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막연히 수영을 배우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는데 친구가 요즘 수영이 너무 재밌다며 소개해주길래 바로 등록을 했는데 기대이상으로 너무 재밌더라구요. 월, 수 저녁에 수업을 듣고 금요일 저녁은 자유수영인데 처음에는 수업만 들었는데 같이 수업하는 언니들이 자유수영도 빠지지 않고 나와서 열심히 연습을 하더라구요. 다들 열심히 하는 모습에 끌려 이제 저도 중요한 일이 있지 않는 한 빠지지 않고 나가고 있습니다.
수영을 배운 지 몇 달이 지난 어느 금요일 접영을 아주 잘하는 그 남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월수반에서 본 적이 없기에 그는 아마도 화목반인 거 같습니다. 금요일은 월수반, 화목반 누구나 와서 연습을 할 수 있거든요. 처음에는 그저 스쳐 지나가듯이 봤는데 보면 볼수록 제 스타일이더라구요. 잘 생겼다기보다는 남자답게 생기고 키도 적당하고 너무 마르지도 통통하지도 않은 그냥 제 눈에 딱인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쳐다보면 그 사람이 눈치챌까 봐 물안경을 쓴 채 그 사람을 쳐다봤습니다. 한 번 레인을 돌면 잠시 쉬었다가 다시 수영을 하는데 그 휴식이 그렇게 고마운 시간일 수가 없더라구요. 수영은 정말 좋은 운동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 긴 시간은 아니지만 아주 잠시지만 쉬는 시간이 되면 물안경 뒤로 그 사람을 맘껏 쳐다볼 수 있으니까요.
이 레인 끝에 가면 그 사람을 쳐다볼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운 마음으로 헤엄쳐갑니다. 끝에 돌아서서 찾아보니 반대편에서 잠시 쉬고 있습니다. 이 수영장을 다니는 남자들은 대부분 비슷한 수영모에 수영복이다 보니 가끔 헷갈리기도 합니다. 그래서 주의 깊게 봐야 합니다. 이번엔 수영중이네요. 반대 레인으로 가고 있으면 그 사람이 더 잘 보입니다. 같은 방향일 때는 같은 곳을 바라봐야 되니 잘 보이지 않습니다. 수영중이니 빨리 반대편으로 가야 되겠습니다. 보통 끝에서 쉴 때는 물안경을 벗는데 좀 쳐다본 다음에 벗어야겠습니다. 같은 반 언니가 같은 레인에서 연습을 하네요. 차마 같은 레인으로는 가지 못하겠습니다. 옆레인까지는 갔습니다. 반대편이 아닌 같은 방향애서 그 사람을 바라봤는데 좀 더 가까이서 보니 더 멋있네요. 심지어 옆에 있는 남자에게 친절하게 수영을 가르쳐주고 있기에 목소리까지 들을 수 있었습니다. 자유수영 시간이 끝나갑니다. 이 시간이 지나면 다음 주 금요일까지 기다려야 됩니다. 행여라도 그 사람이 다음 주 금요일에 오지 않을까 봐 걱정이 되기까지 했습니다.
제가 말만 안 하면 이혼녀가 아니라 평범한 유부녀로 보일 텐데 이런 질문 자체가 오해를 받을 수도 있다고 불안했지만 심호흡하고 용기 내어 그다음 주 월요일에 같은 레인에서 연습을 하던 언니에게 물어보았습니다. 지난 금요일에 같은 레인에서 수영하던 잘생긴 남자 누구냐고요.
라고 단호하게 말하더라고요. 그냥 웃고 말았습니다. 더 물어보면 이상한 여자로 보일 거 같았습니다.
드디어 금요일이 왔습니다. 이미 와서 연습을 하고 있네요. 지난 금요일처럼 때로는 같은 방향에서 때로는 반대방향에서 그 사람을 쳐다보았습니다. 앗! 어느 순간부터 눈이 마주치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제 시선이 느껴지기 시작했나 봅니다. 제가 바라보면 그 사람도 나를 쳐다봅니다. 제 딴에는 티 안 나게 쳐다본다고 봤는데 티가 났나 봅니다. 적당히 쳐다봤어야 되는데 물안경을 무기 삼아 너무 쳐다봤나 봅니다. 그 사람 시선에서 나를 바라보니 그저 배 나온 아줌마가 쳐다보니 불쾌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그 사람은 유부남일 확률이 높은데 왜 그랬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혹시 싱글일지도 모르니 용기를 내서 물어볼까 싶은 생각도 했습니다.
다짜고짜 다가가
“혹시 싱글이세요?”
라고 묻는 것도 우스운 꼴일 겁니다. 그래도 한 번은 물어볼까 망설이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난 어떤 대답을 기다리는 걸까요?
“유부남입니다.”
라고 대답을 한다면 난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요?
“네 잘 알겠습니다.”
라고 해야 할까요?
“네 싱글입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그땐 난 뭐라고 답을 해야 할까요?
“저도 싱글입니다.”
라고 신나서 대답을 할까요?
어차피 그런 용기도 내지 못할 텐데 괜한 상상을 너무 많이 하고 있네요. 첫 번째 대답을 가능성이 더 높은데 아무 일도 없었는데 상처를 받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대답을 한다 해도 나 같은 아줌마에게 관심을 가질 리 없을 것만 같네요. 어느 쪽도 내가 할 수 있게 없는데 전 또 그 사람을 쳐다봅니다.
행여라도 이 상태로 이 설렘이 깊어질까 봐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