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독서 가이드

by 나비샘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 뭔가요?
1647년에 완성된 스코틀랜드 장로교의 교리서입니다. 칼빈주의 종교개혁의 최종결과물로서, 300년 넘도록 영어권 장로교회의 표준 신앙고백으로 쓰여왔습니다.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신대륙으로 건너가면서 미국에 장로교가 세워졌고, 다시 미국 장로교 선교사분들이 한국에 장로교를 세웠기 때문에 한국 장로교회의 표준 신앙고백으로 사용되었습니다.

막 세상에 나왔을 당시에는 칼빈주의를 기가 막히게 명료하게 정리한 교리로 인정받았지만, 300년이 지나면서 16세기 종교개혁 정신과 잘 맞지 않는 부분, 현대에는 다소 통용되기 어려운 점에 대한 문제제기도 있어서 각 교단마다 수용하는 정도는 조금씩 다릅니다. 가령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는 해당 신앙고백을 바탕으로 새로운 신앙고백을 작성해 대신했고, 예장통합은 해당 신앙고백을 교리헌법의 제5부로 보존한 채로 자신들의 현대적인 신앙고백을 덧붙이는 방법을 택했습니다. 반면 예장합동은 해당 신앙고백을 헌법의 유일한 신앙고백으로 두고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가 뭔가요?
웨스트민스터는 런던의 한 지역입니다. 영국국회(웨스트민스터 궁전)가 있는 종로 같은 곳입니다. 참고로 웨민 궁전은 국회고, 그 길 건너 웨민 사원은 성공회 성당이고, 좀 떨어져 있는 웨민 대성당은 가톨릭 성당입니다. 스코틀랜드의 교리서가 런던에서 쓰이게 된 내력은 이렇습니다. 칼빈주의가 스코틀랜드에 자리 잡아 장로교가 된 반면, 잉글랜드의 성공회는 칼빈주의에 영향을 일정 정도 받았을 뿐 왕실과의 긴밀한 관계, 주교제, 가톨릭에 대한 온건한 태도를 갖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청교도라고 불리는 잉글랜드의 확고한 칼빈추종자들은 영국교회가 더 급진적으로 개혁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놀랍게도 이들은 권력을 잡는데 성공합니다. 국회가 이들의 수중으로 들어온 것입니다. 1643년 국회는 "교황제와 주교제를 근절시키기로 노력한다"는 엄숙한 서약을 선서했고, 같은 해 웨스트민스터 총회가 열렸습니다. 이 총회의 목적은 새로운 신앙고백을 만들어 온건했던 기존 성공회의 <39개 신조>를 대신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국회는 국왕 찰스 1세와 전쟁을 벌이게 됩니다. 왕당파(성공회) 대 의회파(청교도). 이른바 청교도혁명(잉글랜드 내전)입니다. 의회파는 스코틀랜드에 지원을 요청했는데, 이에 스코틀랜드는 이들에게 장로교 정치체제를 수용할 것을 요구했고, 웨민 총회에도 감독관을 파견했습니다. 그 목적은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의 종교적 통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1647년 웨민 신앙고백과 부대문서들이 완성되었고, 잉글랜드 국회에서 인준되는 한편, 스코틀랜드 교회도 기존의 <스코틀랜드 신앙고백서>와 <하이델베르크 신앙문답서>를 대신하여 웨민 문서들을 채택하여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 영국내전의 내력은 복잡하지만 차치하고, 올리버 크롬웰이 이끄는 의회파가 왕당파에 승리합니다. 찰스 1세는 처형되었고, 왕정이 해체되어 공화정이 들어섭니다(1649). 그러나 1658년 크롬웰이 사망한 뒤, 왕당파가 의회의 다수파가 되어 찰스 2세를 옹립하면서 왕정이 복고되는 한편 성공회가 지배적 지위를 회복합니다. 성공회는 웨민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이후 제임스 2세 때 명예혁명이 일어나 영국은 입헌군주국이 되었고 현재에 이릅니다. 이런 역사는 사실 몰라도 되지만, 그 이름 때문에 한번 들어는 두는 것이 좋습니다.

읽으면 뭐가 좋은가요?
"교리"라는 글의 장르에 익숙해지고, 이를 통해 장로교가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게 됩니다. 아무리 위대한 신학자의 책도 다 사견이고 나름의 논증일 뿐입니다. 수백 명의 학자들이 토론하여 합의하고 총회가 승인한 교리가 그 교단의 정체입니다. 애플이 아이폰이라는 결과물로 말하듯이 종교는 교리서로 말합니다. 또 법철학과 실제 법률과의 관계와 같습니다. 법률자체 읽어보지 않고 법학자의 책을 본다면 법에 대해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신자 한사람이 기독교 신앙을 전부 체계화하기란 어려운 일입니다. 과거의 체계화된 표준을 익히면 자신의 신앙관이 거기로부터 어디에 위치하는지 파악하는지 도움이 됩니다.

자기 교단 교리는 있는지도 잘 모르지만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이라고 하면 매우 멋져 보이는 효과가 있으므로 교리교육을 하기에도 좋습니다. 물론 현대인에게 거북한 내용이 제법 있지만, 전부 내면화해야겠다고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히려 이를 이용해 교리를 "고정된 것"이 아니라 "개정되는 것"으로 인식을 가지게 해 줄 수 있습니다.

현대 장로교회 교리의 모체이기 때문에, 자기가 속한 교단의 교리헌법이 웨민으로부터 어떻게 변화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 현대 교리 (자기교단, 대표교단) -> WCC나 로잔의 공표된 보고서 및 선언문)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 기독교에 대한 상당히 입체적이고 역동적인 인식을 얻게 됩니다.

의외로 근대 장로교 교리의 관심사가 성경의 그것과 꽤 달랐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됩니다. 가령 이스라엘에게 있어서 이집트로부터의 탈출의 중요성이라던가, 예수님과 로마제국 사이의 충돌, 공동체의 상부상조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과 같은 것은 거의 언급되지 않습니다. 반면 하나님의 택하심, 칭의와 같은 개인적인 구원에 관심이 많습니다. 왜 그런지는 또 다른 이야깃거리입니다.

다른 기독교인이나 비기독교인과 입장이 다를 때 불확실한 것으로 왈가왈부할 필요가 없어집니다. "웨민 몇 장 몇 절에는 이렇게 쓰여있는데 나는 이렇게 해석한다"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불필요한 논쟁도 예방하고 생산성도 높아집니다.

어떤 내용인가요?
35장으로 되어있습니다. 성서무오, 하나님의 전능하고 선하심, 예수님의 구원사역, 칭의, 영생, 세례와 성만찬, 사후세계와 부활, 최후심판 등의 내용이 있습니다. 내용이 새롭지 않은 것은 개신교 대부분의 논의가 웨민에서 한번 수렴되고 다시 갈라져 나왔기 때문입니다.


웨스트민스터 신앙고백 읽기

https://rclectionary.tistory.com/m/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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