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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에세이 30화

아침 안개

특별한 아침

by 옥희


알람 소리를 들은 것 같았는데 눈을 떠 보니 일곱시였어요. 평소 기상시간을 생각하면 늦잠을 잤지요.


나는 아침 루틴이 있어요. 읽고 쓰는 일입니다. 오늘 아침은 몇 줄만 쓰고 몇 줄만 읽자고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그랬더니 오히려 마음이 가벼워졌어요.



포리를 끌고 아침 산책을 나가야겠다고 생각했어요.


포리는 산책을 하려고 준비하고 있으면 흥분해서 진정시키기 힘들어요. 목 줄을 바꾸려 들면 "그르렁" 하고 소리를 내며 힘을 잔뜩 줍니다. 보다 못한 딸이 훈련을 시켰어요. 밖으로 나가기 전에 마당 입구에서 "앉아!", "엎드려!"를 시켰어요.

처음부터 말을 잘 듣지는 않았어요. 몇 번 시키고 나니 곧잘 따라 하더군요. 나도 그렇게 해보자 하고 줄을 짧게 잡아서 "앉아!"라고 했어요. 앉기는 하더군요. 마지못한 표정으로요. 그런데 포리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아요. 자기가 마음이 내킬 때만 하고 있어요.


포리는 "앉아!"라고 할 때 앉기는 하는데 "엎드려!"는 버티고 있었어요. 마음 약한 나는 포리의 시선을 의식했어요. 그럼에도 애원하듯 쳐다보는 포리를 모질게 외면했지요. 사실 그게 더 힘들더군요.


나는 기다렸습니다. 한참 후에 포리가 엎드렸어요.


"우와!"


나는 탄성을 질렀어요. 그러자 포리는 1초도 안되어 벌떡 일어섰지 뭡니까.


"그래, 오늘은 이것으로 성공했어."


"가자"라는 말을 출발 신호로 포리는 날렵하게 밖으로 뛰어나갔고 나는 포리에게 끌려 나왔어요.



밖으로 나왔을 때 포구의 바다는 짙은 안개로 인해 수평선과 밀려오는 파도를 볼 수 없었어요. 다행히 아스팔트는 보행 자선을 따라가기에 무리는 없었지만 문득 회색빛 안개로 가려져, 아는 길임에도 나아갈 수 없다는 생각을 했어요. 포리와 나는 잠시 우두커니 서서 안개가 가리어진 곳을 바라보았어요.


평소에는 멀리 바라보던 바다가 눈앞에 가린 안개로 인해 어디를 바라봐야 할지 두려움이 살짝 엄습했어요. 그러다가 아침에 안개가 끼면 날씨가 맑겠다는 생각으로 마음이 가벼워지더군요.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것만 보려고 하죠. 저 너머는 보려고 하지 않을 때가 있어요. 우두커니 서서 저 너머를 보려고 애써봤지요. 상상의 나래를 펴서요.


마을을 돌아 집으로 들어오며 산책을 끝냈어요. 포리와 함께 아침 일찍이 시작한 산책으로 오늘 하루가 가져다줄 무엇인가를 위해 준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아침 안개가 '오늘은 맑은 날'이라고 알려주는 걸 보면 오늘 좋은 일이 생길게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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