을 갖고 있었다. 한 공간에서 셋은 각자에게 방해받지 않는 즐거운 시간을 보내다가 돌아오곤 한다.
와타나베는 자유분방한 성관계를 즐기는 나가사와와 가까이하여 시간을 보내지만 속마음은 즐겁지 않다. 나오코를 애절하게 그리워하고 한 여자에게 책임감을 느끼는 와타나베에게는 여자를 단지 일회용 성적 대상으로서 취급하는 나가사와와 함께 하지 않으려고 한다. 나가사와를 마음에 두고 기다리기만 하는 하쓰미는 나가사와를 접고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이년 후에 손목을 그어 자살했다는 소식을 나가사와에게 듣는다.
한편 같은 대학에서 만난 미도리는 나오코와는 전혀 다른 매력의 소유자로, 와타나베의 일상에 거침없이 들어온다. 발랄하고 생기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미도리와의 소소한 매일을 함께하고 이따금 기즈키의 죽음을 미처 극복하지 못한 나오코를 찾아가며 와타나베는 아름답고 위태로운 스무 살의 시간을 살아간다.
어느 날 나오코가 자살을 하게 되어 레이코와 쓸쓸한 장례식을 끝난 후 너무나 쓸쓸했던 나오코의 마지막을 혼자 방황하며 자신을 학대한다. 어느 노부부의 정원이 있는 자취방을 구해 몸을 쓰는 일을 하며 안정을 찾아갈 무렵 찾아온 레이코와의 시간을 통해 나오코를 떠나보낼 수 있게 되고 세상으로 나오려고 하는 레이코와 친구 같은 마음으로 작별한다.
와타나베는 이제 미도리를 찾을 수 있게 되어 전화기 건너편의 미도리의 목소리를 듣는다.
"너 지금 어디야?"
어딘지 알 수 없는 곳에, 어느 곳도 아닌 장소의 한 가운데 서서 와타나베는 미도리를 애타게 부른다.
감상
머리가 희어지고 주름이 잡혀 이 책을 손에 들고 있는 모습 또한 어울리지 않는다 해도 책 속에 빠져보니 고뇌와 방황의 시간들을 겪어가는 청춘들이 사랑스럽게 여기게 된다. 무엇보다 1987년에 발표됐어도 지금도 여전히 광풍 같은 시간을 맞이하고 보낼 수 있는 특권과도 같은 청춘을 이야기한다. 내가 보낸 청춘은 어땠는가. 세월을 거슬러 그때 그 자리에 이런 노구를 끌고 갈 수 있다 해도 잃어버린 청춘을 찾을 수는 없을 거란 생각에 마음이 서글프다. 그렇다 해도 이 소설을 읽는 동안 나도 청춘이었다.
친한 친구였던 기즈키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해 십 대의 시간을 보이지 않은 트라우마를 지니고 보낸 와타나베와 나오코는 가까이하면서도 복잡한 마음을 씻어버리기에는 힘들었을 것이다. 어렸을 때 최고라고 여겼던 언니의 자살로 죽은 모습을 혼자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충격, 기즈키의 자살 등은 감당하기 힘든 내면의 상처가 될 수밖에 없다.
P483 어이, 기즈키. 나는 생각했다. 너하고는 달리 난 살아가기로 마음먹었고, 그것도 제대로 살기로 했거든. 너도 많이 괴로웠을 테지만 나도 괴롭기는 마찬가지야. 정말이야. 이게 다 네가 나오코를 남겨두고 죽어버렸기 때문이야. 그렇지만 나는 그녀를 절대로 버리지 않아. 왜냐하면 난 그녀가 좋고 그녀보다는 내가 더 강하니까. 나는 지금보다 더 강해질 거야. 그리고 어른이 되는 거지. 그래야만 하니까. 지금까지 나는 가능하다면 열일곱, 열여덟에 머물고 싶었어. 그러나 지금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난 이제 십 대 소년이 아니야. 난 책임이란 것을 느껴봐. 기즈키, 난 이제 너랑 같이 지냈던 그때의 내가 아냐. 난 이제 스무 살이야. 그리고 나는 살아가기 위해서 대가를 제대로 치러야만 해.
일본 소설이라 그런가라는 시선에서, 혹은 기성세대라는 시선에서 바라볼 때 성적인 표현을 야하다고 느껴지지는 않지만 애인 외에의 다른 여자들과의 관계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에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십 대에서 이십 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책임 있는 이십 대를 맞이하겠다고, 십 대를 같이 보낸 기즈키에게 작별을 고하는 모습을 보며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광풍과도 같은 청춘을 편견 없이 바라볼 수 있는 여유를 가진 기성세대가 되어 흔들리는 가지를 지지해 줄 수 있어야 하겠다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