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오래된 물건을 잘 간직하지 못한다.
남편은 너무 버린다고 타박한다. 그러나 집안에 물건이 계속 쌓이면 마음도 답답하다.
우리도 미니멀 라이프로 가자고 하여 불필요한 것들을 버린다고 하는데도 얼마 있으면 또 공간을 차지한다.
올해부터 딸과 함께 '여백을 만들자'라고 구호를 외치는데 돌아서면 무엇인가 또 쌓여가기 시작한다. 그래서 치우는 것을 그때그때 하려고 애쓰는 중이다. 그게 쉽지 않다.
이것은 이런 추억 때문에 저것은 그때 기억 때문에 하면서 모아두면 나중에 마음이 무겁다.
어느 해 겨울 청주의 상당산성을 찾아 놀다 왔던 사진을 보게 되었다.
물이 고인 논에 얼음이 얼어 눈썰매장이 되었다. 남편은 어릴 때 기억이 떠올라 썰매를 태워 준다고 했다.
검정 고무신에서나 나오는 눈썰매를 타고 양손으로 막대기를 받치며 나아가는데 어린아이처럼 웃었다. 남편은 잘 나아가지 못하는 나를 앞에서 끌어당기면서 살 좀 빼라고 했다.
지나가던 아저씨도 재미있어 보였는지 웃으면서 지나갔다.
제주에서 특히 서귀포는 겨울에 눈 구경 얼음 구경을 못할 때가 많다.
사진을 보면서도 웃음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