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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에세이 26화

목격자

함께하는 즐거움

by 옥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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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대에 본 영화 중에 ‘위트니스’라는 영화가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80년대 후반에 친구와 영화관에서 봤던 영화다.

펜실베이니아 아미시 교도는 문명과 동떨어져 18세기의 전통적인 생활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미망인 레이첼(켈리 맥길리스)과 8살의 아들 사무엘(루카스 하스)은 필라델피아 기차역에서 우연히 살인 현장을 목격하며 영화가 시작된다. 사건을 맡은 형사 존(해리슨 포드)은 살인 용의자가 신망이 두터운 고참 동료 경찰 맥피이며, 그를 비롯한 자신의 상관이 마약 거래에 깊이 연루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존과 레이첼 모자는 그들의 추적을 피해 아미시 마을로 숨어든다. 중세적인 공동체 삶을 살아가는 이곳에서 존과 레이첼은 사랑에 빠지는데 절제된 감정은 더 애틋하게 다가온다.

마을은 공동체적인 모습으로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웃이 집을 짓는 일에 마을 사람들이 공동작업으로 즐겁게 협력하는 장면이 수채화 그림 같은 색채로 인상에 남았었다.


부활주일을 앞두고 우리 판포교회도 대청소를 실시했다. 청소 전날까지 비바람이 몰아치는 데다가 나이 많은 어른들이 많다 보니 대청소가 될까 하는 불안한 마음까지 보태졌다. 다행히 아침에 맞이한 날씨는 맑고 화창했다.

점심으로 교회에서 준비한 짜장밥을 먹고 전 교인이 힘을 합해 청소를 시작했다. 평소에 교회 청소는 늘 연세가 많은 분들이 했었는데 이번에는 젊은 청, 장년들이 같이하니 교회가 생동감이 있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교회는 틈새마다 묵은 살림이 많다. 오래됐지만 '성도들의 마음을 생각하여'라거나 언젠가 사용할 것 같은 마음으로 버리지 못하는 것이다. 이는 집안의 묵은 살림과 같아서 계속 쌓이다 보면 한정된 공간을 침범하고 누가 이일을 나서서 하기가 애매해질 수밖에 없게 된다. 교회도 세월이 흐르면서 새로운 양식이 스며들고 있어 틈새마다 쌓아놓은 불필요한 것들은 치워내야 새로운 것들이 자리 잡아 나갈 수 있다.

어르신들은 걸레를 들고 테이블과 의자를 닦거나 모여 앉아 버려야 할 것, 쓸만한 것들을 가려내었다. 학생들과 청년들은 목장갑을 끼고 폐기되어야 할 큰 짐들을 맞잡아 옮기느라 힘을 쓰고 고 집사님과 나는 주방을 담당했다. 모두 일사불란하게 움직여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교회가 환해졌으며 먼지를 쓰고 땀을 흘린 학생과 청년들 어른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어른인 우리는 때때로 젊은 사람들은 일을 안 한다고 하는데 안 하는 게 아니라 모든 걸 갖춰주어 할 수 없도록 키웠는지도 모른다. 사랑하는 자식이라 고생을 시키지 못하고 불면 날아갈까 하는 마음으로 키워 내 자식만큼은 남에게 지지 않도록 키워온 게 사실이기도 하다. 모든 일에는 대가가 따르는 법, 자식이 이기적으로 변한 모습을 바라보며 사랑하는 방법에 문제가 있었음을 아프게 돌아보는 일이 있다. 그러나 사랑의 힘은 강력하다.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할 뿐이다. 그럼에도 푸르른 우리의 학생과 청년들은 땀 흘리는 것을 거부하지 않고 기꺼이 어른들과 동참하는 시간을 보냈다.


'너는 청년의 때에 너의 창조주를 기억하라 곧 곤고한 날이 이르기 전에, 나는 아무 낙이 없다고 할 해들이 가깝기 전에'라고 한 전도자의 말씀이 어른들의 모습을 보며 지혜가 임하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가득 찼다. 시골 교회에 노인들 다음 세대는 어떻게 될까 염려했던 일이 오늘 청소하는 광경을 보며 부질없는 걱정을 한 내가 한심스러웠다.


‘주의 영 임하면 자녀들은 예언할 것이요 청년들은 환상을 보고 아비들은 꿈을 꾸리라’라고 한 요엘서를 떠올리며 희망으로 우리의 판포 교회를 둘러보았다. 젊은이들은 이제 어디에서건 앞장서서 이 나라를 이끌어가는 강하고 담대한 지도자가 될 것이다.


목사님 사모님이 꽈배기 도넛과 시원한 음료를 준비하여 들고 오셨다. 서로의 어깨를 다독거리며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도넛은 달달하고 맛있었으며 목사님의 축복의 기도를 마무리로 청소가 끝났다.

나는 공동체의 협력이 주는 아름다운 장면을 지켜본 목격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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