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내가 좋은 나일까

스피치 수업을 들으며 휘갈긴 글….

by Rr

요즘 나는 스피치를 배우고 있다. 말을 너무 못하는 단점을 고치고 싶어서 등록했다. 오늘은 여러 상황에서의 자기소개를 배웠는데, 자기소개라는 게 단순히 나를 설명하는 일이 아니라, 어떤 모습의 나를 선택해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라는 걸 새삼 느꼈다.

강사님은 소개팅을 예로 들며, 소개팅 시 자기소개는, 첫인상—실제 성격—연애 스타일의 순서로 말해보라고 했다. 그 말은 단순한 구성 안내 같으면서도, 어쩐지 내가 살아온 방식을 돌아보게 하는 작은 질문처럼 다가왔다.


나는 첫인상이 차갑다는 이야기를 자주 듣는다. 뭐, 이미 친해진 상태에서야 하는 피드백이긴 하지만, 말을 걸기 어렵고, 쉽게 가까워지기 힘들 것 같다는 인상을 준다고 한다. 낯을 가려 처음 마주한 사람 앞에서는 표정도 조용하고, 마음을 바로 열지 않으니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예전엔 그게 단점이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달은 건, 누구나 처음에는 저마다의 방어막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나 역시 내 리듬대로 새로운 사람을 맞이할 뿐이었다.


막상 이야기가 시작되면 분위기가 조금 달라진다. 생각보다 대화가 잘 맞는다는 말, 생각보다 편하다는 말, 처음 이미지와 다르다는 말.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속에서 작게 웃는다. “나 원래 이래!.” 하고 말하고 싶지만, 굳이 그럴 필요도 없다는 걸 안다. 사람 사이의 관계는 시간을 들여야만 보이는 면들이 있고, 나를 이해하는 속도는 각자 다르다. 그런 사실을 받아들이고 나니, 첫인상이 차갑다는 말도 더 이상 나를 흔들지 못한다.


연애에서는 이런 온도차가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관찰하지만, 마음이 열리는 순간 따뜻함은 훨씬 깊어진다. 말을 아끼다가도 필요한 때에는 솔직하게 감정을 내보이고, 상대가 편안함을 느끼면 그 마음을 오래 지켜주고 싶어진다. 누군가에게 성급히 마음을 던지지는 않지만, 한번 움직인 마음은 단단하게 자리를 잡는다. 겉의 차가움과 속의 온기가 묘하게 균형을 이루는 그 순간— 그게 아마 내 방식의 친밀함일 것이다.


스피치 수업에서는 “긍정적인 면을 중심으로 소개해보라”고 말한다. 하지만, 긍정이 꼭 밝고 산뜻함만을 뜻하는 건 아니지 않나? (이 의문문도 스피치 수업에서 배운거지만 ㅎㅎㅎ 한 번씩 내 생각에 대해 의문문으로 얘기하는 것도 청자의 호기심을 불러올 수 있다구…) 조용함도 긍정이 될 수 있고, 느림도 진심이 될 수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엔 따뜻함이 드러나는 사람이라면, 그 자체로 이미 충분히 좋은 면이다.


아마 자기소개란, 겉과 속, 첫인상과 진짜 나 사이에서

나만의 균형을 찾아가는 연습인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나와 스스로 알고 있는 나 사이의 거리를 오간다. 어쩌면 자기소개란 그 둘을 하나로 억지로 맞추려는 일이 아니라, 그 차이를 인정하면서 그 틈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나다움을 발견하는 과정일지도 모른다.







+) 자기소개 때, 나랑 친해지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소개하라 하던데 나랑 친해지면 무슨 이점을 얻을 수 잇지? 같은 책을 읽으면 책토크 할 수 있다? 같이 맛난 술 마시러 다닐 수 있다? 같이 쇼핑 다니며 각자의 스타일을 찾을 수 있다? 나흐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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