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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Jun 12. 2021

기독교에 그런 계획이 있었어?

유토피아 프로젝트

요즘 사람들을 가장 불행하게 만드는 건 주택문제가 아닐까? 전폭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사진출처 - 사람인, 경향신문

고통의 원인 - 제도와 분위기

유토피아, 고통이 없는 행복의 나라다. 유토피아와 현실국가, 이를테면 한국의 차이는 무엇일까? 이 사회에 고통이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고통의 원인은 무엇일까? 당신은 무엇 때문에 고통스러운가? 학교폭력, 입시경쟁, 취업경쟁, 고용불안, 주거불안, 육아부담, 노동환경, 노후불안, 남녀차별, 인종차별, 학력차별.. 셀 수 없이 많을 테지만 이들을 묶어보면 둘로 수렴된다. 제도 그리고 분위기.


해결방법 - 제도 개선

제도는 제도 자체가 해를 끼치는 경우와 제도가 미흡해서 문제가 생기는 경우가 있겠고, 분위기는 거부하기 어려운 일상의 관습이 되어 우리를 괴롭히는데 이를 타파하는 것 또한 상당 부분 제도에 달려있다. 결국 삶의 고통을 해결하는 방법은 제도를 개선하는 것이다. 악폐습은 폐지하고, 미흡한 제도는 보완하고, 사람들의 인식개선을 이끌어내서 지금 사는 세상을 유토피아와 가깝게 만드는 것이 우리의 작전이다.


제도 개선 누가 ? - 정부, 시장, 시민사회

자 그러면 이 프로젝트의 주체는 누구일까? 누가 이 사업을 해낼까?


⓵ 1섹터(정부)

⓶ 2섹터(시장)

⓷ 3섹터(시민사회)


1섹터, 정부를 고른 당신 정답이다! 가장 상위의 제도는 헌법과 법률이고, 이것은 국회에서 정하며, 행정부는 이를 집행한다. 하지만 정부에게 맡기는 걸로 충분한가? 그러기에 정부는 치명적인 한계를 가지고 있다. 무사안일주의, 정부는 게으르고 새로운 것을 싫어한다. 공무원들의 인간성을 가리킨 것이 아니다. 정부 관료조직 특성상 그 구성원들은 맡겨진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데 도가 텄지만, 사회의 문제를 스스로 찾아내고 그 해결방법을 마련하는 일에는 관심이 적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2섹터, 시장이 희망일까? 시장은 부지런하고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그야 그렇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이다. 그럼 이 부지런한 2섹터에 맡기면 나라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까? 그렇지 않다. 기업의 목표는 사회발전이 아닌 오직 “이윤추구”이기 때문이다. 한계가 아니라 방향의 문제다.


결국 해결의 열쇠는 3섹터, 시민사회에 있다. 시민사회는 정부도 아니고 기업도 아닌 단체들로 구성된다. 정당, 대학, 병원, 언론, 구호단체, 복지단체, 환경단체, 여성단체, 장애인단체, 노동조합, 종교단체 등등. 이들은 대체로 정부처럼 게으르지도 소극적이지도 않다. 열심히 자기보신 해야 할 만큼 보수가 많거나 안정적이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기업처럼 이윤추구도 하지 않는다. 제 3섹터에 있는 단체는 애초에 세상에 변화를 일으키거나, 시장과 정부의 사각지대에서 생기는 문제를 발견하고 먼저 대응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시민사회는 정부 정책의 변화의 방향을 결정하고, 정부와 시장을 감시하며, 전에 없던 이슈를 제시한다. 정부는 이를 반영하여 행정활동을 하고 이를 위한 예산은 시장으로부터 세금을 걷어 확보한다. 자동차에 비유하자면 시민사회는 핸들이다. 차의 진로를 정한다. 정부는 엔진이다. 실제로 움직이게 한다. 시장은 연료다. 기름이 있어야 비로소 엔진이 돌아간다. 이렇게 사회의 세 구성요소가 협응하여 세상의 제도를 개선해나가는 것이 바로 유토피아 프로젝이, 시민사회는 이 계획의 키이다.

정부는 시장을 감시하고 세금을 걷으며, 시민사회는 정부와 시장 모두를 견제하는 동시에 정부를 주도할 인물을 내보내 사회를 발전시킨다.


시민사회의 한계와 해결 방법

그런데 시민사회에도 결정적인 한계가 있다. 돈이 없다는 것. 시장은 직접 돈을 벌고 정부는 힘(강제력)으로 세금을 걷지만, 시민사회는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사회단체들은 정부와 기업의 지원을 주요 수입원으로 하는데, 그럼 해당 단체가 그 지원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는 문제가 발생한다. 그러면 시민사회단체는 유토피아 프로젝트의 주도권을 잃고 사실상 정부의 하부조직이 되어 버리며, 언론사 같은 경우 광고주 기업을 비판하는 기사를 내기 어려워진다.


시민사회단체는 정부로부터도, 시장으로부터도 자유로워야 하지만 경제적인 이유 때문에 그렇지 못하다. 그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그 답은 단순하다. 돈과 봉사.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돈과 시간을 들여 이들을 후원하면 된다. 한 단체가 시민의 후원만으로도 유지될 수 있다면 정부나 기업 눈치 보지 않고 소신 있게 활동할 수 있게 된다.


민주시민

결국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민주시민에게 달려있다. 여기서 민주시민이라 함은 이 나라의 주권자, 즉 왕이라고 할 수 있다(단지 다른 5천만 명도 다 왕일뿐). 우리는 조선의 국왕이다. 그런데 1섹터는 게으르고, 2섹터는 이윤만 추구하고, 3섹터가 희망인데 돈이 없다. 어떻게 해야 할까? 왕실의 재산을 풀고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 


정당, 정치인에게 매달 1만 원씩, 12만 원 후원했다면 정부는 10만 원을 돌려준다. 민주시민의 정치참여를 북돋아주는 좋은 정책이다. 사진출처 - 중앙선거관리 위원회

조선의 붕당 중 어느 당을 밀어주지 정하자. 즉 정당에 가입해 당비를 주자. 이 돈으로 그 당은 정책을 연구하고 선거를 치를 것이다. 정당에 가입했으니 그 당의 내부 경선에서 투표할 수 있다. 다른 왕들은 대통령 선거에서 양자택일만 할 수 있지만, 우리는 당의 대표 주자로 누굴 보낼지 택할 수 있다. 이것이 왕의 가장 중요한 권력, 인사권이다. 우리는 누구를 영의정으로 삼을지, 판서로 삼을지 정할 수 있다. 즉 정당에 가입해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은 1인 1표 이상의 정치력을 갖는 것이다. 


세종대왕 빙의해서 신문을 읽어보자. 백성을 굽어살피는 느낌이 난다.

또 신문을 보자. 보되 종이신문을 돈 주고 구독하자. 그럼 언론사는 보다 자유롭고 소신 있게 기사를 쓸 수 있게 된다. 비로소 광고주가 아니라 구독자의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신문은 매일의 상소문이고 국정보고서이다. 왕으로서 이 나라에서 누가 고통스러워하는지 살피자, 또 나라 전체를 감시하고 시선의 힘을 발휘하자. 이슈를 알고 여론을 장악하자. 이는 매우 재밌고 의미 있는 일이다. 성군은 나라의 대소사를 잘 알고 있고, 암군은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모른다. 당신은 어떤 왕이 나라를 다스리길 바라는가? 당신이 바로 그 왕이었다.


매일 700명이 넘는 노숙인들을 먹이는 "안나의 집"(대표 김하종 신부 - 오른쪽 첫번째). 안나의 집은 기독교인과 비기독교인들의 봉사와 후원으로 운영된다. 사진출처-가톨릭평화방송

맘에 들고 관심이 가는 NGO를 후원하자. 정당과 언론은 전반적인 것을 다루기에 세세한 문제까지 모두 해결할 수 없다. 그러나 섬세한 왕이 마음이 동하는 곳, 지금 사람들이 아파하고 있는 곳에 손을 뻗어준다면 훨씬 빠르게 나아질 수 있다.


얼마나 후원하면 좋을까? 왕실 재정을 얼마나 쓰면 좋을까? 정해진 바는 없지만 1-2만 원 후원하면서 아깝다고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쿨하게 소득의 1/10 정도를 권해본다. 우리나라의 모든 사람들이 소득의 1/10을 더 투자해서 사회에 쓴다고 생각해보자. 세상이 훨씬 더 빠르게 발전하지 않을까?


교회

1/10을 희사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겠다. 그런데 교회는 그런 좀 이상한 사람들의 클럽이다. 이 조직과 자산을 바탕으로 각 섹터에 인물을 내고, 그들에게 사회관계망을 제공하고, 새로운 이슈를 만들어내고, 병원과 학교를 짓고, 그전에 없던 NGO를 인큐베이팅한다. 한 개인은 어떤 단체에 후원만 할 수 있지만, 이들이 모여 교회를 이루면 큰 손이 되어 아예 새로운 단체를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종교는 제3섹터를 길러내고, 제3섹터는 1섹터를 자극하여 세상을 유토피아에 더 가깝게 만든다. 이것이 우리의 작전이다.


3섹터는 처음부터 있던 것도 아니고 정부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도 아니다. 현재의 3섹터 생태계는, 뜻있는 사람들이 모여 인재와 자금을 모아서 조금씩 조금씩 그 영역을 확장해나간 결과이다. 이 일에 당신이 함께 했으면 좋겠다. 꼭 종교에 귀의하지 않아도 괜찮다. 단지 당신이 경제적으로 안정된 단계가 되었다면 소득의 1/10을 사회에 써주기를 바란다. 같은 금액을 복권 사는데 쓴대도 당신 인생은 변하지 않겠지만, 그 돈을 당신이 좋아하는 정당, 언론, NGO에 쓴다면 아주 조금일 수 있어도 인생은 확실히 좋은 쪽으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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