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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Jun 03. 2021

거 교파가 왜 이리 다양해

기독교 분류법

[그림 1]

여기 여러 도형들이 어질러져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하면 좋을까?

[그림 2] - 분류법 ① 네 가지 도형을 기준으로 정리해보았다

네 종류의 도형이 각각 두 개씩 있기에 도형별로 정리해보았다. 충분히 정돈된 느낌일까? 글쎄.. 아무래도 이렇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

[그림 3] - 분류법 ② 두 가지 색깔을 기준으로 정리해보았다

모양이 어땠든 색깔은 2종류뿐이니 보기에 더 나아졌다.


마찬가지로 기독교 교파는 굉장히 많다. 가톨릭, 감리교, 기장, 예장(통합), 예장(합동), 예장(고신), 예장(백석), 예장(대신), 기성, 예성, 침례교, 기하성, 구세군, 성공회, 루터교, 정교회* 등 한국에는 수백 개의 기독교 교단들이 있다.


분류법 로 정리해볼까? 그 분립의 역사를 얼개로 나마 그려본다면 이러하다.

[그림 4]

로마 가톨릭은 중세 내내 동방 정교회와 티격태격하다가 1000년대에 동로마 황제와 정교회에게 "간섭 좀 그만 해!" 하며 갈라섰는데 이걸 "대분열"이라고 부르고, 1500년대에 루터나 칼빈과 같은 종교개혁자들은 "이거 너무 부패한 거 아니야?" 하며 각자 가톨릭으로부터 뛰쳐나왔는데 이것이 "종교개혁"이다. 그래서 정교회, 가톨릭, 개신교가 기독교의 3대장이라고 보면 된다. 이때 개신교는 가톨릭에서 독립해 나온 교단들의 통칭일 뿐이고 단일 교단이 아닌데, 개신교에서는 독일의 루터교, 영국의 성공회, 칼빈의 개혁교회가 3대장이다. 개혁교회라고 하면 좀 낯설지만 한국에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장로교가 개혁교회다. 스위스에서 시작해 미국과 한국에서 대성했다.


정말 단순화시켰는데도 교파로 정리하면 파악하기가 다소 어렵다. 각 교파들은 고유한 문화와 전통, 예배형식을 갖고 있지만, 외부인이 보기에는 뭐가 다른 건지 알기가 쉽지 않다. 갈라지게 된 내력은 굉장히 복잡하고, 또 한 교단 내에서도 교회나 교인마다 특성이 상이하다. 그래서 기독교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들은 자신의 경험과 대중매체에서의 보도로 기독교에 대한 이미지를 형성하게 되는데, 그러면 기독교에 대해서 약간은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이때는 좀 더 단순한 기준이 유용하다. 그 기준은 "진보적이냐 보수적이냐"이다.

[그림 5] - 각 항목들은 경향으로 이해하는 것이 좋다

분류법 ②로 정리해보면 기독교는 2종류뿐이다.


- 오른쪽 기독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죽어서 가는 천당과 지옥이다.

타종교인, 비종교인은 지옥에 갈 예정이기 때문에 개종시켜야 하고, 개종을 거부하면 그들은 죄인이기 때문에 비난해도 괜찮다.

동성애 및 성소수자는 죄인이며 비난해도 괜찮다.

성경은 조금도 틀림이 없다. 성경의 기적은 모두 사실이다. 진화론과 화석은 거짓말이며 우주의 나이는 150억 년이 아니라 성경에 쓰여있는 대로 5천 년이 되지 않는다.

술은 결코 마셔선 안된다.

여자는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없다(되지 않는 것이 좋다).

전도를 위해 사회사업을 한다.

간절히 기도하면 하나님이 내 뜻대로 세상을 움직여주기도 할 것이다.

자연재해는 하나님이 인간을 주려고 일부러 일으킨 것일 수 있다.

인간 외의 생물에게는 영혼이 없다. 그것은 일종의 도구이고 하나님이 우리에게 맡긴 지배할 대상이다.


- 왼쪽 기독교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이 세상을 하나님나라로 만드는 것이다.

타종교인, 비종교인은 세상을 낫게 만드는데 중요한 파트너이다.

동성애 및 성소수자는 죄인이 아니며 오히려 이들에게 부당한 공격이나 불이익을 가하는 것은 큰 잘못이다.

성경엔 오류가 있을 수 있다. 성경의 기적은 은유와 상징이다. 성경은 과학논문이 아니며 종교적, 정치적 목적을 위해 쓴 사상서이다.

술은 예배(성찬식)의 필수 요소이다.

여자도 목사나 장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권장할 일이다.

사회사업을 위해 전도를 한다.

내가 기도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임의로 세상에 개입해주시는 건 아니다.

자연재해는 자연현상이지만 하나님은 재해로 인해 피해받는 사람들이 없기를 바라신다.

인간 외의 생물 또한 귀한 존재이다. 가능한 고통을 주고받지 않으면서 공존할 필요가 있다.


이 둘은 정말 상이해서 사실상 다른 종교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물론 각각의 묘사는 스테레오 타입에 불과하고 칼로 자르듯 선 그을 수는 없다. 어떤 주제에선 굉장히 진보적인 사람이 또 다른 주제에서는 보수적일 수도 있고 또 중도적 입장도 얼마든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 사람의 입장이 주제마다 널뛰기하는 경우는 그리 많지 않고, 그런 사람들이 모여 상호작용하면서 다시 균질화되기에 이 기준은 제법 유용하다.  


이 틀을 갖고서 신자, 교회, 교단을 관찰하면 성향을 파악하기가 쉬워진다. 예를 들어 한국 장로교를 보자. [그림 4]에 나오는 교단들은 모두 한국에 전파되었는데 그중 장로교의 분열이 인상적이다. 20세기 중반에는 성경은 하나님이 불러준 말씀이라 조금도 틀림이 없다는 견해가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한국기독교장로회(이하 기장)는 성경에도 오류가 있을 수 있고 역사학·과학 등의 도움을 받아 더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다는 학문적 입장을 취했고, 장로교는 기장과 대한예수교장로회(이하 예장)로 갈라서게 되었다. 또 몇 년 후에 예장은 세계 다수 교단들이 협력하는 초교파 협의체인 WCC(세계교회협의회)에 가입하려고 했었는데, WCC에는 사회주의 국가들의 교회들도 있었다. 예장의 절반은 "공산당 놈들과 어떻게 예배를 같이 드리냐!" 하며 가입을 반대했고, 결국 WCC에 가입한 예장(통합)과 가입을 거부한 예장(합동)으로 분열하게 되었다. 이렇게 학문적인 이유로 기장과 예장이 갈라서고, 정치적인 이유로 통합과 합동이 갈라섰다. 기장은 합리적이고 자유로운 학풍을, 합동은 완고한 교리주의와 반공주의를 특징으로 하고 통합은 합동의 조금 왼쪽에 있다. 이 스펙트럼은 다른 테마에도 부합한다. 가령 기장은 여성 장로 비율이 다른 두 교단보다 많지만, 통합은 그보다 적고, 합동에서는 여자는 목사도 장로도 될 수 없다.


기장, 예장(통합), 예장(합동)을 기준으로 하면 [그림 4]의 교단들과 그림에 넣지 않은 수많은 교단들이 정리가 된다. 가령 예장(고신)과 전광훈 목사로 유명한 예장(대신)은 예장(합동)과 비슷하다. 감리교, 예장(백석), 침례교, 기성, 예성, 기하성, 구세군은 예장(통합)의 이쪽저쪽에 있다. 한국의 기독교는 대체로 예장(통합)과 비슷한 보수적인 성향으로 균질화되어있다. 한편 루터교와 성공회는 기장과 비슷한 입장인데 루터교의 대표적 신학자 폴 틸리히는 기독교가 보편적인 언어로 전달될 수 있으며 또 그래야 한다고 보았고, 성공회는 진보적인 신학으로 유명하며 단적으로 여성은 물론 동성애자도 사제가 될 수 있다.** 가톨릭은 전 세계에 13억 신자를 보유한 아주 큰 교단인데 종교개혁 이후론 분열하는 일 없이 좌우가 공존한다. 가령 프란치스코 교황은 남미 출신으로 왼쪽 기독교에 가깝고 전대 교황 베네딕토 16세는 그보다 오른쪽에 있다.  


앞서 말했듯 교파와 신자들의 성향을 무 자르듯 나눌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큰 틀의 기준을 갖고 있으면 내가 속한 교회(혹은 저 교회)의 입장은 좌우 중 어디에 가까운지 분별할 수 있게 되고, 또 자신의 성향과 가까운 교단을 찾을 수 있게 된다. 기독교인은 대체로 몇 교회 다녀보지 않았기 때문에, 비기독교인은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기독교를 접하기 때문에 기독교에 대해서 한 가지 인상만 갖기가 쉽지만, 실제론 폭넓은 스펙트럼의 교회들이 존재한다.

[그림 6] - 물론 한국에선 오른쪽 기독교가 다수를 형성하고 있다


*4년제 대학을 갖고 있는 교단 중 국방부로부터 군종장교 파송을 인가받은 교단을 추린 뒤, 자선냄비 등 사회사업으로 인지도가 높은 구세군과 한국에서는 규모가 작지만 세계적으로는 대교단인 성공회, 루터교, 정교회를 추가했다.


** 한국에서 성공회는 5만, 루터교는 5000명의 작은 교단이지만 세계적으로는 성공회 1억, 루터교 8000만 명으로 가톨릭(13억), 정교회(2억)에 이어 가장 큰 교세를 이루고 있다. 한편 한국에서 가장 큰 교파인 장로교는 700만이 넘어 가톨릭의 500만보다 많지만, 세계에선 4000만 명 정도이다. 교세에 대해서는 가스펠서브, 『교회용어사전 : 교파 및 역사』, (생명의 말씀사, 2013)와 『두산백과』 교단별 항목 및 위키피디아의 "List of Christian denominations by number of members"(https://en.wikipedia.org/wiki/List_of_Christian_denominations_by_number_of_members)를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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