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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May 04. 2021

유대교엔 사후세계가 없다고!?

사후세계관 변천사


흰 수트가 주인공 바비, 왼쪽 위 신사가 형인 벤. 사진만 보면 갱스터 영화 같지만 <카페 소사이어티>의 메인플롯은 주인공 커플 바비와 보니의 로맨스이다. 사진출처 - 네이버 영화

유대교 - No afterlife

<미드나잇 인 파리>로 유명한 영화감독 우디 런의 또 다른 작품 <카페 소사이어티>의 주인공 바비의 가족은 모두 유대인이다. 그런데 바비의 형 벤은 마피아 노릇을 하다가 사형이 언도된다. 벤은 감옥에서 기독교로 개종하는데 가족들이 왜 그런 결정을 했냐고 묻자 유대교에는 사후세계(afterlife)가 없잖아요라고 대답한다. 유대교는 지금도 사후세계관이 없다.


부활의 등장

물론 유대인들은 부활을 믿고 있는데, 죽음 이후를 다루기는 하지만 이 세상에 되살아나는 것이므로 엄밀히 말해 별도의 사후“세계”인 것은 아니다. 한편 부활도 유대교에 처음부터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고대 이스라엘 사람들의 죽음 이후에 대한 상상력은 무척이나 희박했다. 그러나 이스라엘이 외세에 시달리고 멸망하고 또 항쟁하는 역사를 거치면서 억울하게 죽은 사람들이 하나님에 의해 되살아난다라는 전망이 생겨나 부활이라는 믿음이 자리잡게 된 것이다. 하나님이 이스라엘을 택했고, 또 선하시다면 그 사람들을 죽은 채로 둬서는 안 되는 거라고 보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성경에서도 확인 할 수 있는데, 오경 같이 오래된 책에서는 부활 개념을 찾아볼 수 없다가, 후대로 가면서 조금씩 묘사되고, 기원전 2세기 셀레우코스 제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해낸 “마카비 전쟁”을 배경으로 하는 『마카베오 하』에서 비로소 부활이라는 단어가 처음 쓰인다. 독립투사들이 되살아나기를 바라는 마음은 과연 어렵지 않게 짐작 할 수 있다.


기독교 초기 - 부활은 있고 천당은 모르고

유대교의 한 분파로 시작했던 기독교에서는 이 부활이 특히 더 중요한 것이 되었는데, 그건 지저스가 처형당한지 삼일 후에 부활했다고 믿기 때문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이때까지만 해도 기독교인들은 천당과 지옥이라는 개념이 없었다는 점이다. 유대교는 영혼이 몸을 떠나서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해보지 못했기 때문인데, 따라서 그들에겐 사후세계가 없었고, 죽음 뒤에 기다리는 건 영혼이 갈 천당이 아니라 몸의 부활이었다. 이것이 성경에 의외로 천당과 지옥에 대한 언급이 희박한 이유인데, 지저스조차도 천당과 지옥을 자세히 묘사한 적이 없었다.**


천당지옥 - 도덕

처음에 유대교에 부활교리가 없었듯이 기독교도 처음엔 천당지옥교리가 없었다. 이 교리는 기독교에서 만들어낸 것이 아니라, 기독교가 전파되는 곳으로부터 수용한 것이다. 그리스-로마의 영혼불멸과 하데스, 이집트의 사후심판 등이 그러한데, 2세기 기독교 지도자들은 기왕에 있는 이런 세계관을 제거하고 개종을 시키느니 포교와 교훈적 목적을 위해 받아들이기로 했다.*** 이런 것을 종교의 똘레랑스(관용: tolerance)라고 부르는데, 이 관용성은 한 종교가 타민족, 타종교인에게 호감을 얻어 세계종교가 되는데 필수적이다. 중요한 건 이때까지만 해도 천당행과 지옥행의 기준은 선행이었다는 것이다.

교단마다 조금씩 해석차이가 있지만, 하나님나라가 오면 천당과 지옥에 있던 사람들이 부활해서 다같이 심판을 받는다는 이 도식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천당지옥 흑화 배타성

그러나 2세기 후반 3세기가 되면서 이 교리가 이른바 흑화한다. 이때 대표주자는 윤리 교과서에서도 나오는 교부 철학자 어거스틴인데 인간은 태생이 글러먹은 존재여서 살면서 잘못을 하나도 안 저지를 수 없는데, 재판할 때 생각해봐라 선행이 아무리 많아도 법 어긴 죄를 없애주는 건 아니지 않냐, 그러니까 개인은 스스로 천당 갈 능력이 없고 오직 죄를 씻는 의식인 세례를 통해서만 천당 갈 수 있는 거다라는 논리를 폈다.**** 물론 반대파에서 아니 그런 게 어딨냐, 선행도 중요하다고 반박했지만, 이들은 대결에서 패배했고 이단정죄를 받게 되었다. 이때부터 기독교인만 천당에 갈 수 있다라는 내세적 구원론이 완전한 정통이 되었고, 기독교는 굉장히 배타적인 종교가 되었다.


단테 - 연옥과 풍부한 묘사

이후 중세 천년을 거치면서 성경에 없는 상상력들이 기독교 사후세계에 가미된다. 예를 들어 천당행 자격은 조금 미달인데 그렇다고 지옥 보낼 것까지는 없는 사람들이 벌을 조금 받고 천당으로 갈 수 있도록 연옥이라는 교리도 생겨나고, 지옥 또한 여러 사람들의 처지에 따라 가는 곳을 나눠 놓았다. 이러한 것들을 수렴시켜 작품으로 만든 것이 바로 단테의 『신곡』인데 현대인의 천당지옥 이미지는 대부분 단테로부터 온 것이다.

 지옥, 연옥, 천당을 여행하는 단테가 그려진 피렌체 대성당의 프레스코화. Frans Vandewalle의 사진.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어 잠깐 곁길로 새자면, 가끔 기독교인만 천당 가면 세종대왕, 이순신 장군도 지옥 가 계시냐!! 우리 할아버지도 지옥 가 계시냐!”라고 묻는 사람이 있다. 대왕님과 장군님은 『신곡』기준으로는 지옥 1층에 계시는데, 여기는 벌도 안 받고 나쁘진 않은 곳이다. 기독교 생기기 이전 고대인들과 세례는 안 받아도 선한 사람들이 가는 곳이어서 나름 풀밭도 펼쳐져있고, 플라톤, 소크라테스, 키케로, 카이사르, 호메로스도 있으니 심심하진 않으실 것이다. 어쩌면 고대 역사·사상 마니아들은 지옥 1층 행도 고려해볼 일이고, 한편 독실한 기독교신자이신 분들도 비신자 가족들 때문에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될 일이다.


근현대 사후세계 스펙트럼

종교개혁 이후 여러 개신교들이 가톨릭에서 독립했는데, 이들은 성경을 넘어선 상상력에 그다지 호의적이지 않아서 연옥은 교리에서 빼기로 하는 등 천당지옥교리는 좀 더 단순해졌다. 그러나 배타성은 여전해서 기독교 외에는 모두 불지옥행이라고 봤고(차라리 단테가 너그러웠다), 이는 제국주의적인 세계선교의 원천이 되기도 했다. 이때 선교사들은 진심으로 자기들이 지옥 갈 운명인 사람들을 구한다고 믿었다.

 그러나 현대가 되면서 그런 배타적인 태도가 영 좋지 않다는 걸 깨닫게 된 사람들이 생겨났다. 지성의 발달이 다양성과 존중의 시대를 낳았다. 이에 따라 타종교와 비종교인과 화합하고 협력하는 종교가 더 호감을 사고 신뢰를 얻게 되었다. 예를 들어 가톨릭은 중세적인 교리를 여전히 보존하고 있으면서도 실천면에서는 매우 관용적이다. 또 진보적 입장의 한국기독교장로회 같은 경우에는 통 크게 아예 교리헌법에서 천당지옥교리를 생략했는데, 개인이 믿는 것은 자유이나 이걸 일부러 가르치는 건 오히려 합리성이나 매력을 떨어뜨린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하여 현대에는 살펴봐온 변천사의 각 입장이 동시에 존재한다. 일종의 스펙트럼이다.


- 천당지옥이 분명히 존재하고, 기독교인만 천당에 갈 수 있다

- 천당지옥이 있긴 한데, 그 기준은 종교가 아니라 선한 삶이다

- 천당지옥은 기독교의 본질적인 교리는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부활과 심판 같은 정의구현은 반드시 필요하다


어떻게 믿든 개인의 자유이다. 하지만 배타적·공격적인 입장은 자신에게도 다른 이에게도 해로운 것으로 보인다. 개종강요, 차별과 언어폭력, 때로는 물리적인 테러와 전쟁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사후세계관을 “우리”와 “그들”을 나누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 사후세계관의 진짜 역할은 죽음과 그 이후를 합리적인 한도 내에서 긍정적으로 설명함으로써 현재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주는 데에 있다.



* 알렉산더 대왕의 헬레니즘 제국의 후신으로, 터키부터 인더스강까지 이르는 광대한 영토를 지배했다.

** 거지 나사로(누가복음 16장) 이야기가 거의 유일한데, 천당이라는 말은 쓰이지 않으며 중세-현대의 천당지옥교리와 묘사가 아주 일치하지는 않는다.

*** 이신건, “초대 교부들의 종말론,” 한국조직신학회 편, 『종말론』 (대한기독교서회, 2012), 93-94.

**** 정홍열, “아우구스티누스의 구원론,” 한국조직신학회 편, 『구원론』 (대한기독교서회, 2015), 4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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