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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옥희 Dec 08. 2023

오일장

 오늘은 오일장이다.

 어제 집 뒤편에 텃밭을 조성해 놓아 비가 오기 전에 모종 몇 개를 심어놓고 싶었다.

 시골장이라 규모가 크지는 않다.

 상인들은 오늘 팔고 싶은 물건들을 종류별로 펼쳐놓고 오가는 사람들을 쳐다보고 있었다. 일상용품을 파는 곳에는 트로트 메들리를 틀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다. 옆 가게는 여성의류, 남성의류, 이불가게 등이 있어 구경하기에는 심심하지 않았다. 

 먹거리 코너에는 튀김, 붕어빵, 빙떡 등을 팔고 김밥 파는 곳에는 젊은 여자 둘이  손님들을 상대하고 있었다. 어디든 길고 짧은 줄이 있었다. 

 등이 구부러져 보이는 연로한 할머니들이 집 텃밭에서 캐온 듯한 상추, 깻잎, 풋풋한 고추 등을 한 줌씩 가지런히 나열해 놓고 눈을 마주치려고 애썼다. 말도 하기 전에 구겨진 검정 봉지에 감자 몇 개를 미리 담아 놓는 할머니도 볼 수 있었다. 


 후미진 야채코너 옆에 모종을 펼쳐놓고 파는 가게를 찾았다.

심을 만한 여러 종류의 모종을 팔고 있었는데, 적상추, 혹 상추, 치커리, 대파, 딸기 모종을 샀다, 조금씩 샀는데도 제법 한 아름 되는 느낌이었다. 같이 간 딸이 봉지 봉지 들고 따라다녔다. 원하던 모종과 집에서 쓸 용품 몇 가지를 사서 차에다 실었다.

 아침을 건넌 상태라 튀김 코너를 지날 때의 기름냄새는 시장기를 부추겼다. 사람 많은 시장에서 사람 구경하며 국밥을 먹는 것도 시장 구경하는 재미다. 손님이 많아 보이는 돼지국밥집을 찾아 테이블 하나를 차지했다.

 시장에는 딱히 끼니를 시간 따져 먹는 것 같지 않다. 여기나 저기나 점심시간이라고 정해있지 않아도 사람들이 붐볐다. 돼지머리 국밥은 시래기를 잔뜩 넣어 건더기와 고기가 많았다. 먹는 것에 진심인 딸은 이런 국밥을 참 많이 좋아한다.


 둘이 부른 배를 만지며 집으로 와서는 거실 소파에 무너지듯이 기대었다. 모든 일은 잠시 후에 미룬 채로.

한숨 자고 나서 사 온 모종을 심고 물을 주며 잘 자라기를 바랐다. 오늘 심은 야채는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의 밥상을 푸르고 풍성하게 할 것이다. 자라기도 전에 기대부터 갖는 것이 우물 옆에서 숭늉 찾는 기분이다.

색을 맞춰 심어놓으니 아기 같은 녹색의 치커리며, 적색의 상추가 예쁘다.

한림민속5일장을 찾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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