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겹게 외도를 허락하고야 말았습니다

두 번째 결혼이야기 3

by 핑크레몬
















모두들 다 받아들이고 산답니다.

나만 유난을 떠는 것이라네요.

자기 친구들 와이프도 남편의 외도에 처음에는 충격받다가, 남자란 그런 동물이라고 다 받아들이고 산다고 나를 설득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는 나를 계속해서 이해시키려 했습니다.

자꾸만 듣다 보니, 정말 나만 못 받아들이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생각해 보니, 이건 분명 가스라이팅이었습니다.


남편의 외도 자체를 받아들이기 힘든데, 그럴 수 있답니다.

절대 그 여자를 사랑한 게 아니랍니다.

절대 나를 사랑하지 않아서가 아니랍니다.

그냥 남자는 그럴 수 있답니다.


가정을 지키고 싶었습니다.

남편의 외도가 이해가 되지 않는데, 감당이 안 되는데, 가정만은 지키고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아무리 고민을 해도 답을 못 찾아서 너무 괴로웠습니다.

남편의 말대로 남자는 그런 동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내 마음이 조금 나아질까요?

남편 말대로 남편 친구들의 와이프들도, 우리들의 어머니들도 다 받아들이고 살고 있는 거라면 나도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요?


한 번의 실수라면 앞으로 그러지 않겠다는 약속을 받으면 될 것 같은데, 남자는 그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한 번이 아니라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니 이해해 달라는 소리로 들렸습니다.

실수니 용서해줘 보다 훨씬 더 무섭고 잔인한 제안이었으니까요.

앞으로도 그럴 수 있으니 너만 참아주면 안 되겠니를 돌려서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더 무서운 말은 이미 한 번이 아님을 일깨워주는 말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이미 여러 번 외도를 했음을 인정하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이번이 빠져나가지 못한 증거가 나왔을 뿐이었으니까요.


나의 절친이 남편의 바람을 친정엄마에게 울면서 말했더니 엄마가 그랬다고 했습니다.

다 그렇게 사는 거라고.


정말 그런 걸까요?

정말 나만 받아들이지 못하는 걸까요?

결국 내 절친은 남편을 용서하고 같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나만 못 받아들이고 있는 건지 고민했습니다.


드러난 실수도 용서하기 힘든데 앞으로도 그런다면, 전 정말 자신이 없었습니다.

이미 여러 번이라는 것도 받아들이기 힘들었습니다.

이렇게 생각해 보고 저렇게 생각해 봐도 전 자신이 없었습니다.


결국 전 이혼을 언급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랬더니 너무 쉽게 남편이 그러자고 했습니다.

나는 그때 앞으론 안 그러겠다는 말을 기대했습니다.

그렇게 말을 하면 용서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아니 어쩌면 앞으로 안 그러겠다고 해도 내 분이 안 풀렸을지도 모릅니다.


나는 못 할 거랍니다.

나란 사람은 못 받아들일 여자라는 걸 알기에 이혼이 서로를 위해 좋을 것 같답니다.

그때는 나란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아서 하는 이야기라고 생각을 했는데 시간이 흐르고 보니 이건 강요였습니다.

넌 못할 거야 하고 약을 올린 것이었습니다.


가정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습니다.

그냥 솔직한 내 심정을 말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았습니다.

받아들이기 힘든데 가정은 지키고 싶다고요.


“이런 말 하기 정말 미안한데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주면 안 될까?”


남편이 자꾸만 가스라이팅을 했습니다.


정말 하기 싫은데 정말 받아들이기 싫은데 눈물을 삼키며 이렇게 제안을 하고 말았습니다.


“그럼 일 년에 한 번만. 더는 안돼.”


절벽에 매달려 있는데 살려만 주면 뭐든지 할게 하는 심정이라고나 할까요?

가정만 지킬 수 있다면 뭐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너무 슬펐습니다.

너무 아팠습니다.

하지만 가정을 지키려면 다른 방법이 없었습니다.

다들 그렇게 산다면 노력은 해보고 싶었습니다.


찰나였지만 그 사람이 살포시 미소를 지었습니다.

어렵게 외도를 허락받은 사람처럼요.

힘겹게 나는 외도를 허락하고야 말았습니다.


그런데 나는 그럴 수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었습니다.

그래도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이 돼 보려고 적어도 노력을 해보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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