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

윈터링

by 옥희


캐서린 메이

『우리의 인생이 겨울을 지날 때』는 2020년 팬데믹 위기에 지친 독자들에게 '인생 최악의 순간 나에게 꼭 필요했던 책',' 세상을 바라보는 저자의 시선이 마음을 정화시킨다'는 찬사를 받으며 영미권 서점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랐다.



유튜버가 소개하여 읽기 시작했다. 나도 그때쯤 안개가 덮인 듯 알 수 없는 미래로 마음이 힘든 시기였기에, 작가는 어떻게 겨울을 보내는지 알고 싶었기 때문이다.


이 책은 9월 인디언 서머 시즌부터 이듬해 3월까지 작가가 겨울을 나는 동안 일어난 일을 다룬 회고록이다. 자신에게 이유 없이 찾아온 인생의 힘겨운 순간을 '겨울'에 비유하였다.

남편의 맹장염, 건강 문제로 인한 실직, 아들의 등교거부 등 갑작스럽게 닥쳐온 '인생의 겨울'한가운데서 자연과 더불어 여행 등을 통해 휴식과 겨울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순간들을 아름답고 시적인 언어로 매 페이지마다 펼쳐진다.



프롤로그

p17 윈터링(책의 원제 - 옮긴이)이란 추운 계절을 살아내는 것이다. 겨울은 세상으로부터 단절되어 거부당하거나, 대열에서 벗어나거나, 발전하는데 실패하거나, 아웃사이더가 된 듯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인생의 휴한기이다.

뜨거운 태양이 기울어 어둠이 내려앉아도 식을 줄 모르는 계절에는 사람들이 밖으로 밀려나온다. 어디든 왁자한 소음 속에 끼어있는 것으로 안도감을 느끼기도 한다. 사람들과 더불어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더러는 사람 속에서 외로움을 느끼는 아이러니도 함께한다.

맨살을 드러내 비비대던 여름 바닷가에 발길이 끊겨 적막한 겨울 바다를 바라봐야 한다. 겨울은 그렇게 너도 나도 웅크려 모든 소음을 삼켜버린다.



p36 비록 겨울이 다가오는 것을 알지 못했을지라도, 최소한 초기 단계에 그것을 포착한 것이리라. 나는 그저 조금 헤매고 있을 뿐이다.

누군가 꽃길만 다니라는 멘트를 날릴 때면 고개가 절로 흔들어진다. 꽃길만 다니는 사람이 과연 존재할까 궁금하다. 나도 겨울이 다가오리라고 생각 않다가 덜컥 겨울을 맞이해야만 했다. 일찍이 포착할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겨울은 항상 채 준비가 안되어도 다가와 겨우내 헤매게 한다.



p106 나는 집에 머물러 있는 게 전혀 답답하지 않다. 집에만 있으면 심각하게 자유를 구속당하기라도 한 것처럼 느끼는 사람들이 많지만, 나는 그게 체질에 잘 맞는다.

남편은 틈이 날 때마다 나를 밖으로 끌고 가고 싶어 한다. 집순이가 편한 걸 보면 나 역시도 체질인 모양이다. 마당의 풀 뽑기. 자리는 화초 살펴보기, 번져나가는 잔디 다듬기, 찾아온 고양이와 집에서 기르는 멍멍이 밥 주기 등등이 나를 즐겁게 한다. 이들은 내가 무슨 말을 해도 토를 달지 않으며 말 같지 않아도 잘 들어준다.



p161 그 어두운 순간들을 혼자서 견뎌내려는 본능에 굴복하지 않으면, 우리는 무거운 짐을 서로 나누고 어두움 안에 조그마한 빛이나마 들여놓을 기회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많은 것들을 혼자 감당하는 습관이 있다. 혼자 감당하는 것이 본능이라는 말에 눈이 뜨인다. 어두움 안에 한줄기 빛을 들이기 위해서, 무거운 짐을 나누어야 한다는 걸 지금에서야 생각하게 했다. 그렇다면 나는 여태 어두움에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본능에 굴복하는 습관을 털어내기로 했다. 길들여진 본능을 바꾸는 게 쉽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p173 함께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 말이 메아리처럼 반복된다. 우리는 한 해를 넘겼어.

우리는 한 해를 넘겼어, 우리는 한 해를 넘겼어.

우리는 한 해를 보냈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역사에 이름자 하나 못 남기고.

그리고 새해를 맞이했다.

운동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고, 마당을 살피는 일, 이웃을 만나는 일 등은 소소해 보이면서도 하루를 크게 보내는 일이다. 건강하게 살아있어서.



에필로그


P209 때로는 태양의 뜨거운 빛을 피해서 동면 둥지에 틀어박힌 채 겨울에 머무는 것이 더 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는 용감하고, 새로운 세상은 우리를 기다린다. 날갯짓의 박자로, 초록빛으로 반짝거리며.

뜨거운 태양이 비치면 잠시 그늘 밑에 있다가 밖으로 나와 다시 맞선다. 겨울에 머물러 있을지라도 봄이 오면 밖으로 나올 준비를 한다.

화사한 옷을 한 벌 구입해도 좋고, 신발을 가볍게 바꾸어도 좋다. 초록빛 반짝이는 날갯짓으로, 새로운 세상을 향해 용감하게 나아가자. 작은 날갯짓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




후기


움츠린 겨울은 유독 내게만 눈 폭풍이 몰아치는 것 같다. 누군가는 그렇게 말하기도 한다.

"그래봤자, 301호나 302호나 현관문을 열면 사는 게 다 비슷비슷하다"라고. 잠깐 그런가 싶다가도 도로 움츠려든다.

어두운 시간을 혼자 감내하려는 것이 본능이라면, 본능을 깨어 부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봄이 다가오는 길목은 유난히 추위가 매섭다. 우리의 날갯짓은 미미하겠으나 몇 번이라도 계속하면 내게 혹은 우리에게 용감한 힘을 일으키는 바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겨울이 찾아와 낙심하고 있을 누군가에게, 부드러운 소리로 봄이 오고 있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그대에게 읽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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