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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엄마가 돌돌싱이라…

아이들 이야기 4

by 핑크레몬















사실 내가 돌돌싱인 건 괜찮습니다. 내가 선택한 사람에 대한 결과니까요.


하지만 미안한 건 아이들에게입니다.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다 있는 가정을 주지 못한 게 가슴이 아픕니다.

밖에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가도 엄마, 아빠, 아이들 다 같이 밥 먹는 모습을 쳐다보던 아이들 모습이 기억납니다.

남들에게는 일상적인 평범한 모습일 텐데 우리 아이들은 제 눈치를 보면서 흠칫 쳐다보았습니다.

대놓고 쳐다보면 엄마 마음이 아플까 봐 슬쩍 보는 거 같은데, 엄마 눈에는 그런 눈치 보는 모습까지 보이거든요.

사실 나도 슬쩍 봅니다. 나 또한 그런 모습이 부러우니까요.

그러니 아이들은 오죽했을까요.


그래서 이혼 직후에는 외식도 안 나갔습니다.

하지만 계속 그렇게 살 수 없으니 맛집투어를 다니자는 명목으로 같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주말부부도 있고, 아빠가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 엄마와 아이만 밥 먹는 상황이 수백 가지가 될 테인데 괜히 남들 눈에 이혼한 가정으로 보이는 것만 같았습니다.

처음 몇 번은 기분이 이상했는데 계속해보니 아무렇지도 않습니다.

그렇다고 괜히 아빠가 있는데 바빠서 같이 못 온 척할 필요도 없습니다.


우리의 목적에만 집중을 하다 보니 맛집투어가 재밌어졌습니다.

오히려 다르게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아빠가 없기 때문에 더 잘할 수 있다고요. 자기 합리화가 심한 거 압니다.

하지만 때로는 약간의 자기 합리화가 활력소가 될 수도 있습니다.

4명의 스케줄을 맞추기보다 3명의 스케줄을 맞추는 게 훨씬 쉽거든요.

3명보다는 2명이 더 맞추기 쉽고요.

여행, 맛집, 카페 스케줄 맞을 때마다 다녔습니다.

도장 깨기가 취미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 있다는 거 압니다.

나도 그렇거든요.


아이가 어떤 실수를 하더라도 실수로 보는 게 아니라 돌돌싱 딸이라 그렇다, 가정교육을 못 받았다 할까 봐 두렵습니다.

아이들 이름 뒤에

“재네 엄마 돌돌싱이잖아.” 하고 붙을까 봐요.

정말 미안하지만 그런 말을 들어도

“그게 뭐?”

하고 태연할 수 있는 내 딸들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거 정말 아무것도 아니거든요.


그래서 미리 아이들에게 말합니다.

절대 돌돌싱 딸이어서 잘못하는 건 없다고요.

행여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런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라면 절대 상종하지 말라고요.

그래도 분명 있을 겁니다.

그 앞에서 당당하게 설 수 있는 너네들 자신이 되라고요.

절대로 그런 사회적 시선에 흔들리지 말라고요.


그렇지만 흔들릴 수 있을 겁니다. 신경 쓰일 수 있습니다.

사람인지라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엄마로서 그런 상황이 이해가 돼서 미안한 겁니다.


하지만 결국은 이겨낼 거라 믿습니다.

내가 결국 이겨낸 것처럼 더더욱 멋지게 이겨낼 걸 믿습니다.


나는 내가 저지른 잘못으로 돌돌싱이 된 건 아닙니다.

설사 내 잘못으로 돌돌싱이 되었다 하더라도 그건 나와 전남편의 사생활일 뿐입니다.

그로 인해 아이들이 욕먹을 이유는 하나도 없습니다.

여전히 용기를 내어야만 돌돌싱이라고 말을 할 수 있지만 나 자신에게는 떳떳합니다.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나를 돌돌싱이라고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과 안 만나고 살면 됩니다.

어차피 이 세상은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된 게 아니니까요.

하지만 선택은 할 수 있습니다.

나와 잘 맞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들만 만나고 살 수 있는 권리가 우리에게 있습니다.


딸들아 엄마가 돌돌싱이라 미안해.

듣지 않아도 되는 말을 듣게 될까 봐 엄마는 여전히 무서워.

딸들아 미안하지만 부탁할게.

그런 시선과 말들에 흔들리지 않고 당당한 딸들이 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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