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옥희 Dec 24. 2023

편지할게요


오키에게 


잘 지내고 있니?

오늘은 크리스마스이브네^^~.


요즘에는 크리스마스 캐럴송을 듣기가 힘들어졌어. 저작권 어쩌고 하는데 너무 조용해.

그러거나 말거나 우리는 기운 내자.


어릴 때 추운 겨울날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발표 준비한다고 그 먼 길을 걸어 다녔었던 생각이 난다. 

요즘처럼 좋은 방한복이 있었던 것도 아니고 허술한 차림에도 추운 줄을 몰랐어.

연습 끝나고 두 개씩 받은 사탕을 입에 물고 있을 때는 너무나 행복했었지.


너나없이 사는 게 비슷한 시절에 어린 우리도 할 일이 참 많고 뛰어다니느라 바빴던 것 같아.

지나고 나니 그때는 교회 주일학교 선생님들이 많이 애쓰셨음을 뒤늦게 알게 됐단다. 월급을 받았던 것도 아니고 사비를 털어 어린 것들 알사탕 하나라도 사주고 싶어 하셨어.

아마도 그분들,,, 다 하늘나라로 가셨지 않았을까? 

내가 환갑이 지났거든. ^^ 믿을 수 있겠니?


오늘 우리 교회에도 크리스마스이브 행사가 있단다.

어디에서건 어린애들을 보기가 힘들어졌어. 

시집 장가들을 가야 애를 낳을 텐데 왜 짝을 못 만나는지 모르겠다.


나는 교회 옆집에 살고 있는데 오늘 여전도 회원들도 순서에 따라 율동을 해야 한다네^^.

이날까지 살면서 정말 힘들어하는 건 무대 위에서 몸을 움직이는 거야.  

무대 위에서는 웃고 있는데 정말 죽을 맛이란다 ㅜㅜ. 그런데다가 나이를 먹으니 체형이 'D'자 형으로 변했어.

이 나이가 돼서 사탕 준다고 시키는 대로 하겠니? 소셜 포지션 때문이지. ㅋ


그래도 오늘 저녁이 기대가 된다.

3~4 명 되는 아동부와 학생부, 청년부 3, 등 조촐하지만 나름 열심히들 준비한다고 했어.

시골이라 조용하기도 하지만 시내도 조용해.


옛날에 이 시즌에는 뉴스에 사건 사고도 많아 교회 안 다니는 사람들이 더 설치기도 했었어.

이제는 집안에서도 세계적인 이슈를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게 일상이 되었는데, 흐뭇한 뉴스거리를 보기가 힘들어.

몸을 사려야 하는 각박한 시대를 아직도 우린 적응이 안 될 때가 왕왕 있어서 매일이 놀라움이지.


오키야 

나도 이제 어린 것들에게 잔소리 정도는 해도 되는 나이가 됐다고 해서 한마디쯤 하려고 하면 '라테'라고 하네.

우리는 어른들에게 잔소리 실컷 들으면서 자랐는데 어른이 되어보니 애들이 잔소리 정말 듣기 싫어해. ^^

사실 우리도 지겨웠어. 맨날 똑같은 소리~

불공평하지 않니?


그래서 요즘 생각이 많아졌어.

우리도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 질러 볼 데가 있어야지 않을까?"

찾아낸 곳이 바로 여기야.

여기는 어린 것들 눈치 안 봐도 되고 마음 놓고 내 얘기를 할 수가 있거든.


누가 듣지 않으면 어때?

내가 하는데, 말이든 소리든 돈이 들지도 않고 타박도 없는 곳이지.

오늘 행복한 시간 보내고 새해 대박 나길 바라. 파이팅~~!!


 아자아자!! 

메리 크리스마스 오키 !!





 




작가의 이전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