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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 못한 마들렌

봉긋한 실패

by Rr

베이킹을 하면 마음이 정돈된다.

어지러운 하루 끝, 조용한 부엌에 서서

계란을 깨고, 밀가루를 체에 치고, 버터를 녹이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도 조금씩 가라앉는다.


이번엔 마들렌을 굽기로 했다.


요즘 엄마 친구들 사이에서 유행인지,

엄마가 사다둔 레몬즙이 떠올라

유튜브에 <레몬 마들렌 레시피>를 검색했다.

동영상 아래, 마들렌의 맛을 찬양하는 댓글들을 읽으며

나의 내일을 상상했다.


회사에 가져가

“제가 구웠어요~ 드셔보세요!”

환하게 웃으며 마들렌을 하나씩 건네는 장면.

나는 그날 저녁, 그 상상을 품고

진심을 다해 반죽을 만들었다.


계란이 레시피보다 작아서

모든 재료를 정확히 0.75배로 줄여 계산했고,

소금은 0.75g.

저울로 칼같이 재서 넣었다.

레몬 제스트도 정확히 3/4개 분량.

조금이라도 틀릴까봐

계산기를 두드리며 꼼꼼히 준비했다.


하루 숙성하면 맛이 더 좋아진다기에

반죽은 냉장고에 넣어 뒀다.

마들렌 하나에, 작은 정성을 가득 담았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알람 소리에 간신히 눈을 뜨고,

출근 전에 굽기 위해 오븐을 예열했다.

마들렌 틀에 반죽을 채우면서도 괜히 흐뭇했다.

굽는 시간은 약 10분.

식히는 동안 출근 준비를 하면 되고,

포장까지는… 이쁘게 할 시간이 부족한데 @.@


오븐 안에서 마들렌이 봉긋하게 부풀어 오르는 걸 보며

나는 속으로 회사 사람들 반응까지 미리 시뮬레이션했다.


“우와… 레몬 향 너무 좋다~”

“진짜 부드럽다… 과장님, 카페 차리세요!”


그렇게 상상의 끝에서 마들렌이 다 구워졌다.


모양도, 향도 완벽했다.

노릇노릇한 조개 모양.

고소하고 상큼한 향.

기분 좋게 식힌 뒤, 하나를 집어 들었다.


그리고, 한 입 베어문 순간.


“……짜……”


진짜 짰다.

고소한 버터 향 뒤를 따라오는

묘하게 선명한 소금기.

‘짭조름하다’의 선을 넘은, 확실한 짠맛이었다.


나는 멍하니 마들렌을 먹으며 생각했다.


소금은 분명 0.75g 넣었고,

무염버터도 맞았는데…

혹시 피곤해서 소금만 정량으로 넣고

다른 건 0.75배 했던 걸까?

아니면 소금을 한 번 더 넣은 걸까?


원인은 몰랐다.

하지만 결과는 분명했다.

이 마들렌은…

누구에게도 건넬 수 없는 맛이었다.


예쁘게 포장해서 가져가면

감탄할 거라 상상했던 내가,

그저 민망해졌다.


결국 마들렌은 출근하지 못했고,

조용히 식탁 위에 놓인 채로

그날 하루 종일 나를 기다렸다.


퇴근 후 집에 돌아와

짠 마들렌을 하나 더 집어 들고 먹으며 나는 생각했다.


다음엔 소금은…

정말, 정말 조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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