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외도사실을 알렸을 때 가만히 듣고만 있던 시어머니께서 하신 말이었습니다. 제 편을 들어주길 바랐던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원인을 저에게서 찾으려고 하실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너무나 사랑하면서 키운 큰아들이 어느 날 갑자기 애 있는 이혼녀랑 결혼하겠다고 선언을 했었으니 그 충격이 얼마나 크셨을까요? 저도 아이를 키우지만 이 아이가 어느 날 아이 있는 이혼남을 데려와서 결혼하고 싶다고 한다면 어쩌면 저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마음이 이해가 돼서 더 잘해드리려고 노력을 했습니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습니다. 절 좋아하는 것까지는 바랄 수도 없었습니다.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 생각했습니다.
어머님은 참 건강한 분이셨습니다. 그래서 절 미워하시는 마음이 지치지를 않으시더라구요. 그렇게 오랫동안 싫어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그렇게 이혼하는 마지막까지 싫어하실 줄은 몰랐습니다. 어쩌면 이혼 후에도 그때 더 반대할 걸 하고 후회하셨을지도 모르겠네요. 아마 그러셨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전 더 이혼하기 싫었던 것 같습니다. 어머님을 이기고 싶었던 건 아니지만 보란 듯이 잘 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이혼을 결심하기 전까지 남편과의 갈등을 말씀드리지 않았습니다. 이혼을 할 거면 모르지만 이혼을 하지 않을 거라면 그 어떤 문제가 있더라도 우리끼리 해결하지 양쪽 부모님께 말하지 말아야 된다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남편의 외도 사실에 상당히 충격을 받으신 것 같았습니다. 사실 처음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그리고 제게 돌아온 대답은
어찌 보면 이 말이 절 원망하는 말이 아니게 보일 수도 있겠지만 지나온 날들과 평상시 어머님의 말씀을 미루어보아 절 원망하는 것이었습니다.
일단 우리 착한 아들이로 시작한다는 것은 우리 아들은 절대 그런 일을 할 애가 아닌데 란 베이스가 깔려 있는 것이죠. 그런 아들이, 그렇게 착한 아들이 왜 외도를 했을까? 하고 저에게 묻는 것이었습니다. 그때 나는 어떤 대답을 기다렸던 것이었을까요? 남편의 외도사실을 이혼하는 날까지 밝히지 말았어야 했을까요? 하지만 그건 좀 억울 헸습니다. 우리의 이혼 사유가 남편에게 있다는 사실을 말해야 했습니다. 그냥 성격차이라고 하면
라고 하실 것만 같았습니다.
그래서였을까요? 처음에 미안해하던 전남편의 태도는 바뀌었습니다. 어머님이 그러했었던 것처럼 외도의 이유를 저에게서 찾기 시작했습니다. 저라고 결혼생활 내내 잘하기만 하지 않았습니다. 인정합니다. 불완전한 인간이고 부족한 아내, 며느리였던 것 인정합니다. 하지만 그게 외도의 이유가 되는 걸까요? 상대방에 대한 불만이 있다면 그 불만을 해소하기 위해서 외도를 해도 되는 것이었을까요? 어느 순간부터 분위기가 이상해져 갔습니다.
제 단점을 나열해 나가더니 자신의 외도가 정당한 사람처럼 굴기 시작했습니다. 이 이상한 확신은 친정엄마에게 전화할 용기까지 주었나 봅니다.
“네 저 바람 폈습니다. 그런데 제가 왜 그랬을까요? 아마 장모님은 아실 거라고 생각을 합니다.”
왜 외도를 했는지 묻고 싶은 건 내 쪽인데 저에게 묻네요. 우리 착한 아들이 왜 그랬을까 하고요. 그럼 저는 뭐라고 대답했어야 하는 것일까요? 설마 제가 잘못했습니다. 저의 불찰로 남편이 외도를 했습니다. 뭐 이런 대답을 원하셨던 건 아니셨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