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랍어 시간

희랍어 시간 - 닫힌 언어와 어둠이 만날 때

by 옥희


'한강'의 『희랍어 시간』을 읽고

한강 1970년 이른 겨울 광주에서 태어났다.

다수의 작품과 상을 수상했으며, 2024년 한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희랍어 시간- 한강의 장편소설


노벨상을 받은 작가의 책이라는 한 가지만으로도 손에 집어 들어도 좋다고 생각했다.


한강의 희랍어 시간은 말을 잃어버린 여자와 눈이 멀어져 가는 남자가 끌어가는 사랑의 이야기다.


엷은 녹색을 넣은 두꺼운 안경알 뒤로, 남자의 눈이 여자의 국 다문 입을 응시하고 있다.

이 문장의 시작으로 앞으로 전개될 이야기를 알려준다. 여자는 알 수 없는 원인으로 열일곱 되는 해 말을 할 수 없게 됩니다.


수년 전에 이혼하면서 소송 끝에 아들의 양육권마저 잃어버린 여자는 전 남편의 집으로 간 아들의 흔적을 끼고 있다.

여자는 잃어버린 언어를 되찾기 위해 사설 아카데미 학원에서 고대 희랍어를 배웁니다.

독일에서 살다 온 희랍어 강사는 최대한 도수를 높인 안경을 끼고 있다는 것으로 앞을 보지 못하고 있음을 말합니다.


형상과 동작들은 뭉개어져 있고, 디테일은 오직 상상의 힘으로만 선명합니다.

잃어버린 언어, 잃어버린 시각 대신 손끝의 감촉으로, 코끝으로 풍겨지는 냄새로, 다른 감각들을 동원하여 두 사람의 사랑이 전해집니다. 앞을 볼 수 없는 남자의 안경을 찾기 위한 몸부림. 상대의 손바닥에 단어와 같은 문장으로 전하고자 하는 여자와 서로 어긋나며 부딪칩니다.


감상


엄마가 아빠 안테 말해주면 안 돼? 말 못 하면 편지 쓰면 안 돼? 나 다시 여기로 데려오면 안 돼?


아이를 떠나보낼 수밖에 없는 엄마에게 아들이 하는 말이 가슴을 저밉니다. 아들을 지킬 아무런 힘이 없는 자신을 얼마나 자책하는지 짐작하고 남음이 있습니다.


한강의 책을 읽고 나면 오래도록 쉬고 싶은 마음이 듭니다. 깊은 우울을 꺼내기까지 소모된 힘을 보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빌라 공용 화단의 흙은 단단하게 얼어있었어. 밤새 울어서 눈이 부은 너는 언 땅을 숟가락으로 파다 말고 손이 시리다고 했어. 내가 움켜쥔 숟가락은 흙을 이기지 못해 이미 휘어있었고, 하얀 가제수건에 싸인 삐삐는 여전히 고요했어.


책을 읽는 내내 이 책을 언젠가 읽은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작별하지 않는다』의 눈 쌓인 겨울 밭에 죽은 새를 묻는 장면, 나무가 쌓인 인선의 공방 풍경 등이 그랬습니다.

죽은 새, 나무가 주는 거친 촉감과 나무 냄새는 작가에게 자극이 되는 어떤 일이 있었을까요?.

남자와 여자를 매개하는 역할이, 이제는 사라져 일상에는 쓰지 않는 희랍어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현실에서는 이루어질 것 같지 않은 사랑이, 또한 현실에서 처절하게 가능합니다.


잃어버린 언어와 시각 대신, 다른 감각을 동원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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