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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비샘 Jun 30. 2021

회사 가기 싫은 당신에게 기독교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

우리는 행복해질 수 있을까?

회사 가기 싫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죽고만 싶다. 끊임없는 경쟁, 줄타기 같은 인간관계, 상사와 거래처의 갑질.. 특히 갑질당하면 죽거나 죽이거나 둘 중 하나는 하고 싶다. 하지만 참아야 한다. 먹고는 살아야 하고 경력에 흠이 생기는 것도 싫다. 입시지옥을 견디고 살아남았건만 일터는 전쟁터였고 학창 시절은 다시 보니 달달한 시절이었다.


학창 시절 그 대학에 가면, 그 직장을 얻으면, 출세하고 나면 더 나아지고 행복해질 거라고 들었다. 근데 직장에 갈 때마다, 아니 가는 걸 생각할 때마다 불행하다. 이 모순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아! 또 하나 배웠다. 미래를 위해서 조금 더 애쓰자고, 그러면 언젠가 좋은 날이 올지도 모른다고.


우리는 대부분 이렇게 생각하며 참고 산다. 그런데 한번 다시 생각해보자. 당신은 지금처럼 살면 시간의 문제일 뿐 반드시 행복에 다다를 수 있을 것 같은가? Yes인 사람은 또 생각해보자. 언제쯤 행복해질 것 같은가? 40대? 50대? 60대? 그 대학에 가면? 그 에 취업하면? 건물주가 되고 나면? Yes인 사람은 또 답해보자.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은 과연 얼마나 행복해하던가? 그 조건을 갖춘 사람은 인구 중 몇%나 될까? 마지막으로, 당신이 그 조건을 성취할 확률은 몇%나 될까?


질문들에 대한 답은 높아지는 걸로는 행복해질 수 없다이다.


인생 공략

세상은 피라미드 모양으로 되어있다. 아래 있는 처지일수록 고되고 위로 갈수록 좀 낫다. 그래서 힌두교에서는 이번 생 말 잘 듣고 열심히 살면 다음 생에 좀 더 높은 계급으로 태어날 수 있다고 가르쳤고, 자본주의에서는 말 잘 듣고 열심히 살면 이번 생에.. 뭐 어쩌면 자식 세대엔 지위가 높아질 수 있다고 했다. 그렇게 교육은 자본주의의 윤회가 됐다.


하여간 부처님은 왕자였는데 인생이 영 행복하지 않았다. 피라미드 정점이 불행한데 그 아래는 더 힘든 게 당연했다. 사람들은 더 나아지고자 하는 바로 그 마음 때문에 과로와 굴욕에 시달렸고, 이건 지위가 높은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의 욕망은 무한하고 소금물과 같아서 마실수록 더 목이 마르기 때문이다. 부처님은 깨달았다 아 피라미드 아래라 불행한 게 아니고, 피라미드 안에 있어서 불행한 거구나 부처님은 집을 나왔다. 마음을 공부하고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파하고 밥은 걸식했다.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한 영화 <레디 플레이어 원>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레디 플레이어 원>이라는 가상현실 게임을 소재로  영화가 있다. 거기엔 아무도 완주하지 못한 레이싱 게임이 있었다. 빨리 달리고 말고가 아니라 완주 자체가 승리조건이었다. 하지만 코스와 방해물은 지나치게 험난했고, 공략에 성공한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보상이 엄청났기에 수많은 플레이어가 도전했지만 막대한 비용과 아이템만 탕진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주인공은 제작자의 의도를 알아채고 다른 짓을 해보기로 한다. 주인공은 차에 타서, 후진했다.

(왼쪽)주인공은 경쟁자들을 먼저 보내고 자신은 뒤로 달리기로 한다. (오른쪽)킹콩에게 갈려나가는 먼저 출발한 사람들과 그걸 지하 비밀 통로에서 지켜보는 주인공.

차를 뒤로 몰자 숨겨진 코스가 드러났고, 주인공은 안전한 지하통로로 방해물을 지나 완주에 성공한다. 마찬가지다. 세상에서는 더 빨리, 더 높이, 더 많이 하라고 부추긴다. 그러면 행복해질 수도 있다고. 이 강요된 믿음에 우리는 인생을 탕진한다. 하지만 종교는 잠깐 멈추고 뒤로 좀 가보라고 한다. 행복을 공략하는 건 의외로 쉽고, 누구나 할 수 있다.


피라미드에서 탈출한다

세상은 피라미드 모양이고 그래서 삶이 고통스럽다. 좀 나은 삶을 찾아 위로 올라가려고 마음먹으니 숨 막히는 경쟁을 해야 한다. 게다가 윗사람의 갑질도 참아야 한다(피라미드 안에 있는 가시는 갑질을 가리킨다). 이걸 거부하면 승진은 다른 사람 몫이다. 뿐만 아니다. 그렇게 출세한 나는 이제 갑질을 "해야" 한다. 부하를 들볶아 성과를 내는 게 관리직의 능력이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 거지 같은 이유가 바로 나였다.

이 스트레스 가득한 세상에서 행복해질 수 있는 방법은 탈출하는 것이다. 과연 부처님의 깨달음, 명답이다. 하지만 보통사람들은 부처님처럼 실천하기 어렵다. 걸식할 용기가 우리에겐 없다. 그래서 기독교는 이렇게 제안한다. 탈출한 사람들끼리 공동체를 만들자

 피라미드에서 나온 사람들은 원으로 된 공동체로 소속을 옮긴다. 세상은 힘들고 잔인한 곳이었지만, 여기에선 평화와 평등을 추구한다. 서로를 평가하지 않고, 서로에게 지시하지 않는다. 상대를 목적으로 대하고, 여유를 추구하며, 함께 놀이하고, 사회에 공헌하는 사업을 한다.


공동체에서 자급자족하냐고? 그렇지는 않다. 다니던 직장 여전히 다닌다. 하지만 이제 삶의 방향이 바뀌었다. 상승하고자 하는 집착을 버리고, 과로와 굴욕적 관계도 거부한다. 그러면  세상은 전쟁터에서 사냥터가 된다.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가져오는 곳에 불과하다. 이제 훨씬 더 넓은 시야와 편한 마음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되었다. 능력에 따라 사냥해온 고기가 좀 부족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자신을 남과 비교하면서 비난할 이유는 되지 않는다.


피라미드를 물들인다 -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

다시 그림을 보자. 탈출해 원으로 소속을 옮긴 사람들은 세상에선 회색 마름모로 존재한다. 음영이 생긴 것은 삶의 방향이 바뀐 것을 의미한다. 이들은 높이가 아니라 깊이*를 추구한다. 따라서 이들은 갑질을 하지 않는다. 나아가서 아랫사람이 갑질하지 못하도록 통제한다. 좋은 사람, 좋은 상사다.


그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깨달음을 전한다. 우리가 이렇게 소진해가면서 살지만 그 끝에 보상은 없다고, 하지만 좀 더 가벼운 공략법이 있다고. 그렇게 해서 이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고 회색 마름모로 변하면, 좋아, 해피바이러스 전파 성공이다.


물론 역으로 세상에 물들 가능성도 있다. 마음 단단히 먹어도 부모님이, 배우자가, 자녀가, 동창회에서 친구가 조금만 무시하면서 부추겨도 감히 날 무시해?? 내가 할 수 있단 걸 보여주겠어!!”하면서 돌아서는 게 사람의 자존심이고 인정 욕구다.

프랑스 떼제 공동체의 기도모임에 모인 세계각지의 청년들. 종교의식은 각자가 누구이고 어떻게 살아야하는지 다시 기억하기 위함이다. 사진출처 -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이때 공동체는 정신 차리라고 그거 하다 불행해진다고 상기시켜준다. 그렇게 공동체는 서로 연결되어 정체성을 유지한다. 공동체는 그 구성원을 끊임없이 세상에 파견하면서 세상을 물들여간다. 이것이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 이 프로젝트를 위해 정기적으로 만나 공통의 지향을 확인하고, 세상에서 일어난 일을 묻고, 같이 명상하고, 존중을 담은 소통방법을 배우고, 책을 읽으며 공부한다. 이 탈출한 사람들의 공동체를 기독교에서는 교회라고 부른다.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의 목표는 각 사람들을 변화시킴으로써 피라미드에서 가시를 제거하는 것이다. 피라미드를 원으로 만드는 건 아니다. 세상은 세상의 원리가 있고, 종교단체는 종교단체의 원리가 있다. 세상엔 소득의 격차가 있고, 직장엔 위계질서가 존재한다. 그래야 시장이 돌아가고 조직이 일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소유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직무상 위계가 인격의 위계가 되는 것은 부당하다. 이 공동체가 원하는 건 세상에 무시도 비교도 갑질도 사라지고 직무상 위계가 더 이상 인격의 위계가 되지 않는 것이다.


저번에 이야기한 유토피아 프로젝트는 제도를 이용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위로부터의(Top down) 작전이었다. 이번의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는 개개인의 전향을 통해 사회를 변화시키는 아래로부터의(Bottom up) 작전이다. 이 두 개의 방향이 서로 만나게 되는 때가 바로 세상에서 고통이 사라지는 특이점이다.

왼쪽은 제도를 바꾸는 유토피아 프로젝트, 오른쪽은 한사람 한사람을 바꾸는 해피바이러스 프로젝트


* 여기에서 깊이란 내면의 평화, 자기조절능력, 대인관계능력, 인문학적 소양, 공헌하려는 마음의 함양을 상징한다. 한 사람이 더 깊이 있는 사람으로 성장한다면, 그림에서는 더 짙어진 음영으로 표현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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